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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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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Mar 28. 2022

[휘케치북] 22.03.28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싱크홀 - 호아’


내친 발걸음으로 선유도까지 갔습니다.

한강변을 따라 걷는 수많은 사람 중에도 한강 다리 위로 올라서는 이는 없었습니다.

혼자인 탓인지 낯설기 때문인지 유독 다리 위를 건너는 길이 멀게 느껴졌지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가로막는 것 하나 없이 한강과 강변이 내려다보이는 탓에 심심하거나 힘들진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도착한 선유도에는 평소 다니던 길 보다 다양한 식물이 있었고 식물마다 팻말이 달려 있어서 

나무 끝이 빨갛게 물든 것이 살구나무인 것을 알았고

미루나무, 처진개벚나무와 입구에 늘어선 메타쉐콰이어는 아직 앙상하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한강변에 가장 먼저 연두를 드리운 나무가 버드나무인 것도 그곳에서 알았는데 아주 오래전엔 알고 있던 것을 상기하고는 즐거웠습니다.

가는 가지를 땅으로 길게 늘어뜨린 놈입니다.


선유도에 오면 좋은 것은 내가 살던 곳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늘 망원 쪽에서 남쪽을 보던 시선이 북쪽을 보던 시선으로 바뀌니 그 시선의 변화가 새롭고 또 즐겁습니다

내가 사는 곳이 어디쯤 있나를 살피다가 저 멀리 보이는 산과 산책으로 지나다니는 길 등을 더듬어 살피는데 날씨가 좋은 탓인지 모든 것을 세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다시 한강 쪽으로 내려가지 않고 일부러 빙 돌아 희우정로 길을 통과했는데 

벚꽃나무 가지마다 초록 몽우리가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습니다.

늘어선 벚꽃나무를 보면 초록으로 희뿌연데 이 초록의 몽우리가 빨갛게 보일 때쯤이면 벚꽃 개화가 임박한 것입니다.

하늘을 보고 천천히 걸으며 나무들을 살펴보니 볕이 좋은 곳에 선 벚꽃나무는 그 끝이 이미 빨갛고 분홍입니다.

아 이번 주에 벚꽃이 피어나겠구나.

이전 년도 보다 겨울이 추웠고 그 추위가 오래 지속된 탓에 개화 시기 또한 21년의 봄보다 더 늦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늦진 않았습니다.

지난해 망원동엔 3월 20일 처음으로 벚꽃 잎이 피었습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호아의 <싱크홀>입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라는 밴드를 연상하게 하는 구석이 있어서 익숙함에 몸을 흔들며 듣고 있는 동안

왜 하필 싱크홀인가 의문이 들었지만

가사를 듣는 것만으로는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앨범 설명을 찾았습니다.

이렇게 찾아올 이들을 알았던 것일까 

싱크홀에 대한 작가 양정훈의 글이 충분히 공감 가도록 길게 적혀 있어서 설명을 보고 듣는 곡의 느낌이 또 새롭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각자 허우적대는 처지의 대면만으로도 위로가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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