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 : 엄마로, 아내로 살아가는 것은 녹록치않다
오늘도 나를 위한 자기방어와 자기최면은 쉽지않다.
아니, 최근 이런저런 일이 있어 오늘은 유독 더 힘든 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건강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은
그저 살고 싶기 때문이다. 아직은 조금 더 아이들과 함께 웃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이 눈 맞추고 이야기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남녀 관계의 바이블'로 불린다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몇년전 판매 100만 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관계 상담 전문가 존 그레이 박사는 남녀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이 서로의 본질적인 차이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남녀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가 대체 무엇일까?
우리 부부는 연애 9년, 결혼 9년으로 2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하며
무수한 일들을 겪고 적잖은 대화를 나누며 살아왔다.
그런데 여전히 갈등을 빚고 때로는 해결하지 못한 채로 묻어둔다.
물론 세상의 모든 남녀가 이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알고 있다.
나 또한 암이라는, 인생의 큰 전환점만 없었다면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문제는 접어둔 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알고 있지 않는가?
어제와 똑같이 하루를 살면서,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멍청하고 미련한 짓인지를 말이다.
나는 새롭게 주어진 생에 누구보다 나 자신을 우선하기로 했고,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내 마음건강임을 절실히 깨달았다.
어떠한 문제로 신랑과의 관계가 힘들어질 때에는,
일단 그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도록 내버려둘 것.
그리고나서 대화가 시작되면 하고싶은 말들을 미리 준비해둘 것.
특히, 각자 주어진 시간동안 서로를 비난하고 냉대하는 일은 없을 것.
무엇보다 대화의 끝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도록,
서로간의 거리를 충분히 좁히고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것.
어쩌면 이것이 우리 부부가 살아가는 동안, 가정을 지키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야 할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내 첫번째 보물, 딸아이는 올해 9살이고
내 두번째 보물, 아들아이는 올해 5살이다. 그리고 나는 항호르몬제
복용으로 완경한 후, 이른 갱년기로 관절통과 불면증, 감정기복 등 다양한
고충을 겪고 있다. 엄마 말이라면 언제나 예스걸이었던 우리 딸은
최근 사소한 한마디에도 말대꾸를 하며 내게 지지 않으려 하고,
우리 아들은 예측불허의 말과 행동으로 수시로 날 놀라게 한다.
물론 아들의 그것은 떼를 쓰고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치는 등 대부분 사건사고와 관련된 일이다.
작년 가을 세례를 받고, 이제 막 신앙생활을 시작한
나로서는 아침저녁으로 감사일기와 함께 기도문을 외우고 있지만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다.
더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주변 엄마들의 증언은
날 더욱 두렵게 한다. 하루하루 자라는 아이들과의 관계를 위해서,
서로의 입장과 소통의 방식을 미리 고민할 필요성이 있었다.
다행히 아직 2~3년 정도 시간이 있을듯 하니 말이다.
공부, 휴식 등 일의 순서는 아이와 상의하여 결정할 것.
야단치고 훈육할 일이 있으면 단호하게 하되,
나 또한 반성할 부분이 있으면 솔직하게 사과할 것.
각자 주어진 일과를 마치고 만났을 때,
하루 30분이라도 온전히 아이와 함께 놀아줄 것.
말로 하기 힘든 이야기는 문자나 편지로 대신할 것.
아이가 자라는 환경과 아이를 키우는 과정이 이로인해
얼마나 대응될지는 모르겠으나..
갈등은 최대한 빠르게 해결되고 상처는 최소한 천천히 아물도록,
엄마로서 진심과 정성을 다해야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한다.
암을 경험한 후에도, 나는 여전히
누군가의 엄마이고 아내이다. 내 세상은 어김없이
우리 부부가 일군 가정 안에 아이들과 함께 존재한다.
엄마로, 아내로 살아가는 것은 결코 녹록치않지만
가족 또한 내 일부이기에, 나를 사랑하듯 그들을 사랑하며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