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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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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훈 Apr 01. 2022

[휘케치북] 22.04.01

추천곡과 더불어 소소한 일상과 생각을 담았습니다

‘By Your Side - Hoody’


겨울에서 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면 가을이 오는 것인가 해도 이상하지 않은 아침입니다.

청량한 서늘함을 만끽하며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며 가만히 눈을 감으면 계절의 모호함 속에 내가 서있습니다.

하늘은 푸른데 구름이 없고 가지는 여전히 앙상하기 때문에 시야에서 한국적인 것을 도려낸다면

북유럽의 날씨가 대체로 이러합니다.


코로나는 극복하지 못했지만

이제 대부분이 걸려버린 터라 그 정도가 자연히 내려오고 있습니다.

뉴스에서 풍토병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을 봤고 나와 주변 사람들의 인식의 정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음을 체감합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사람 간격을 멀리하고 있습니다.

일상뿐만 아니라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과 몸의 나약함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건강한 날에도 쉬이 쓰지 못하는 글은 

몸이 아픈 날엔 발을 내딛지도 못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나는 계속해서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있습니다.

단숨에 읽어버릴 것처럼 펼치고 앉았지만 굉장히 더디게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것은

평범한 대화체의 문장에 내가 생각할 만한 것이 나오면 책에서 손을 놓고

그 문장을 통해 내 생각을 정리하고 확장하는 탓입니다.

교보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21일에 꺼내었음에도 이 책의 상권 절반만을 읽고 있는 이유입니다.

불완전함을 지닌 작품은 불완전하다는 그 이유 때문에 인간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는 대목에서 오늘은 멈춰 섰습니다.


책을 두고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일어나서 방을 서성인 뒤

운동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몸을 늘려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팔 굽혀 펴길 열다섯 개씩 세 차례 반복하고 

마스크를 챙겨 밖으로 나가 곧장 달리기 시작했고

양화대교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가 걸어서 당산철교 밑에서 여의도를 바라보다가 다시 몸을 돌려 내달린 후 양화대교 위로 올라섰습니다.

와이지 사옥 앞으로 걸어가서 희우정로 벚꽃길을 걸으며 어디 하나라도 피어난 잎이 있나 살피는데

세 번째 사거리에서 끝내 피어난 잎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4월 1일 망원동 희우정로에 벚꽃이 피었습니다.

길 끝(어쩌면 반대쪽에서는 초입) 햇볕을 종일 받는 위치에 서있는 나무(이전 합정돈 옆 사거리)는 이미 여러 송이의 꽃잎을 피웠습니다.

모든 것이 찰나의 일입니다.


이맘때쯤엔 몸이 더워 땀이 흘러내렸는데

어제 통화 중 어머니께서 밖보다 집이 더 춥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집에 있을 땐 서늘하더니 나와보니 추위 따윈 모르겠는 날입니다.


휘케치북 추천곡은 후디의 <By your side>입니다.

도입부는 미국의 pop 감성이 충만한데 곧장 한국 인디 감성으로 바뀌어 이색적인 곡입니다.

하나의 곡에 이런 느낌을 모두 담아서 이 봄과 잘 어울리는 듯해서 가져왔습니다.

남에는 지난주 피었다던 벚꽃이 서울에도 피어난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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