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소리와 색의 노스탤지어
욕심은 끝이 없는지 ‘빠르고 편리한 생활’이 일상이 되기를 원하지만 때로는 시골에서 자연과 가까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편리한 생활을 기본으로, 이벤트성의 불편한 경험을 돈을 지불하더라도 기꺼이 사겠다고 한다.
운이 좋게도, 난 한 10년 정도 주말마다 자발적으로 찾아갈 수 있는 불편한 장소가 있었다. 서울 대비 인프라가 부족하고 불편한 곳에서 주말을 보내면 복잡했던 도시로부터, 시끄러운 소리와 빛과 바이브로부터 떠나 있을 수 있었다. 애칭으로 Sunnyvale House라는 이름을 붙인, 부모님이 짓고 가꾸고 사셨던 파주시 문산읍에 위치한 집이었다.
밤에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는 개구리 우는 소리나 매미 소리 같은 것뿐이었다. ‘빛’은 가끔 지나가는 차량의 헤드라이트와 밤하늘에 떠있는 서울에서는 보이지 않는 별들이 빛내주는 빛이 있었다. 아침에는 집을 감싸고 있는 초록의 냄새와 자욱한 안개를 느낄 수 있었고, 느지막이 일어나면 중천에 떠있는 나만을 비춰주는 째 앵-한 햇살을 느낄 수 있었다. 문산의 그 집은 내가 한국의 뚜렷한 사계절의 변화를 선명하게, 그리고 천천히 보고 느끼도록 한 장소였다. 봄에는 싱그러운 새싹들과 선명하게 물든 꽃잎들, 여름에는 땡볕의 무더위 속 초록의 잔디와 물놀이, 내가 가장 사랑했던 문산의 운치 있는 가을은 주변 논밭의 무르익음과 풍성함이 보기만 해도 배불렀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밭에 첫 발자국을 만들 수 있는 행운의 겨울들이 그곳에 있었다. 내가 30세부터 10년 동안 가장 사랑했던 일상이었고 한국에서의 답답하고 버거운 생활 속 일부러 찾아가는 불편하지만 선명한 소리와 색으로 기억하는 세컨홈이었다.
그렇게 충만했던 집이나 장소의 기억들의 조각을 모아보니 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