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 말이 생선가시처럼 목에 걸렸어요. 그래서 나도 그를 미워하기로 했지요. 밥을 먹으면서도, 놀면서도, 자면서도, 숙제를 하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미워해요. 미움은 점점 자라서 내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찼어요.
그런데 내 마음은 과연 시원할까?
나는 결국 어떤 결정을 할까?
조원희 작가의 그림책 <미움>의 내용이다. <미움>은 간결한 문장과 단순한 그림으로 우리에게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 좋아한다는 말은 이성 간의 감정이 아니라, 팬심이요, 존경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그런 관계에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해결책을 찾아 마무리되었지만, 사건에 대처하는 그의 행동은 내게 고스란히 상처로 남았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고 말하던 그에게 평소 나는 그런 행동을 할만한 사람이었던 건가. 이성은 없고 감정으로 치달았던 사건. 내겐 그렇게 기억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입장이고 상대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도 그만의 입장이 있으리라.
사건 당일, 소중한 관계의 어긋남에 덜컥 겁이 나며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렀다. 잠들지 못하는 밤이 소리 없이 달아났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되짚고 또 되짚었다. 이성을 되찾으며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소용돌이의 중심에 갇혔을 땐 보이지 않던 게 드러났다. 관계가 끊어질까 안절부절못한 건 내 욕심이었다. 욕심을 내려놓으니 상황이 명확히 인식되며 내 마음은 차갑게 식었다. 미움이 솟구쳤다. 그래, 안 보면 그만이야.
그렇게 시간은 흘렀지만, 마음은 불편해져 갔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내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지우는 일이다. 평소와 같이 살아가지만, 매일 무거운 짐을 지고 생활하는 건 괴로웠다. 짐을 벗어던지고 싶었다. 가벼워지고 싶었다. 그를 미워하는 감정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와의 관계가 예전으로 돌아간 건 아니다.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어쩌면 관계의 회복 없이 이대로 살아갈 수도 있다. 지금은 그가 내 마음에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내 감정이 누군가로 인해 내 의지와 상관없이 휘둘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의 존재는 내 안에서 그렇게 가벼워졌다.
더이상 미워하지 않는 건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다. 나를 위해서다. 나를 아끼는 마음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