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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피 Sep 04. 2023

'P'의 계획

완벽한계획 


JJI Cafe에서의 따뜻하고 맛있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본격 하루일정을 시작해 보기로 다. 숙소를 찾아 멕그로드를 한 바퀴 돌아보기 위해서다. 앞으로 2개월은 이곳에 머무를 생각이니 저렴하고 무엇보다 뷰가 멋진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너 P야?


“그런 것 같은데.”


성격유형 검사 결과가 할 때마다 다르게 나와서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P성향은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는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유심히 읽어본 기억이 있다. 


나는 계획성 있는 사람이 아니다. 다양한 나라를 여행했지만 내가 하는 계획이라고는 항공권과 호텔 이틀 치 예약뿐이고, 리뷰보다는 내 두발과 눈을 신뢰하는 무계획 여행자다.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 일지 모르겠지만 검색을 하면 쏟아지는 정보와 광고들이 오히려 내 여행을 부담스러운 일거리로 만들어 버린다. 또 그런 리뷰를 따라 현지식당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한국 방문객으로 인해 올라버린 가격과 터무니없는 양에 실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여행지에서 식당을 고르는 기준은 간단하다. 식사시간에 동네 한 바퀴를 돌아보는 것이다. 그러면 현지인들이 몰려있는 식당이 꼭 있는데 그곳이 바로 맛집이다. 밤에 도착하면 숙소는 어쩔 수 없으니 이틀정도 미리 잡아두고 출발하되 체류하는 동안 구석구석을 뒤지며 마음에 드는 곳으로 이사를 한다. 


하지만 내가 여행하던 당시에는 인터넷 검색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뭐든 맨땅에 헤딩. 미리 예약하는 시스템 따윈 없었다. 때문에 라떼(07-08) 여행자들에겐 공항노숙과 버스정류장 노숙은 기본 옵션이었다. (과거 여행에서 익혀온 습관들이 지금의 무계획 여행자인 '나'를 만든 것 같기도 하다)  




맥스랑 급속도로 친해지며 JJI cafe 카페 근처에 잠시 묵을 숙소를 잡기로 했다. 카페 바로 옆에 Lonely planet(여행책)에 소개된 유명한 호텔이 있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탈락이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싶어 온 여행이니 사람이 많은 곳보다는 조용한 곳이 낫겠다 싶어 다른 숙소를 찾아 발길을 재촉했다. 조금 걸으니 두 갈래 길이다. 한 길은 폭포로 향하는 길이고 다른 한 길은 내리막길인데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분명 숙소가 있을 것 같은 촉이 발동하여 내려가 보기로 했다. 조그마한 계곡을 중심으로 이 집 저 집 모여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곳곳에 작고 허름하게 ‘게스트 하우스’라 쓰여 있기도 한걸 보니 서양장기 투숙객들이 주로 묵는 곳인가 보다. 푯말을 따라 구불구불 길이 이어진다. 


‘아니 어디까지 들어가야 되는 거야….’ 


'!!!!!!!!'


그냥보기에도 아름다운 뷰가 펼쳐졌다. 저 멀리 협곡이 보이는데 그 협곡을 테라스가 바라보고 있다. 주인아저씨가 방을 보여주겠다며 열쇠를 찾으러 간 사이 그 풍경을 충분히 담아본다. 눈앞에 볼 수 있는 색이라곤 녹색과 진한 파랑 정도다. 말 그대로 숲과 하늘에 둘러싸여 있는 집이다. 이것이 무계획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다. 기대하지 않은 상황과 장소에서 문득문득 그것도 벅차게 만나는 행복과 감동. 방에서는 조금 쿰쿰한 냄새가 났다. 오랫동안 사람이 머무르지 않았다고 파격 할인 해 주신단다. 나는 100퍼센트 만족할 수 있는 숙소는 어차피 없음을 알기에 순간온수기가 잘 작동되는지만 확인하고 일주일치 방값을 지불했다.        

아저씨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퇴장하시고, 드디어 돌덩이 같은 배낭을 내려놓고 침대에 털썩 내 몸도 내려놓았다. 창밖으로 아까는 보지 못했던 꽃나무가 보인다. 그 가지 위에 색깔도 예쁜 새가 잠시 앉았다가 다시 어디론가 날아간다.

 

‘이런 게 행복이지.’     


조용히 눈만 감고 있으려 했는데 스르륵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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