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컬포비아, NON-GMO, 무항생제, 유기농, 비 방사능
지금도 약간 그렇긴 한데, 더 심하게 병적으로 NON-GMO, 무항생제, 유기농, 무농약 음식 재료만을 고집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면서 느슨해졌고, 그때보다는 객관적으로 상황을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강력하게 유기농을 고집하고 계신 분들도 많으실테고 저 말이 좀 불편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일종의 유머로 받아들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유기농병'의 시작은 아이를 낳은 후였던 거 같습니다. 임신했을 때만 해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아기라는 생명체가 세상 이렇게 연약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가 혹시나 큰 병에 걸리지는 않을까 엄마는 늘 노심초사합니다. 엄마의 불안과 화학제품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말이 만나니 세상은 지뢰밭처럼 느껴집니다. 전쟁통 같은 세상에서 마음을 기댈 곳은 줄어들고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방법은 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합니다.
생협매장
유기농 제품을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은 한살림, 두레생협, 아이쿱, 초록마을 등 유기농 제품을 취급하는 매장입니다. 비슷비슷한 것 같지만 유기농 매장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초록마을 같은 경우는 조합 가입비가 없어서 진입이 쉽고, 가공식품에 화학조미료를 첨가한 제품은 없지만 한살림보다 설탕과 같은 감미료를 조금 더 쓰는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세일도 자주 하는 편이어서 세일할 때 물건을 사두기에도 좋고 대체로 매장이 깔끔하고 쾌적합니다.
아이쿱 생협은 이용을 안해봤지만 물건 가짓수가 두레나 한살림보다 더 많고 다양했습니다. 한살림과 두레는 비슷한 점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두레생협을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두레가 좀 더 다양한 제품 개발에 노력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브랜드는 다르지만 이 매장들의 공통점은 제품군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양갱과 같은 전통 간식부터 빵, 과자 종류 등도 거의 엇비슷해서 사실 큰 특색이 없습니다. 그 중에 더 나은 게 있고 별로 인 것도 있지만 어쨌든 대체로 별 특색이 없습니다.
한살림에서 제일 맛있는 건...
그래도 각 매장별로 제가 선호하는 제품이 있긴 있습니다. 한살림은 우유와 계란 가격이 다른데 보다 저렴한 편이라서 이 두 제품은 꼭 한살림 매장에서 구입하곤 했습니다.
GOOD : 또 괜찮은 제품 중 하나는 두유입니다. 남편이랑 저랑 한살림 두유를 먹고는 '맛없는 두유 중에 제일 맛있는 편'이라는 말을 주고 받았죠. 두유는 국산콩으로 만든 것 중에 첨가물이 없는 것을 먹는데 많이 드시는 게 황성주 두유나 서울대 약콩두유이죠.(국산콩으로 만든 것만 사먹는 이유는 아래에 나올 GMO와 관련이 있습니다.) 저도 이런 제품들 먹다가 다른 생협 매장 것도 먹어보고 했는데, 어쨌든 한살림 두유가 제일 맛있었습니다. 함량을 보니 땅콩이 약간 들어갔던데 그래서 다른 것보다 좀 덜 비리고, 더 달콤하고 고소한 편입니다.
여름에 나오는 콩물도 괜찮습니다. 가격이 1500원인가 일텐데 콩물이 잘 쉬다보니 유통기한이 짧고 날짜가 임박한 제품은 세일도 많이 해서 세일할 때 사다가 냉동실에 넣어놓고 필요할 때 녹여서 국수에 말아먹으면 한끼 식사로 꽤 괜찮습니다. 그리고 또 자주 먹었던 게 감귤 주스인데요. 테트라 팩에 들어있고, 달지는 않지만 맛있어서 아이들이 먹기에 좋습니다.
BAD : 카레는 아이때문에 순한 맛만 이용했는데, 대체로 모든 생협 제품이 그렇게 맛있지는 않습니다. 시중에 파는 카레에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갔다는 말일 수도 있고, 카레가 맛을 내는데 까다로운 음식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GOOD : 기대보다 라면 종류들은 맛있습니다. 그리고 불고기 양념과 돈가스 소스, 케첩, 물만두 등도 자주 이용했습니다. 부침, 튀김, 팬케이크 등 가공 밀가루 종류들도 괜찮은 편입니다.
BAD : 김부각과 다시마부각 등 부각 종류와 체다 치즈도 한번 사먹고 다시 안사먹었습니다. 감칠맛 대장인 굴소스도 생협제품들은 원형 그대로의 맛이라고나 할까요. 좀 짜고 감칠맛은 시중의 제품보다 떨어져서 사도 잘 안먹게 되더라고요.
