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사라지는 걸까
공터
오랜 세월 떠돌아다녔네
고민 끝에 정착한 곳
사라질 것들뿐이라서
먼지처럼 헤매었으니
반짝이는 강물은 흘러갔고
종이 위의 잉크는 바래졌고
잃어버린 사랑은 액자에 잡아두었으나
영혼 없는 프레임뿐이라
곧 마지막 인사를 건네야겠지
순간은 물거품
서서히 커지다 펑 터져버리는
일시적 소용돌이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
배신이 서슴없는 반역자들
생각을 도난당한 병정들
기억 뒤편으로 사라지는 사람들
흘러가기 위해 존재하는 시간들
부서질 것들은 언젠가 부서져
아무리 가득 채워도
한 줌의 가루만 남게 된다고
마음에 공터만 가득하니
단단히 뿌리내리지 못했네
아스라이 스러진 흔적들이여
이제는 안녕히.
작별인사를 고하지만 곧
먼지처럼 떠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