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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바라 Aug 02. 2019

<해리봉의 영혼탈출> #7. 눈물 젖은 햄버거

사춘기가 코 앞인 삼춘기 초딩의 영혼 체인지 SF 어드벤처

방송국을 나와서 바깥 공기를 마시니까 하.. 살 것 같다. 들킬까봐 조마조마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는데... 


무사히 미션을 마치고 나니 <알라딘> 의 지니처럼 자유의 몸이 된 것 같다. 아빠와 극장에서 디즈니의 <알라딘 >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노래도 좋아서 지난 학예회 때 재원이랑 같이 외워서 불렀다. 


♬ “A whole new world~”

   어? 그러고보니 각시탈 때문에 엄마와 영혼이 바뀐 지금이 딱 a whole new world,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네. 


“A new fantastic point of view~~”

   141cm 키의 해리로 보던 세상과 168cm 엄마의 키로 바라보는 세상이 완전 다르다. 가사 그대로 새롭고 환상적인 광경이다.


“No one to tell us ‘No’~~~~”

   어른이 된 나에게 아무도 안된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초등학생 4학년 해리였다면 혼자 택시를 타는 것도 커피를 마시는 것도 아마 허락되지 않았 을텐데.

“Or where to go~~~”


   정해진 시간에 학원에 가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없다. 노래를 여기까지 흥얼거리다가

“I can’t go back to where I used to be~~”


   이 부분이 나오니까 갑자기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내가 살아온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어떤 기분일까? 11살의 남자 아이 봉해리에서 40살 엄마로 바뀐 채 영원히 해리로 돌아갈 수 없다면? 나는 꿈도 많고 읽어야할 책도 많고 놀아야 할 친구들도 많고 음... 조금 귀찮을 때도 있지만 숙제도 해야하는데? 마인크래프트에서 만들어야할 것들도 많고, 내 파충류들도 돌봐야하고... 해리로 돌아가면 해야할 일과 하고싶은 일이 산더미다. 얼른 다시 내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내 귀여운 몸아...조금만 기다려줘.


   꼬르륵. 아 이 진지한 순간에... 진지 생각이라니. 엄마와 나는 배꼽시계가 정직하다는 공통점이 있었네? 아직 공개수업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어야겠다. 아침에 엄마가 택시 타고 밥도 사먹으라고 카드도 주셨다. 어떤 친구들은 학원 가기 전에 혼자 밥을 사먹기도 하던데.. 나는 오늘이 처음이다.


   일단 상암동 맥도날드에 들어가서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해본다. 오늘은 해피밀 말고 어른이니까 빅맥! 오늘은 탄산 못 먹게 하는 엄마도 없으니까 콜라 라지 사이즈로! 주문을 하고 카드로 결제를 하려는데... 5,100원에 2,300원, 총 7,400원이다. 와 나 혼자 먹는건데 진짜 비싸다. 엄마가 왜 햄버거를 자주 안 사주는지 이제 이해가 된다.


   자리에 앉아 내 번호가 뜨길 기다리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많다. 4인석 자리에 혼자 앉아있는 사람들... 예전에 친구들과 학교 끝나고 맥도날드에 같이 우르르 가서 신나게 웃고 떠들고 햄버거를 우걱 우걱 먹던 추억도 떠오른다. 갑자기 친구들이 보고싶다. 로빈이, 태환이, 재민이, 창민이, 선우, 하성이... 다들 잘 있겠지? 학교 급식실에서 식판 반납 하러 갈 때,


“마 마 마 자로 끝나는 말은 이노마 저노마 우리집 고구마 훔쳐먹지마~”


   다함께 합창하며 놀던 기억이 새록 새록하다. 지난 번에는 수업 시간에 12간지에 대해서 배우는데 하성이가 “해리야, 너는 무슨 띠야?” 그러기에 “나? 나는 소띠!”라고 대답 하자마자 친구들이 “우와~~ 나도 소띤데!!” “나도!! 나도!! 소름!” “우리가 다 같은 띠라서 친한가봐?” 하며 서로 웃었다.


   나중에 엄마한테 이 얘기를 하니까 “친구들이 동갑이니까 띠가 같은게 당연하지~ 으이그” 하셨다. 그래도 땀띠가 아닌 게 어디야. 우리 소띠 친구들, 하루를 안봐도 이렇게 그리운 걸 보니 내가 친구들을 좀 많이 사랑하나보다. 소고기 햄버거를 먹다 갑자기 눈물이 난다.


   눈물 젖은 햄버거.. 오늘 처음 먹어본다. ... 짭짤하고 맛있네. 하나 더 먹을까? 오늘 우리 학교는 급식으로 뭐가 나왔으려나? 급식으로 스파게티가 나오면 서너 번은 더 가서 받아왔다. 급식 조리 선생님들은 통통한 내가 귀여운지 밥도 많이 주시고 반찬도 많이 주신다. 엄마는 “해리는 잘 먹어서 예뻐”라고 하는데 조리실 선생님들도 그러신가보다. 


역시 뭔가를 먹으면서 먹는 걸 생각하는게 제일 즐겁다.


수제 버거보다는 맥도날드 버거가 훨씬 내 입맛에 맞는다. 덜 흘리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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