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목적이 되지 않기 위해

이소영 <식물을 연구하는 태도> <<자연으로 향하는 삶>>

by 혜성

"나는 아름다움을 목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이소영, <식물을 연구하는 태도> 53쪽(<<자연으로 향하는 삶>> 1권, 도서출판 가지, 2025)


일요일에 마포중앙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펼쳐 읽었습니다. "자연으로 향하는 삶"이라는 제목 아래 네 권의 짧은 에세이 모음 중 첫 번째 권에 해당하는 <식물을 연구하는 태도>입니다.


저자가 식물 그림을 그리게 된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부터 출발해 식물 그림을 그리는 삶과 이 일을 하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는데, 얇은 책 안에 식물 세밀화가로서의 이소영이 맑고 투명하게 드러납니다. 마치 그의 식물 그림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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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언급한 데에는 저자가 사람들에게서 본 "식물로부터 기대하는 이미지"(52쪽)가 작용합니다. 아름다움 혹은 우아함 등의 '식물다움'이 자신이 식물 그림을 그리는 데 경계해야 할 요소라고 저자는 밝힙니다. 애초에 식물이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더 나아가 숲의 식물들은 언제든 자연을 훼손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인간종을 상대하며 치열하게 삶을 쟁취한다고요.


식물을 향해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름다움으로 보고 싶은 욕망이 만들어낸 인간의 자기 중심적 시선이라는 저자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때론 순수한 단어가 그것을 사용하는 마음과 상황에 따라 그 순수성을 잃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좋은 책'이라고 할 때의 '좋은'이 '잘 팔리는'을 전제할 때처럼요.


한 문장만을 고를 수 없을 만큼 삶의 깊은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책, 이소영의 <식물을 연구하는 태도>였습니다.


덧붙임

1. 유통은 네 권 통 판매 방식이지만, 애초에 낱권으로 되어 있는지라 도서관에서는 각권에 대출 바코드를 부여해 한 권씩 빌릴 수 있게 해두었다. 얇고 가벼운 책으로 여러 저자의 마음과 태도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2. 대출한 책이라 밑줄을 그을 수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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