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아이들을 위해 시간 투자하는 것을 포기했죠?
나는 예전 다니던 직장이 프랑크푸르트였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는 한국 대기업, 중소기업의 유럽 헤드쿼터들이 밀집된 곳이다. 런던 브렉시트 사태로 더욱이 유럽에 진출하려고 하는 한국기업들은 프랑크푸르트로 오고 있으며 당연히 그에 속한 한국 주재원들 연구원들은 프랑크푸르트와 인근 주변을 중심으로 거주하고 있다.
도시 자체가 워낙 멀티내셔널 하고 젊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 숍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아시아인들은 외형으로 구분하기가 힘들다.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 베트남인들의 외모 구분이 옷 입는 것, 헤어스타일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운데, 이상하게도 한국가정은 쉽게 알아낼 수 있다.
그것이 뭘까?
업무상 유럽의 대도시를 자주 방문해야 하고, 한국에도 자주 갔었던 나는 너무나 일상적으로 보이는 아이손에 쥐어져 있는 핸드폰 그리고 그것을 뚫어져보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없었을때는 '동영상을 보는 동안은 조용하니 부모들은 조용히 식사를 할 수 있겠지' 뭐 그럴수도 있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나 역시 두 명의 아이가 있다. 나의 아이들 역시 동영상의 매력을 알고있다.
처음 한국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었을때, 인천공항 어린이코너에서 뽀로로와 타요 만화에 눈을 때지 못하던 아이들을 기억한다. 아마 신세계였을거다. 우리집에는 거실이 제일 구석에 작은방에 위치하고 있고, 그 곳에 티브이가 있다. 아이들은 토요일 주말 저녁에 20분가량 티브이를 시청할 수 있다. 날씨가 좋을때는 그것도 생략을 한다.
우리가 그렇게 하기까지 결정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휴가 때, 자동차 운전을 할 때, 아이들이 투정부릴때 등등 우리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몇번씩 보여줬는데 이것이 언제부터인가 "단음식"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 하기부터이다.
당연히 엄마, 아빠가 동영상을 보여주겠지라는 증상이 보이면서 우리는 아예 보여주지 않기 시작했고, 일주일의 금단증상 후 그 증상은 사라져버렸다.
요즘은 유튜브 없이는 생활이 안된다는 말이 있다. 구글 검색 대신 유튜브 검색을 하고,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동영상을 기계처럼 찍어대며, 아주 어린 두 살배기 아이들이 "유튜브"라는 단어를 아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식사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식사 준비를 하고, 식사를 기다리고, 식사를 하는 동안 앉아있는 습관은 독일에서 너무나 중요하고 엄격하게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습관이다.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눈빛을 교환한다.' 이것은
어린아이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습관이다. 어려운 습관이기 때문에 몇 백번의 반복을 통해 이루어지는 습관인 것이다.
나는 처음에 독일인 남편이 왜 우리 어린아이들에게 밥 먹을 때마다 팔꿈치는 책상 밑에, 허리는 꼿꼿이 포크와 나이프는 어느 손에 쥐어야 하며, 입을 쩝쩝거리며 씹지 말라는 말을 계속하는지 신경에 너무 거슬렸다. 또한 아이들이 식사를 마쳤을 때 아무 때나 일어나는 것을 금지시켰다. (진짜, 금지시켰다. 우리 아이들은 만 5세, 만 3세이다...)
아이잖아. 좀 느슨하게 해.
이 말이 내가 하는 말이었고, 남편은 우리나라 속담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을 인용해서 이것이 우리가 아이들이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가정에서 배워야 하는 것 중에 하나라고 내 귀에도 딱지가 앉도록 말을 했다.
다른 독일 아이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독일의 아이들은 이 것을 배운다. 기다리는 법, 대화하는 법. 음미하는 법. 부모들은 지치지 않고 이것을 교육시킨다. 어린아이들의 집중력은 정말 짧다. 인내? 그게 무엇인가? 우리의 외식 문화는 스트레스 해소라는 의미도 있다. 집에서 밥해 먹지 말고, 맛있게 밖에서 먹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 놀이터가 있는 감자탕 집을 찾고, 아이들 손에 핸드폰을 쥐어주고, 어른들은 그 사이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눈다.
10분간 인내할 수 있는 아이는 10년이 지난 후 훨씬 더 훌륭한 성적을 낸다.
영국의 스탠퍼드 대학의 Walter Mischell이라는 학자는 "Marshmellow Test마시멜로 테스트"를 아는가? 5-6세의 600명의 아이들의 대상으로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한 손에 쥐어 주고, 10분간 이것을 먹지 않고 기다리면 10분 뒤 하나를 더 얻게 된다는 테스트이다. 참으로 어린아이들에게 인내를 요구하는 테스트이다. '기다리면 더 많은 것을 얻으나, 지금 먹고 싶다......'
마시멜로를 테스트한 학자는 10년이 지난 후, 20년이 지난 후 이 아이들의 발달 과정을 체크하였다. 이 10분을 잘 견딘 아이들과 이 10분을 견디지 못한 아이들, 어떻게 변하였을까?
놀랍게도 이 10분을 인내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사회적인 위치도 보다 높게 획득한 것으로 발표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7kjsb7iyms
지금 조용히 밥 먹는 게 중요해? 아님 유튜브 없으면 못 사는 아이로 만들래?
우리는 한 달에 두 번 아이들과 외식을 한다. 첫 아이 체스 수업이 끝이 나면, 수업이 있는 시내의 레스토랑에 가서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메뉴를 고르고, 기다리는 동안 퍼즐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색칠놀이를 하거나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아이들에 지쳐 기분 좋게 외식하러 나와서 스트레스받아서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는 것은 좋다. 그러나 없으면 못살게 되는 아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 곳 독일 가정은 지금같이 인터넷이 발달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시대에도 아이들이 활동하는 오후와 저녁 시간대에 티브이가 켜져 있는 집은 거의 없다. 아이들의 교육과 습관은 집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어린이집의 몫도 학교나 학원의 몫도 아니다. 순간이 편하자고, 순간 방해받지 않고 싶다고, 유튜브를 우리는 틀어주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얼마나 동영상에 시선을 뺏기는지 아는가? 매혹적이다. 수십 개의 화면이 몇 초 만에 지나가고 알록달록한 화면은 아이들을 현혹시키기 충분하다.
아예 끊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식사시간,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시간, 가족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 이 10분을 견디는 습관을 들이기 까지는 부모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이 시간을 공들여,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는 습관을 들여보자. 10년 후 아이의 모습을 그려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