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고 남편의 모범답안
우리의 계절, 우리의 달이 되었어.
임신을 하고 10달을 함께 지내는 동안,
해든이를 낳고 보름이 지나는 동안,
넘치게 들었던 사랑한다는 고백의 대답을 길게 써 봐야지.
당신에게는 어떤 다짐이 있었을까.
어떤 마음이었길래 그렇게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배부른 나를 봐주고
묵직하고 따뜻한 손으로 상해 가는 얼굴을 큼직하게 쓰다듬었을까.
가끔은 전해지는 당신의 마음이 너무 크고 대단해서
이 순간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 나를 위로하려는 당신의 다짐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였어.
하루 종일 약하고 불안하고 예민한 사람들과 고통과 슬픔들에 치이고 갈리고서
잘 수 있는 세 시간의 틈을 나누어 나에게 오고는
함께 더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현관문을 열고 나를 세게 안을 때마다
그 품이 너무 가득해서 당신이 거인만큼 커져서 나를 품는 것 같았어.
연애하던 때보다 몇 배는 자주 들었던 예쁘다는 칭찬은 고맙다는 인사에 빠뜨릴 수 없지.
매일 몇 번씩이고 왜 이렇게 예쁘냐, 어떻게 이렇게 예쁠 수 있나, 너무 예쁘네 하고
다양하게도 감탄해주던 당신의 칭찬 덕분에
임산부 다워져가는 내 모습도 괜찮은 듯 꽤 의연하게 지나왔어.
당신의 고민들을 나누어 주던 것.
당신의 투정과 심각한 사건들과 속으로 겉으로 갈등하던 문제들 모두
나와 나누고 함께 의논하고 의견을 물어보던 것들이 더 당신과 함께 살아가는 느낌이 들게 했고,
누군가가 나아지거나 주로는 더 아파져 가는 동안
그리고 그걸 해결해 가는 성공과 실패들을 자주 전해줘서 나의 평온 사이에도 자극과 영감을 주는 것.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사소한 특징들을 내게 전해준 덕분에 당신의 일상을 좀 더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었어.
처음 해든이에게 젖을 물리던 때에
'이렇게 안 먹으면 엄마가 얼마나 속상하겠어' 하던 다정한 꾸짖음을 기억해.
아가에 대한 걱정보다 나를 앞서 걱정해주던 그 다정함이
엄마가 되었지만 여전히 당신에게는 가장 우선이고 싶은 기대에 대답이 되었지.
칙칙한 보라색 두둥실한 조리원복에 젖이 새어 얼룩지는 동안도
'너무 대단해 여보, 멋진 일이야, 존경스러워'라며
자연스러운 과정에 부리던 내 투정을 나무라지 않고 세차게 격려해 준 거.
어른이 되어야 하고 엄마가 되어야 하는 불안에도
당신에게는 여전한 내 모습으로 어리광 부리고 기댈 수 있어서 얼마나 든든했나 몰라.
그렇게 한 사람이 태어나고, 한 세대가 교체되고, 한 세상이 시작되는 벅찬 때에
수반되는 불편과 아픔들도 당신의 사랑으로 촘촘히 메워졌고
당신이 곁에 없을 때에도
그 마음들이 쉼 없이 나를 데우고 감싸서 언제나 가득 차있다는 걸,
너무 행복하다고 전하고 싶었어.
고마워 여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