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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rilim Dec 11. 2023

고졸사원 vs 대졸사원

  우리 회사에 직장인은 두 부류로 나뉜다. 고졸사원과 대졸사원. 고졸사원은 우리 회사와 연계된 고등학교에서 추천을 받아 지원하여 오게 된다. 일반적으로 고졸 사원들은 회사가 필요한 인원수만큼 뽑히며, 면접에 올라가면 대부분 합격이다. 대졸사원은 회사가 요구하는 일정한 학력을 갖춘 사람들이다. 이 외에도 부서별로 요구하는 능력과 스킬이 있으면 이 또한 해당된다. 해외사업팀의 경우, 고졸사원은 일반적으로 입출고 혹은 영업관리의 일을 하도록 하게 하며, 대졸사원은 해외영업직을 맡게 되는데 입사 시 대졸사원은 영어 시험을 보는 것이 고졸사원과 다른 점이다.

  이 외에도 큰 특이점은 바로 "승진"이다. 고졸사원은 근속연수가 5년 이상이 되어도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승진할 수 없으며, 말년 "사원"이 될 수 있다. 다만 고졸 사원은 회사에 3년 정도 다니면 서울권에 있는 대학에 산업체전형으로 야간대학을 진학할 수 있고, 2년은 지방에 있는 대학을 야간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다.

  우리 회사에서는 대놓고 고졸사원, 대졸사원 편 가르기를 하지 않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고졸사원과 대졸사원의 선은 명확하다.

  우리 팀에도 고졸사원이 두 명 있다. 한 명은 온라인 출고 담당하는 김희남 씨, 한 명은 영업관리를 하는 송수림 씨. 김희남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입사하여 1년 차인 신입사원이다. 송주림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약 8년을 회사에 다니면서 서울권 야간대학도 졸업했다. 하지만 송주림 씨도 직급은 사원이다.


  대다수가 코로나로 우리 사회가 코로나 피로가 쌓였을 때, 회사에서는 더 이상 코로나를 큰 병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1주일 정도만 집에서 쉰 후 복귀할 수 있었으며, 코로나 환자와 접촉이 있었더라도 확진판정을 받지 아니하면 출근해야 했다. 이는 선자 씨에게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선자 씨는 재택은 집에서 쉬는 것이라고 생각할뿐더러 전화 음 2번에 전화를 받지 않으면 당장 일하지 않는 사람라고 생각하기에... 우리 팀은 아무도 아파서 조퇴한다거나 재택을 해야 한다는 말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다만, 아픈 사람은 조용히 자신의 연차를 사용하였다.

 선자 씨가 원래도 회사밖에 모르는 사람이지만, 재택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은 우리 팀 직원 에벌리가 한 몫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불만을 품은 팀원들이 뒤에서 에벌리를 욕하는 것을 나는 나의 촉으로 알아차렸다.

  무시하는 눈빛.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행동들,

  그녀가 의견을 내면 "what?" 하는 표정들..

  다 큰  어른들이 팀원 한 명을 대놓고 따돌리지는 않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눈빛과 행동으로 충분히 따돌림이 느껴졌다. 이 느낌이 강했던 건, 점심시간이었다.


  "Hi guys~! Let's eat! I am so so hungry."(우리 빨리 밥 먹자~! 나 너무 배고파.)

  에벌리가 아침부터 배고프다고 징징대더니, 점심시간이 되자 세상 행복해 보인다. 우리는 모두 회의실 큰 탁자에 둘러앉았다. 각자 준비한 점심을 꺼냈다.

  "Yeah. What did you order?"(점심 뭐 먹어?)

  나는 에벌리에게 물었다. 

  "I got Vientames Noodles with Chickens."(베트남 쌀국수랑 치킨 먹을 거야!)

  에벌리는 자신이 주문한 음식을 신나게 설명했다.

  "You had only Salad?"(너 샐러드만 먹을 거야?)

  에벌리는 나의 조촐한 점심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그녀의 큰 키를 유지하느라 많은 양을 소화할 수 있지만, 나는 딱히 소화도 되지 않고 밥맛이 없어 샐러드를 시켰을 뿐인데.. 이런 내가 신기한지 그녀는 계속 이거면 되겠냐고 세 번이나 물었다.

