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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혜윤 May 08. 2016

사실 내 첫사랑

아빠에게.

364일을 늦둥이 외동딸의 날로 보내시다

일 년에 하루. 오늘. 당신의 날.


사실 내 첫사랑, 아빠에게



아빠가 유일하게 늦잠 자는 일요일.

나는 유일하게 아침 잠을 스스로 이겨내는 일요일. 


일요일 아침이면 깨우는 엄마도, 

학교에 갈 일도 없지만

얼른 아빠 옆에 눕고 싶어서 안방으로 달려갔다.


혹여 아침 잠 깨울까 조심스러워 할 겨를도 없이

엄마가 누워있는 반대 편 팔을 꺼내어 얼굴을 파묻고는


엄마가 더 좋아 내가 더 좋아 하고 귓속말로 물어보면

엄마한테 비밀이라며 우리 딸이 더 좋지 하는 말을 듣고

꺄르르 거리다가


한 마디라도 더 걸어 보겠다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신문의 글씨를 궁금해 했다.


뛰고도 남을 거리를 걷다가 다리 아픈 척

업어 달라고 어리광을 부리면

'시집갈 때 까지는 아빠가 업어 줘야지'

하며 나를 등에 태울 때에

'나는 아빠한테 시집 갈 거야' 했었는데,


언제부터 였던지 모르겠다.


처음 좋아하는 남자 애가 생겼다 고백했더니 

뭘 입는지도 몰랐던 내 옷들을 보며 걱정을 하고, 

해가 지기도 전에 늦었다며 전화하는 아빠에게

조금씩 퉁명스러워 졌고,


이젠 내가 친구들과 같이 있기도 바빠서 

시간이 많아진 아빠와는 함께 할 시간이 없어졌다.


간지러운 말을 못 하는 아빠가 술에 취한 밤

잠들어 있는 나를 사랑한다며 끌어 안을 땐

귀찮아 죽겠다며 등을 돌려 누웠다.


그리고,

언제부터 였던지 모르겠다.


세상에 가장 크고 듬직하던 남자의

이마에 눈가에 깊은 주름들이 눈에 띄고,

어깨가 이리 작았나 하는 뒷모습이 보였다.



평생의 모든 행복을 나에게 쏟아 주었고,

언제나 당신의 만족 대신 희생을 선택했을 아빠.


당신이 매일을 싸우고 견딘 전쟁터에

나도 이제 잠깐 발 딛어 보니

그 평생이 얼마나 고되었을지 조금씩 와 닿습니다.


무거운 짐을 혼자 지고도

어디에서도 약한 모습 보일 수 없었던,

그 외로움은 다 어떻게 견디었을지

그 짐작조차 마음이 아팠어요.


남들처럼 다정하게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어도

이젠 그 마음 많이 알 것 같아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나의 첫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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