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바라 Aug 06. 2019

<해리봉의 영혼탈출> #9. 탁구를 좋아하는 이유

사춘기가 코 앞인 삼춘기 초딩의 영혼 체인지 SF 어드벤처

   친구들이 우르르 하교를 한다.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한다. 익숙한 하교길인데 엄마의 얼굴로 엄마의 발로 걸어보니까 느낌이 다르다. 학교가 이렇게 작은 곳이었나. 아담한 운동장과 재잘거리는 아이들 모습이 오늘따라 무척 귀엽다.


“엄마, 오늘 하루 잘 보냈어? 들키지는 않았지?”

“그럼~~ 엄마가 누구니. 아주 치밀하게 잘 했지. 해리 너야말로 아무 일 없었어?”

“그럼~~ 누구 아들인데.. 근데 오늘 점심 메뉴는 뭐 나왔어??”

“짜장면~!! 정글에 온 것처럼 아이들이 달려들더라. 사실 엄마도 엄청 맛있어서 두번이나 더 먹었어”

“나랑 친구들은 짜장면이 나오면 보통 서너번은 더 먹어. 급식 때문에 학교 갈 맛이 나”

“급식 중요하지. 엄마도 학교 다닐 때 그랬어~! 그리고 대부분의 직장인들도 점심 맛있는 거 먹으려고 회사 가는 거야”

“어른들도 그런다니까 진짜 웃기다”

“먹는게 얼마나 중요한데! 우리말에도 ‘밥’이라는 단어가 엄청 많이 들어가잖아. 언제 밥 한번 먹자, 밥은 먹고 다니냐, 한국인은 밥심으로 사는거지! 등등. 아 또 있다. 다 먹고살자고 일하고 공부하는 거잖아. 그치?"


   엄마랑 나랑 먹는걸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었네!


"근데 해리야 오늘 엄마 반차 냈는데 우리 기분 전환도 할 겸 탁구치러 갈까?”

“좋아!! 엄마, 내가 탁구 잘 치는 비법 하나 알려줄까?”

“뭔데?”

“비법은... 탁구공을 째려보는거야! 공을 노려보니까 잘 맞더라구. 저번엔 5번이나 연속으로 쳤어!!”

“하하하 엄청난 비법이네! 탁구나 배드민턴이나 야구나 공으로 하는 운동 할 때마다 그 비법을 사용하면 되겠다. 우리 해리 대단하네~~”


   엄마와 동네 탁구장에 도착했다. 탁구장 벽에는 언젠가 탁구 국가대표를 했다는 어떤 아주머니의 엄청나게 큰 사진이 붙어있다. 이 분 탁구장에서 한번도 못 본 거 같은데... 원래 사장님은 얼굴 보기 힘든 건가? 사실 나는 축구는 뛰다가 넘어져서 다리 다칠까봐 싫고 농구는 손가락 부러질까봐 걱정되고 수영은 수영복 갈아입는게 귀찮아서 안 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대부분의 운동을 멀리 했는데, 이렇게 작고 가벼운 탁구공을 살짝 살짝 네트 너머로 넘기는건 좀 재미있다. 탁구공에는 맞아도 안 아플거 같고, 발은 거의 안 움직이고 팔만 움직이니까 다칠 일도 적을 것 같다. 핑 퐁 핑 퐁 엄마와 탁구공을 함께 주고받으니 땀이 송글 송글 맺힌다.


   학교도 가야하고 방과후 수업도 해야하고 영어학원도 가야하고 숙제도 해야하는데 엄마가 나한테 운동도 다니라는 건 좀 너무 하지 않나 생각했다. 그런데 숙제하는 것보다 탁구가 훨씬 재미있다. 움직일 때마다 뿡뿡 방구도 나오고. 사실 아까 탁구칠 때 핑 퐁 핑 퐁 박자에 맞춰서 뿡 빵 뿡 빵 방구를 꼈다. 엄마도 나처럼 방구를 잘 뀌네. 두번째 공통점을 찾았다.





이전 09화 <해리봉의 영혼탈출> #8. 엄마의 키로 바라본 학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