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목욕탕은 밖에서 보면 큰 굴뚝이 있고, 목욕탕 냄새가 밖에서부터 난다. 안에 들어가면 성별에 따라 각각 들어가는 문이 좌, 우로 나뉘어 있다. 중간에 카운터가 있어서 여자 쪽 남자 쪽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나누어 준다. 목욕탕에는 중간에 탕이 몇 개 있다. 일반적으로 적당한 온도의 탕, 들어가기 다소 뜨거운 탕, 냉탕 정도가 있는데 냉탕 근처에는 스팀이나 건식 사우나가 있다. 목욕탕 가장자리로는 서서 씻는 샤워시설이 있고 한쪽 벽면을 기준으로 칸막이가 여러 개 세워져 있고 그 칸막이마다 씻을 수 있는 샤워 시설이 몇 개 설치되어 있다.
앉아서 씻을 수 있는 샤워시설이 메인 시설이어서 보통 목욕탕에 들어가면 그 앉는 시설을 먼저 ‘찜’ 해두고 씻은 후 탕에 들어가거나 사우나에 들어간다. 자리를 잡았다는 표기는 샤워 바구니 같은걸 비치해둔다. 옛날에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도 이성의 목욕탕에 엄마나 아빠를 따라서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아이들을 낳은 요즘에는 법적으로도 만 5세 이상은 이성의 목욕탕에 들어갈 수 없다. 내가 서울의 어느 유명 호텔에 첫아이를 데리고 갔을 때 그 호텔 수영장에서는 24개월이 넘으면 이성의 탈의실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24개월짜리가 혼자 탕에서 씻거나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금지 이유인 남녀 성별에 대한 개념도 없는데 어른의 관점에서 그러한 룰을 만들어 놓는 것 자체가 정말 이해가 안 가는 룰이라고 생각되었다. 무조건 안된다고 할게 아니라 동성 부모가 함께 동행하지 못했을 때의 대책도 마련해야 진정 5성급 호텔이 아닌가?
목욕탕보다 더 신기한 시설은 찜질방이라는 곳이다. 남녀 구분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입구에서 나누어주는 반팔 반바지의 찜질복을 입고 들어간다. 그곳에 들어가면 어디든 송장처럼 누워서 잘 수가 있다. 불가마는 뜨거운 열이 뿜어져 나오는 공간인데 여러 가지 콘셉트가 있다. 남녀 구분 없이 들어가서 널브러져서 땀을 뺄 수 있지만 어린이와 노약자와 심신이 미약한 자는 불가마 안으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처음 한국에서 찜질방에 갔을 때 남녀 구분 없이 서로 모르는 사람들 옆에서 일렬로 널브러져서 자는 사람들의 모습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찜질방에서 자다가 일어나서 식혜나 삶은 계란 같은걸 먹거나 식당에서 여러 가지 메뉴의 밥도 먹고 또 각자 원하는 찜질방에서 땀을 뺀다. 이런 신기한 문화는 전 세계에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에는 더 발전해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방, 게임방, 얼음방, 노 키즈존, 여성전용 방, 피톤치드방, 영화방 등등 굉장히 다양한 공간이 생겼다. 한국의 목욕탕은 굉장히 개인적인 공간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셰어링 하는 공간이며 대중적인 공간이다. 난 이런 한국의 공간이 너무나도 신기하다. 한국인의 사적인 공간은 생각보다 더 공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