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혜윰 Nov 08. 2023

고작 햄버거 때문에 미국여행이라니

출국 D-day

공항에 도착했다.

부모님은 늘 나의 장거리 비행이 있는 날, 함께 공항으로 가주셨다. 이 날도 어김없이 앞 좌석에 나란히 앉은 엄마 아빠와 인천대교를 건넜다.

과거의 엄마는 공항에서 나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다가 돌아서서 눈물을 훔치기 일쑤였다.

그런데 내 곁에 있는 그를 보고 마음이 놓였는지 슬픔보단 대견함이 더 크다고 하셨다.


"너네들만 좋은 거 하러 가는 거지? 부럽게!"


부러움을 가장한 아쉬움이 잔뜩 묻어난 한 마디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100일간의 떨어짐이 아쉽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밤늦게 다니지 말고."


애정 어린 잔소리를 고이 담고 되돌아 나갈 수 없는 입국장으로 들어갔다.

입국장을 통과한 후, 마음이 이상해졌다.


'아, 진짜 떠나는구나. 이 날이 오긴 오는구나.'


슬슬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신혼여행을 배낭 메고 가다니,

그것도 100일이나?,

한국에서 보내는 23년의 마지막 날이구나.


온갖 생각들이 허공을 쏘다녔다.




항공편을 예약하던 날, 한국에서 멕시코를 가려면 환승을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하는 항공편이 가장 합리적이었다.


대기 시간은 15시간.

공항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나 고민이었다.

내 말을 들은 그는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면 인앤아웃 있는 곳 아니야?"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 선생님께 들었던 미국의 3대 버거를 먹어보는 게 소망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미 다 먹어본 것들이라 감흥이 없었지만,

미국여행도, 미국버거도 처음인 그에게는 미국 경유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그토록 원하던 미국 본고장의 햄버거를 맛볼 수 있다면 먼 지구 반대편에 갈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무언가에 대한 첫 경험을 앞둔 사람은 눈빛부터 다르다. 설렘이 가득한 초롱한 눈망울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나도 쉑쉑버거 처음 먹었을 때 그 느낌을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는데, 요리하는 사람인 그에게 햄버거는 영감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린, 배낭을 짊어지고 첫 목적지인 미국으로 떠났다.


이전 01화 Prologue. 중남미로 신혼여행을 간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