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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혜림 Jan 16. 2024

돈과 행복의 관계

와 요즘 읽고 있는 3가지 책 소개

여태까지 나는 돈과 건강하지 못한 관계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소비를 할 때마다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면서 어떻게서든 아끼려고 했던 습관을 갖고 있었다. 

분명 죽고 나서는 친구와 가족들과 보낸 시간, 여행 갔던 순간들, 행복하게 보냈던 추억들만 남을 것을 알고 있다. 


아직 그것마저 희생시키는 단계에 접어들진 않았지만, 최근 돈을 지키려는 욕심에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이건 사업을 할 때 최대한 적은 돈이 들어가도록 모든 유지보수.생산.마케팅.인건비 비용들을 아끼고자 하려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번 돈을 사업 외에 내 삶과 내 행복을 위해 어떻게 쓰냐는 것이다. 


여태까지 내가 갖고 있었던 안 좋은 - 여기서 말하는 '안 좋은'은 나 자신의 웰비잉(well-being)을 해치는 - 습관들을 나열하고자 한다. 


1. 나는 한 번에 너무 많은 것을 하려는 습관을 갖고 있다. 어떻게 하면 잘될지 그림이 다 그려지기 때문이다. 2년 안에 해야 하는 것을 한 번에 하려다가 번아웃이 오고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2. 머리가 워낙 빨리 돌아가서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내가 생각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부분 실제로 그렇게 흘러간다. 하지만 보통 장기적/큰그림으로 볼 때에는 예상할 수 없는 결과로 흘러갈 때가 많다.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 쉽고 빨리 그려져서 모든 게 금방 싫증 난다. 

3. 쉴 줄 모른다. 갭이어라는걸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아마 이건 무의식적으로 장착돼 있는 anxiety(불안감) 때문인 것 같다. 성장하고 있지 못한다는 불안감, 그리고 수입이 지속적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불안감 때문에 분명 쉬어야 하는 타이밍일 때도 쉬지 못한다. 지금도 휴식기라고 지정하고 있지만 계속 유튜브 영상을 찍고 있고 일을 하고 있다. 

4. 돈을 아끼고 저축하는 습관. 생활비 같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나가는 비용들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쓸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매번 소비할 때마다 내 시간당 수입/값어치가 얼마인지 계산하면서 너무 많이 소비한다 싶을 때 기분이 안 좋아진다. 

5. 행복을 최우선시하지 않는 습관. 성장과 수익을 위해 행복을 뒷전으로 한지 얼마됐지..? 10년은 넘은 것 같다. 중고등학교를 한국에서 나오면서 높은 성적을 위한 무한 경쟁의 굴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도 취업을 위한 무한 경쟁,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는 커리어적인 성공.. 그리고 부를 얻기 위한 경쟁의 굴레에 들어왔다. 한 번도 쉬지 않은 채 한 개의 굴레에서 다음 단계의 굴레로 들어갔다. 창업을 하면 적어도 취업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이 짧았다. 창업의 세계에서는 레벨이 훨씬 진화된 경쟁자와의 경쟁을 해야 한다. 이 경쟁에서 지면 내 사업과 내 생계급여까지 위험해지는 상황이 온다. 항상 "경쟁"만 바라보며 내 자신을 더 푸시하고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않은 채 일하기만 바빴다. 

6. 마음이 너무 조급하다. 의식주를 커버할 수 있는 passive income을 만들지 않아서 마음이 항상 불안하다. 동시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현재 상태에 완전히 만족을 할 수가 없다. 고로 불행하다. 


적어도 나는 항상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내 성격의 장단점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을 하며 파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 들어가지 않기로 하고 창업을 하기로 한 거고, 창업도 스타트업이 아닌, 유니콘을 만들어서 기업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게 아닌, passive income을 달성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나는 배우고 싶은 게 너무 많고, 해보고 싶은 게 아직 너무 많다. 여전히 나만의 분야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알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장 웃긴 건 내가 겪는 90%의 스트레스는 내가 내 자신에게 스스로 부여한 일 때문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갖는 스킬이 아니라 체력을 단련시키는 것처럼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키울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나는 내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법은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행복을 주는지는 아직 못 깨달은 것 같다.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고자 한다. 


조금 덜 진지하게 살고자 한다. 내 건강과 행복을 최우선시하고자 한다. 돈을 더 잘 쓰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이번에 "The Almanack of Naval Ravikant: A Guide to Wealth and Happiness"와 "Die With Zero"라는 책을 읽으면서 그 방법을 조금 배운 것 같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벌 것이라면, 현재의 내가 미래의 나를 위해 돈을 저축하고 있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동시에 체력이 좋은 20대 때와 체력이 더 안 좋고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책임이 생긴 50대 때에는 할 수 있는 일들이 있고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50살에는 유럽 배낭여행을 그때의 체력을 갖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도 체력이 안 좋은데 50살일 때에는 얼마나 더 안 좋을까? "Die with zero"라는 말은 죽을 때 내 통장잔고가 0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0,30,40대 때 죽어라 돈을 모으다가 50,60,70이 되어서 내가 평생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려고 할 때에는 이미 늦었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내가 죽기 전에 경험하고 얻고 싶은 게 무엇이 있는지 나열을 해봤다. 올해는 이 중 많은 것을 시작해보고자 한다. 


- 세계 여행 가기 (아마존, 탄자니아 사파리, 말레이시아 스쿠버다이빙, 페루 마추피추, 아이슬란드 오로라) 

- 디지털 노마드의 삶. 한 곳에 정착하지 않는 삶

- 드럼, 색소폰, 기타 배워서 재즈 밴드 들어가서 라이브 공연하기

- 바텐더 자격증 따서 이태원에서 알바 뛰어보기 

- 영화 제작/프로덕션

- 책 출판하기

- 산호초 심기 

- 내가 바라는 인테리어가 된 집과 차


이렇게 보면 나의 원천적인 삶의 욕구들은 물질적인 것들 보다는 더 많은 경험과 끊임없는 배움인 것 같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것만 반복하는 삶이 나에겐 지옥과도 같다. 의식주만 해결이 된다면 난 정말 여행만 다니고 싶다. 새로운 사람들과 문화를 만나며 내 가치관들과 지식을 넓히고 싶다. 모든 걸 배우고 죽고 싶다. 내가 적어도 이 세상에 태어나서 주어진 100년이라는 시간 안에 내가 관심 있는 가능한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 이 삶은 어떤지, 저 사람의 삶은 어떤지가 너무 흥미롭고 재밌다. 동시에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류가 여태까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배우는 과정도 재밌다. 그래서 요즘 다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책을 읽는다. 


사실 안 좋은 습관에 "생각을 너무 많이 하는 것.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는 것"도 추가해야 한다. 알면 알수록 불행해진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내 생각과 가치관들이 바뀌고 넓혀지는 경험에서 많은 희열과 호기심을 느낀다. "너무 짜릿하다."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궁극적으로 삶에 대해서는 굉장히 낙천적이다. 아직 배울게 한참 많이 남아있고, 그것들을 배울 생각을 하면 설렌다. 하지만 내 자신에게 계속 스트레스를 주다 보니, 그 스트레스를 최대한 낮추고자 한다. 덜 조급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침착해지고 싶다. 침착하게 나아가는 법을 배우고 싶다. 연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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