  "희남 씨는 뭐 드세요?"

  나는 대각선 쪽에 앉은 희남 씨에게 물었다.

  "저는 샌드위치 사 왔어요! 여기 샌드위치가 정말 맛있어요."

  희남 씨는 샌드위치가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확실히 나이가 나보다는 열 살 터울이 있으니 무얼 해도 귀엽고, 화장을 하지 않고 와도 귀여웠다.

  팀원들은 점심을 먹으며 이 얘기 저 얘기 나누었다. 나 또한 희남 씨와 그리고 시끄러운 에벌리와 그리고 성격이 좀 세 보이는 방진희 씨와 같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점심을 먹었다.


  "You know what? Sunja is so crazy. Do you know what she said?"

  에벌리는 계속해서 영어로 말하였는데, 특히 점심시간에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선자 씨의 험담을 했다. 처음에는 목소리도 크고 재밌게 설명하는 그녀 덕에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점차 표정이 좋지 않아 보이는 희남 씨가 신경이 쓰여 그녀의 이야기에서 나도 멀어졌다.

  잘 먹은 것도 아닌, 안 잘 먹은 것도 아닌 점심시간이 끝나고 방진희 씨가 개인톡이 왔다.

  "아니, 왜 계속 영어를 하고 ㅈㄹ이야."

  "네?"

  "아니, 에벌리요. 눈치가 없어. 희남이가 무슨 영어를 알아듣는다고 영어로 지껄여. 그럼 미국이나 가지."

  "아... 희남 씨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시더라고요."

  나는 갑작스러운 진희 씨의 개인톡에 놀랐지만, 적당히 답변을 하고 끊었다. 물론, 희남 씨가 못 알아듣는 영어를 사용한 것이 실례가 되지만 꼭 희남 씨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은 안 할 것 같은데 왜 진희 씨는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직은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도 네이티브이기에 에벌리에게 영어로 대답하였는데... 이런 카톡을 보낸 이유가 뭘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다시 업무에 집중했고, 업무를 하다 보면 희남 씨와 말을 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희남 씨, 혹시 이거 재고 확인 될까요?"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

  "희남 씨!"

  "네?"

  대답하기 싫은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거 재고 확인 좀 해주세요."

  "네."

   이번에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모니터만 바라보며 답했다.

  나의 업무는 일반적으로  희남 씨와 계속해서 협조해야 하는 일인데, 희남 씨는 한 번에 대답을 한 적이 없다. 금방 할 수 있는 것들도 바로 확인해주지 않고, 다시 물어봐야 알려주거나 두 시간은 훌쩍 지나야 답이 돌아왔다. 그럴 때마다 진희 씨는 내게 말했다.

  "희남님이 바빠요. 거의 일을  다해서.."

  "아.. 예.."

  단톡방에 나는 카톡을 보냈다.

  "@희남 씨, 이번달 행사 할 증정품 SKU 세팅했습니다. 재고 확인해서 알려주세요."

  모두가 읽었는데 희남 씨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엉덩이를 들어 위에서 희남 씨 쪽 대각선을 바라보니 희남 씨는 모니터를 쳐다보기만 하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하긴 하는 것 같은데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나는 이번에는 말을 아끼기로 했다.

  "징-"

  진희 씨에게 온 카톡이었다.

  "희남님이 예전에 우리 출고해야 하는데 재고가 없어서 일일이 매장 돌면서 찾아가지고 내보냈어요."

  "희남님이 맨날 야근해요."

  진희 씨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계속해서 희남 씨를 대변하고 있었다.

  결론은, 진희씨말은 희남님은 매우 성실하고 착하며, 야근을 꼬박꼬박 하는 모범생이며 우리 팀 중에서 거의 제일 바쁜 막내라는 말이었다.

  "진희 씨. 희남 씨랑 친한 거 잘 알겠는데요. 제가 시키는 일은 하나도 안 하고 무시하는 저 태도가 좀 이상하네요."

  "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바빠서 그런 걸 거예요." 

  "아.. 네."

  나는 나의 진심의 말을 한마디 더 하려다가 말을 아꼈다.

  희남 씨의 태도는 계속해서 변화가 없었고, 나는 그녀의 이런 태도에 아무런 반응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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