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이어가는 힘
최근 개인적으로 무척 충격적이었던 뉴스는 넥슨 창업자 김정주 씨의 부고였다. 창의적인 앙트르프르너십의 대명사였던 그가 우울증을 앓았다는, 그래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일면식은 없지만 글로벌 게임회사를 일구고, 수조 원의 가치를 창출한 그의 죽음이 너무 안타까웠다.
삶을 스스로 중단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스스로 현실을 비관한다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주위에 가족이 있어도, 누군가 옆에서 어떤 위로의 말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멘털이 강하거나 , 아니면 무지 느긋하거나 그런 사람은 견디어 나갈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희망이란 무언가 이뤄지길 바라는 것인데 이뤄지길 바란다는 것도 삶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증거다.
삶에의 의지는 늘 샘솟는 게 아닌 것 같다. 내게 소중한 삶이 주어진 이상 잘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의지의 샘이 마르지 않도록 늘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작은 희망의 방울을 내려주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 가족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지구 사랑, 예술에 대한 사랑, 인류에 대한 사랑 등...
내가 키우는 바질이 시들시들했다. 시든 잎을 (겨우 5장) 따서 물에 한참 담갔더니 생기가 돌았다. 뭐에 쓸지 몰라서 일단 냉동고에 보관했다. (소꿉장하는 것 같아 우습기도 했지만 일단 재미있다. ) 바질의 가는 줄기 끝에 몇 잎 달려 있는 것을 보니 애처롭다. 레몬주스를 만들어 마시고 나온 씨가 튼실해 보이기에 잘 씻어서 5개를 바질 옆에 심었다. 싹이 날 것을 기대는 안 했지만 씨가 버리기엔 너무 싱싱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멀리 지구 반대편 나라 칠레에서 수입된 레몬의 씨앗이 우리 집에서 발아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그리고 잊고 지낸 지 수일 뒤! 가만히 보니 고개를 쑥 내미는 작은 싹이 보였다. 그것도 2개나!!
“안녕?” 하고 인사를 하려다 보니 칠레에서 수입한 레몬에서 나온 씨앗에서 나온 싹이니 스페인어로 해야 할 것 같다.
“올라~?”
그 후 보름이 지났다. 그새 제법 키가 큰 것 같다.
앞으로 얼마나 자랄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키워야 할지도 모른다. 네이버에 찾아보니 레몬 씨앗에서 싹을 키워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희망을 품어본다. 레몬 싹이 자라서 잎이 나고 꽃이 피기를. 레몬 꽃 향기는 어떨까? 아마도 치자꽃 향기 비슷하지 않을까? 그리고 노란 레몬이 열리기를 감히 기대해 본다.
식물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자라고 있다. 위의 사진을 찍은 날로부터 한달 뒤의 모습을 기록했다. 그냥 보면 잘 모르겠는데 비교해 보니 제법 잎이 커진 걸 알 수 있었다. 뿌듯하다.
나 역시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가끔 찾아온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간다. 작은 희망들을 하나씩 쌓아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