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한 예의
누리는 만큼 지키는 행동
파주에서 가장 즐거웠던 이벤트 중 하나는 자연 속에서 바베큐 파티를 하고 그 불씨와 숯으로 캠프 파이어를 하던 것이었다. 매미와 개구리가 우는 자연 속에서 해지기 전부터 우리 가족은 바베큐를 할 수 있는 불을 세팅하고 온갖 사이드디쉬를 분주하게 만들었다. 딱 불이 좋을 때 목살, 소시지, 각종 채소를 얹히고 아주 맛있게 구웠다. 아이들은 야외 테이블에 둘러앉아서 맛있게 고기를 먹었고 어른들은 취향대로 다양한 주류를 함께하며 맛있게 익은 고기를 먹으면 그 순간이 더할 나위 없었다. 어둑해지고 별이 빛나면 아이들은 이미 다 먹고 자기들끼리 뛰놀았다. 별이 더 반짝이고 어둠이 짙을수록 술과 함께 이야기가 무르익었다. 그러고 고기를 다 먹었을 즈음 그 숯불을 활용하여 모닥불을 마당에 피우고 아이들은 모닥불에 둥그렇게 둘러앉아서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쑥덕쑥덕하며 이야기 꽃을 피워 나갔다. 그런 아날로그 한 환경에서 먹는 식사는 아파트에서 먹을 때 보다 더 감성적이고 오롯이 그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고 더 오래갔다. 그런 이유로 캠핑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요즘은 굉장히 효율적인 방식으로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편하게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매우 빡빡하게 쳐져 있는 텐트들을 보면 나는 또다시 아파트촌이 떠오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아파트'촌'을 벗어나 자연을 만끽하고자 떠난 곳에서 또 텐트‘촌’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종종은 아직 비밀스러운,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는 않지만, 엄청난 장소들이 존재한다. 캠핑을 하기 위해 돈을 받지 않고, 텐트 치기 적당히 평평한 부지와 자연 속 멋진 뷰를 갖춘 곳들, 아직 그런 곳들이 있다!
문산 부모님 댁에서 조금 산으로 걸어서 20분 정도 올라가면 헬리콥터장이 있었다.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군부대를 지나고, 북한을 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임야가 나왔다. 문산 계시던 초기에는 정말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공간이어서, 인적이 굉장히 드물었다. 우리는 주말에 종종 올라가서 안개가 자욱한 비무장지대와 북한 땅을 내려다 보고는 했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께서 그곳을 떠날 즈음인 2019년 정도에는 어떻게 입소문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주말에 산책을 가면 그곳에서 텐트를 치고 밤을 지낸 캠핑족들이 그 비좁은 땅을 빽빽하게 텐트와 SUV 등으로 점령하고 있었다. 저녁쯤 올라가면 텐트에서 엄청나게 크게 들리는 영화 소리, 밖에서 고기 굽고 술 마시는 소리, 자연의 소리는 더 이상 잘 들리지 않았다. 오전 느지막이 올라가도 여전히 자고 있는 캠핑 족들 또는 숙취에 라면을 끓여먹는 부류들… 그곳에 쓰레기 더미를 버리고 간 사람들, 캔, 컵라면, 비닐 등을 모아서 숲 속에 던지고 간 사람들의 자취 등이 남아있었다. 난 그렇게 자연에 쓰레기를 남기고 가는 사람들을 정말 증오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는데 버젓이 자기들 자연 즐길 것을 다 즐기고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면 난 정말 왜 한국이 아직 멀었는지에 대해서 또다시 생각하고 실망하게 된다.
어느 날 산에 올라갔는데 초입부터 나뭇가지에 코팅된 글씨와 이름들이 걸려 있었다. “ 김**’, 이** 등등… 산 꼭대기까지 계속 붙어 있었는데 어떤 회사나 동호회 같은 곳에서 와서 게임 같은 것을 했는지, 잘 코팅된 종이들이 나뭇가지에 견고하게 부착되어 있었다. 이 곳에서 즐거운 야유회를 하고 갔나 보다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곧 정리하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1개월 3개월 6개월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 나뭇가지에 걸린 그 표시들을 보면서 나는 참 화가 났다. 이렇게 좋은 자연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갔으면 뒷정리는 하고 가야지, 어떻게 그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지? 그 이름표와 팻말들은 썩지도 않은 코팅된 재질이고 나뭇가지 위에 너무 단디 높이 부착해 놓아서 쉽게 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산책을 갈 때 그것들을 보며 매번 화가 났다. 이곳이 개인의 자연도 아니고 모두 다 같이 보존해야 하는 곳인데 정말로 시민 의식이 아직까지 덜 됐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우리 다음 세대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자연과 자원을 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지만 지금 당장의 즐거움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이다.
내가 다니던 회사의 한 상사는 심지어 재활용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둥 본인이 살 때까지만 지구가 안 망하면 된다라는 이야기도 여러 번 사람들 앞에서 입 밖으로 꺼내기도 했다. 모든 중진국 이상의 국가에서 어릴 때 모두들 자연에 대한 훼손을 하면 안 되고,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면 안 된다는 것과 같이 기본적인 도덕적 교육을 집과 학교에서 배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성인이 되면서 환경을 보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자연을 대하는 마인드셋에는 큰 차이가 난다. 똑같이 배우는데 어떤 변화가 있기에 결론적으로 실천을 하고 실천을 하지 않게 되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오너쉽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가에 대한 오너쉽, 자연에 대한 오너쉽, 문화와 문명에 대한 오너쉽, 미래와 과거에 대한 오너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것은, 조금씩 의식 있는 젊은 친구들이 zero waste life를 실천하며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종종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공유허브가 정의한 zero waste는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고,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잉여자원들을 순환시켜서 낭비 없는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라고 한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퍼뜨린 Bea Johnson는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라는 저서를 통해 5R을 활용한 다음과 같은 실천방법을 전파했다. 필요 없는 물건을 거절하고(Refuse), 쓰는 양을 줄이고(Reduce), 일회용 대신 재활용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고(Reuse), 재사용할 수 없을 때만 재활용하고, 되도록 썩는 제품을 사용해서 매립(Rot)해 자원을 순환시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Zero waste life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실천을 하는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먹을 만큼만 요리하기, 쇼핑할 때 포장을 지양하는 Bulk 방식을 구매하기, 배달 주문 시 포장 최소화 요청하기 등이 있다.
Zero Waste활동은 지구에 태어난 한 사람으로서 인류와 지구환경에 대한 책임감(Responsibility)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고, 진실되게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특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더불어 코로나 상황에서 유용한 배달시스템은 너무 많은 waste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오더 할 때마다 포장재를 보며 죄책감을 느낀다. 공급자들은 재사용을 위한 시스템을 시도하고 마련하였지만, 그 효과는 사실상 미미하고, 아직도 포장재라는 waste는 크게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