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우 얼굴 눈썹 가운데, 아기치고 콧대가 높게 솟은 그 부분, 석굴암 본존불상 이마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정확한 그 자리에 자줏빛이 도는 푸르스름한 멍울이 생겼다. 아침에 자동차 문을 열려다가 바로 위 형, 선우가 동생이 다치게 될 줄도 모르고 있는 힘껏 문을 여는 바람에 자동차 뒷문에 정확하게 얻어맞았기 때문이다. 새벽에 눈을 떴을 때부터 차 앞까지는 그래도 속상하고 넘치는 화를 참고 차 앞까지 잘 내려왔는데, 아이들 기분을 잘 맞춰준 것에 만족하면서 좋은 마음으로 내려왔는데 그 현장에서 나는 남은 자제력을 잃고 말았다. 우선 동생 이마에 혹이 날 정도로 경솔하게 행동한 선우에게 세게 꿀밤을 주었고 나는 몰라라 이 상황은 전혀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는 투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는 정우한테도 가장 큰 형으로서의 무관심한 행동을 탓하면서 괜한 화풀이로 꿀밤을 먹였다.
세 아이 모두를 차에 태우고 아침부터 너희들이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았어도 나쁘게 말하지 않고 너희들 기분을 맞춰주려고 엄마는 많이 노력했으며, 또한 주말을 지낸 월요일이니 학교에서 지낼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해 주려고 한 것을 왜 모르느냐면서 나무랬다. 좋게 말해서 나무란 것이지 사실은 무섭고 사납게 말해서 아이들 셋 다 기가 죽어 있었다. 나는 아파트 후문을 빠져 나와 300미터쯤 달려왔을 때 차 문 앞에서 그렇게 조심성이 없이 행동하면 지금보다 더 크게 다칠 수 있고 그러면 정말로 위험하니까 그래서 갑자기 화가 났기 때문에 너희들에게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뜻으로 꿀밤을 때렸다고 말하면서 그런 행동을 하게 된 것을 사과했다. 이제는 내 기가 죽었다. 정문에 내려줄 때 평소 말할 때보다 더 부드럽고 다정하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큰 아이 정우만이 ‘알아 엄마.’라고 대답할 뿐 선우는 대답도 없이 계단을 올라갔다. 나는 사이드미러를 통해 정우와 선우가 계단 끝 벽과 문 틈 옆에 자기들 몸을 숨기고 자동차가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는 것을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서 학교를 빠져나왔다.
단우를 선생님께 데려다 주면서 멍울이 잘 가라앉는 약이 원에 있는지 여쭤보고 아이 이마에 발라 주셨으면 하고 부탁을 드리면서 한 번 더 단우를 보듬어 안아주고 그렇게 세 아들과 분주한 아침을 마감했다.
생활의 고단함이 가져오는 무게와 마음의 상처가 반복되면서 그 시간들이 휩쓸고 간 것에 그다지 슬퍼하지 않거나 마음을 비우게 되는 초연한 태도를 스스로 터득하게 된 것 같다. 아이들과의 삶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그 와중에 나는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또 거의 주도적으로 사랑을 먼저 말하면서 내 마음속에 난 혹이 녹아들도록 치유하면서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아이들과의 엄마인 나의 관계는 그 무엇으로도 흠집 낼 수 없는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위의 태도들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면서 저절로 수긍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조심스럽게 장담하건대, 이 세상의 어떤 엄마들 보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의 태도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 밀도 있고 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이것이 거의 언제나 한 번씩 내 마음속에 생기는 혹을 삭여주는 치료약임을 믿고 있다.
오늘도 어쨌든 단우 이마에 난 혹을 보고 그리고 내가 꿀밤으로 만들어 준 큰 아이, 작은 아이의 혹을 보고서 어떻게든 내 잘못을 다시 한 번 더 반성했고 아이들을 만나는 저녁이 되면 어제보다 더 다정하고 따뜻하게 안아줘야지 생각하면서 내 마음의 혹이 빨리 가라앉도록 거의 무의식적으로 다짐한다. 나는 아이들을 낫게해 줄 책임과 의무가 있는 엄마이며, 엄마는 그 책무를 실천하는 것이 곧 치유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세 개의 혹이 달린 엄마가 아니라 다른 엄마들은 절대 못 가질 약상자를 갖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