솔직하게, 지루하게, 저돌적으로
“언니는 추진력이 남달라요. 그거 남들한텐 별로 없는 중요한 능력이야.”
4년 전 회사 동료가 내게 말했다. 그는 명리학에 밝고 ‘기’를 수련한 사람이라, 이 회사도 설립일자와 여러 기운을 고려해서 지원했다고 한다.
이때까지도 나는 자신을 잘 알지 못했다. 단지 꽂히면 바로 할 만큼 성격이 급한 거라고 여겼다. 그런 내가 미룬다는 건 할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매일 헬스장에 가다가 어떤 사정으로 하루를 빠졌다. 빠진 다음날엔 반드시 가야 한다는 마음이 30% 줄어드는 건 남들과 똑같다. 만약 이때 가지 않는다면 나는 앞으로 쭉 가지 않을 사람이다. 찬찬히 되짚어보니 내 행동 패턴은 대체로 비슷했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이 있다. 내 패턴으로 본다면 나는 영원히 다이어트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내일로 미룬 것들은 대부분 해낸 적이 없었다.
해야 할 일이라면 지금 즉시 하는 게 훨씬 쉽다. 그리고 지속하는 것이 며칠 쉬었다가 하는 것보다 더 편하다. 내 경우, 멈췄던 것을 다시 시작하는 에너지가 남들보다 더 많이 든다는 걸 깨달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엇이든 끝을 볼 때까지 달린다. 나에게 끝이라 함은 어떤 결론이 나거나, 일을 완료하거나, 체력이 방전되어 더 진행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이렇게 끝맺고 나면 성취와 함께 어떤 충만감이 몰려온다.
또 한 가지 이유를 알아차렸다. 내가 하려는 행동에 대해 남에게 조언을 구하면 이건 이렇더라, 저게 더 낫더라, 왜 그런 행동을 하려고 하는지 등 여러 의견이 붙는다. 여기에 반응을 하다 보면 실행 의지는 저만큼 멀어지거나 옅어지고 만다. 뭔가를 저지르려면 깊은 생각은 필요치 않다. 그래서 ‘선행동 후통보’를 한다.
이미 시작한 행동에 대해 얘기를 하면 상대방은 보통 응원을 해주거나 더 이상의 간섭을 꺼린다. 대학원 입학 몇 주만에 자퇴를 하고 등록금 절반을 환불받은 뒤 부모님께 통보한 장본인이 바로 나다. 추진력이 있고 잘 저지른다는 건 누구의 간섭 없이 내 길을 가겠다는 말과 같다. 능력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내 선택을 답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능동적 움직임이다.
이에 반하는 얘기로, <give and take>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재능과 적성을 떠나서 '근성 있는' 사람들이 높은 성취를 이룬다고 했다. 장기 목표를 향해 끈기 있게 나아가는 장거리 레이스는 추진력만큼 중요하다. 위대한 결과물은 느리게 진행되고 수정을 거듭한 후에 세상의 빛을 보기 마련이니까. 완성도를 위해 지루한 마음속 부화 기간을 거치는 일도 중요하다. 추진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지루함을 견딘 후부터다.
이런 지루함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람들은 ‘해야 하는데... 하고 싶은데...’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지금은 안 하겠다는 소리다. ‘해야 하는데'를 머릿속에 쟁여두면 그 장소와 마주칠 때마다 에너지가 반복적으로 소모된다. 핑계를 만들어내고 당위성을 부여하느라 열심히 움직이는 뇌 세포들. 그까짓 거 확 해버리는 것보다 더 피곤한 일이다.
When you’re true to who you are, amazing things happen. (deborah norville)
“당신이 스스로에게 솔직할 때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심층 뉴스 TV 프로그램 진행자로 두 차례 에미상을 수상했던 데보라 노빌의 말이다.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라는 말보다 ‘지금 하고 싶지 않아.’가 훨씬 더 솔직하다.
내게 솔직해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즉시 행동에 옮기기도 수월하다.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 결과가 생기고 이 결과는 행동을 반복하게 만드는 불씨가 된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당신은 솔직한 하루를 보냈는가? 어떤 걸 회피했는가? 회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솔직한 자신에게로 한 걸음 다가 가자.
누가 감시하는 것처럼 나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솔직해지면 진실한 마음의 소리를 듣기가 훨씬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