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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소이 Apr 21. 2023

공터

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사라지는 걸까

공터


오랜 세월 떠돌아다녔네

고민 끝에 정착한 곳

사라질 것들뿐이라서

먼지처럼 헤매었으니


반짝이는 강물은 흘러갔고

종이 위의 잉크는 바래졌고

잃어버린 사랑은 액자에 잡아두었으나  

영혼 없는 프레임뿐이라

곧 마지막 인사를 건네야겠지


순간은 물거품

서서히 커지다 펑 터져버리는

일시적 소용돌이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배신이 서슴없는 반역자들

생각을 도난당한 병정들

기억 뒤편으로 사라지는 사람들

흘러가기 위해 존재하는 시간들


부서질 것들은 언젠가 부서져

아무리 가득 채워도

한 줌의 가루만 남게 된다고


마음에 공터만 가득하니

단단히 뿌리내리지 못했네

아스라이 스러진 흔적들이여

이제는 안녕히.

작별인사를 고하지만 곧

먼지처럼 떠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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