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혜윰 Nov 06. 2023

Prologue. 중남미로 신혼여행을 간다고?

우리 아들 딸 좀 말려주세요.

"뭐라고?!!!!!"


"신혼여행은 중남미로 가려고요. 3개월 정도요!"


양가 부모님께서 경악하셨다. 보통 신혼여행은 아무리 길게 가도 1~2주 정도 가는 게 일반적인데 세 달이나, 그것도 남미로 간다고 하니 놀라시는 건 당연했다. 왜 하필 치안이 썩 좋지 않은 곳으로 간다는 건지, 또 그렇게나 오래가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물었다.


"그냥 유럽도 좋잖아. 아니면 하와이?"


"아뇨, 중남미로 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할 무렵,

우리가 가장 많이 의논한 건 신혼여행을 어디로 갈지였다. 계획 초반에는 후보지에 유럽같이 멋들어진 관광지도, 하와이같이 아름다운 휴양지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우린 신혼여행을 함께 할 인생의 터닝포인트이자 서로의 도전으로 여겼고 관광과 휴양이 아닌, 우리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리에게 결혼식보다 중요한 건 결혼 이후의 삶이었다. 각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목표도 있는 두 사람이 앞으로의 여정을 어떻게 하면 같이 잘 살 수 있을까, 그 깊은 고민의 끝에 서로의 갈망을 신혼여행에 녹이기로 했고 그렇게 내린 결론이 중남미였다.


관광지보다는 우리에게 집중하기로 했고,

휴양보다는 도전을 택했다.


선택의 연속이었던 결혼 준비 과정 속에 가장 고심한,

후회하고 싶지 않은 선택을 했다.


요리하는 사람인 현두는 향신료에 눈을 뜨기 시작할 무렵부터 멕시코에 가서 타코를 배우는 게 꿈이었다.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나는 오래전부터 아마존의 핑크 돌고래, 보뚜를 만나고 싶다는 깊이 간직한 소망이 있었다. 게다가 중남미는 우리가 좋아하는 커피, 와인, 춤, 그리고 노래와 흥이 넘치는 곳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입장은 우리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아르헨티나의 물가 폭등과 멕시코의 갱단, 브라질의 범죄조직과 같은 흉흉한 소식을 미디어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터라 걱정은 더욱이 커져만 갈 수밖에 없었다. 나이 서른의 두 사람을 무슨 수로 말릴 거냐 싶겠지만 우리는 부모님의 신뢰와 응원이 간절하게 필요했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양가 부모님께 우리가 왜 중남미의 나라들로 가고 싶은지, 일정과 예산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긴 밤새워 말씀드렸다. 우리의 이야기를 다 들으신 후,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너희를 말릴 순 없겠다. 참 멋진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그래도 걱정되니 매일 연락 한 통씩 주겠다는 약속은 해주렴.

첫째는 안전 둘째는 건강.

어딜 가든 조심히, 또 건강하게 다녀야 한다."


그 말을 끝으로 부모님들께서는 우리를 온 마음 다해 응원해 주셨다.




사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상상만 하던 미지의 세계라 설렘만 가득하다는 말은 못 하겠다.

나도 두렵고, 그도 어려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남이어야 했던 이유는,

그곳에서 우리의 새로운 2막을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결혼식을 했다는 이유로 서로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을 했기에 서로의 꿈을 더 크게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우리만의 100일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