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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바라 Aug 05. 2019

<해리봉의 영혼탈출> #8. 엄마의 키로 바라본 학교

사춘기가 코 앞인 삼춘기 초딩의 영혼 체인지 SF 어드벤처

#9.♬너하고 나는 친구 되어서♬



   엄마가 알려준 대로 택시를 타고 우리초등학교로 향했다. 친구 엄마들이 보인다. 평소 놀이터에서 볼 때와는 다르게 곱게 화장을 하고 낯선 옷들은 입고 있다. 익숙한 계단을 지나 4학년 8반 교실 문 앞에 섰다. 매일 다녀서 몰랐는데 교실 문 앞만 바라봐도 친숙한 이 느낌. 가슴이 벅차오른다. 문을 열고 교실 뒤쪽에 서본다.


   엄마의 눈높이로 바라본 우리 교실은 참 작고 아담하다. 앉아있는 아이들도 더 작고 어려보인다. 앞에서 세 번째 줄에 나, 아니 엄마가 보인다. 엄마는 오늘 하루 어떻게 보냈을까? 궁금하다. 평소엔 엄마의 하루가 전혀 궁금하지 않았는데...


“어서오세요 어머님들~”


   내가 좋아하는 우리 박정현 선생님. 오늘 엄마는 별 일 없었겠지? 엄마, 아니 해리가 뒤돌아본다. 엄지를 치켜올리는 걸 보니까 안 들켰나보다. 뒤에서 보니까 친구들이 잘 보인다. 집중해서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는 도형이, 자꾸 뒤돌아서 엄마를 확인하는 민재, 옆 짝꿍과 이야기 하는 민준이, 뭐가 웃긴지 자꾸 웃는 예도.. 보고싶었던 친구들을 뒤에서 보고 있으니까...얼른 나로 돌아가서 친구들과 같이 놀고싶다. 쉬는 시간에 보드 게임도 하고 운동장에서 놀이도 하고...학교 끝나고 놀이터에서 자전거도 같이 타고... 같이 하고싶은 게 엄청 많은데.. 돌아갈 수 있을까? 갑자기 눈앞이 막막해진다.


   공개수업이 거의 끝날 무렵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질문 있는 친구?” 하고 물었다. 해리가 손을 들었다. 나라면 손을 들지 않았을텐데... 보통 손 들고 질문하는 학생은 우리 반 똑똑한 여자 친구들 두 명 정도다. 민지와 소민이. 친구들은 선생님이 “질문은 한번씩만 하기에요”라고 해도, 세 번씩 손을 들고 질문을 한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은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해리가 손을 들자 친구들이 의외라는 듯 쳐다본다.


“자, 해리가 질문해보세요”

“먼저 오늘 공개수업 준비하신 선생님, 집에서 직장에서 공개수업 보러 오신 학부모님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해리의 어른스러운 태도에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다같이 웃는다. 으악. 엄마는 봉해리인데 저렇게 엄마처럼 얘기하면 어떻게 해!!


“마지막으로 제가 드릴 질문은,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자랐으면 하는지 담임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아무리 각시탈 때문에 엄마와 내가 바뀌었다지만, 저런 질문은 평소에 엄마가 내게도 안하던 질문인데 왜 저런 질문을 하는걸까. 오늘 오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 네, 해리의 좋은 질문 정말 감동 받았어요. 안 그래도 오늘 학부모님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이런 얘기 꼭 드리고 싶었는데 우리 봉해리가 질문을 잘해줬네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직업을 갖고 일할 미래에는 더 이상 경쟁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쟁보다는 함께 해결 해야하는 일들이 점점 더 늘어날 거에요. 직장에서도 공동 프로젝트를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누가 누구보다 잘하고 못하느냐를 따지는 것보다는 어떤 일이든 모둠 활동을 통해 함께 의견을 모으고 조정하고 결정하는 그런 교육을 하고자합니다. 어떤 행동을 잘했을 때 ‘보상’을 주는 일도 안하려고 합니다. 상을 받기 위해서만 잘하려고 하면 과정이 중요하지 않게 되거든요. 우리 친구들과 학부모님도 이런 제 교육 철학을 믿고 지지해주셨으면 합니다”


   교실 뒤편에 서있는 엄마들이 박수를 쳤다. 자리에 앉아있는 친구들도 모두 박수를 친다. 누가 누구보다 잘하고, 친구를 이겨야하는 경쟁, 내가 스포츠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도 스포츠에는 경쟁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 마음을 우리 담임 선생님이 이해해주셔서 참 좋다.


   공개수업이 끝나고 엄마와 함께 교실문 밖으로 나오는데 엄마가 갑자기, 


“해리야!! 나 오늘 하루종일 참았어. 화장실 좀 다녀올게”

하면서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간다. 그런데 여자화장실 쪽이다. 나는 엄마의 긴 다리로 빠르게 뛰어서 봉해리 뒷덜미를 붙잡았다


“거긴 여자화장실이잖아!!!!!!!!!!!!! 누구 망신 주려고 그래????” 

“아 그렇지!! 미안 미안”


   휴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안 그래도 까칠하고 예민한 여자애들한테 변태로 낙인 찍힐 뻔했다. 엄마가 아들 앞길을 막을 뻔 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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