GOOD : 두레 생협은 떡갈비가 두툼하고 맛있어서 세일할 때마다 꼭 사다놓고 먹곤 합니다.
BAD : 하지만 두레 생협의 현미식초는 별로 였습니다. 현미향이 너무 강하고 신맛은 좀 적은지 음식에 넣으면 식초 본연의 기능을 잘 못하는 거 같았습니다. 현미식초로 초장을 만들면 새콤달콤한 그 맛이 잘 안났습니다.
한살림을 비롯해 두레생협, 아이쿱생협 등은 조합 가입비 3만원이 있습니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만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죠. 또 한번 이용할 때마다 1천원씩 조합비가 나갑니다. 이건 저축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중에 탈퇴할 때 가입비를 포함해서 전부 돌려줍니다.
생협 매장을 이용하는 이유
가격대가 시중보다 높아서 부담이 되지만 생협 매장을 이용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NON GMO, 무항생제, 무농약, 비(또는 저) 방사능 제품을 먹기 위해서죠. 우선 NON - GMO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식품계와 환경계에서는 오랜 논쟁의 대상입니다. 유전자 조합 제품인데, 종자(씨앗) 다국적 기업인 몬산토에서 개발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콩, 옥수수와 토마토, 카놀라 등입니다. (최근에 알게 된 것 중에는 거의 모든 화장품에 쓰이는 글리세린도 유전자 조작과 비 유전자 조작 제품으로 나뉩니다.) 토마토는 껍질이 얇아서 잘 무르고 유통과정에서 폐기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그런데 몬산토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무르지 않는 토마토를 만들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고 그걸 '발명'합니다. 방법은 토마토 유전자에 원숭이 유전자를 조합하는 식입니다. 때로는 살충제를 유전자에 조합하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재배할 때 벌레가 먹는 걸 방지하기 위해 농약을 대량 살포하는 방식을 택해왔는데, 아예 유전자에 살충제를 조합해서 벌레가 먹으면 죽는 방식을 만든거죠.
천재적인 발상이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또 유전자 조작 식품 중에 우리가 많이 먹는 건 옥수수와 콩류가 있습니다. 옥수수는 콘 뿐만 아니라 전분 형태로 맥주를 비롯해 과자 등 수많은 제품에 쓰이고, 액상과당이라는 이름으로 설탕을 대신해서 대부분의 음료수에 들어갑니다. 콩은 식용유와 간장에 '탈지대두'라는 이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유전자 조합 옥수수를 밭에 심었고 그걸 먹은 참새인가? 새들이 다음해에는 절대 그걸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겉모습과 맛은 옥수수와 똑같기 때문에 인간은 구별할 수 없지만 동물들은 GMO 식품을 절대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GMO식품 최대 수입국 중 하나입니다. 다행히 생산은 안하고 있지만 GMO카놀라 종자가 한반도에서 발견돼서 식겁했던 적도 있죠. GMO 최대 생산국은 미국이고, 유럽은 GMO를 일체 생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입도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GMO가 논란인 이유는 '위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찬성파의 입장과 '유래없는 조합은 재앙'이라는 반대파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장과 기름
어쨌든 저는 NON-GMO의 입장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기름과 간장부터 바꿨습니다.(된장, 고추장, 국간장은 엄마찬스) 기름은 콩으로 만든 기름과 카놀라유를 빼도 대체할 수 있는 기름이 많은 편입니다. 올리브유가 대표적이고요. 생협에는 현미유 등이 있는데, 맛이 깔끔하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괜찮은 편입니다. 문제는 양조간장인데요. 시중의 양조간장을 두고 음식 연구하시는 분들은 일제때 만들어진 싸구려 제품으로 콩도 아니고 콩찌꺼기로 간장을 흉내낸 것에 불과하며 오래 먹으면 건강에도 안좋다며 시중에 파는 양조간장을 끊을 것을 권장하는 강경파도 있습니다.
생협 매장에도 양조간장이 있긴 한데, 맛은 거의 국간장과 비슷해서 음식의 감칠맛을 살려주기 어렵습니다. 초보 엄마들은 음식 해본 경험이 없어서 안그래도 음식의 맛을 잘 못내는데 시중의 감칠맛을 내는 재료들까지 끊고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하니 처음엔 그런대로 적응하지만 이 생활을 오래하면 오히려 삶의 질이 떨어지는 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비싼 재료를 사다가 맛없는 음식만 먹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제가 유기농 매장만 고집하다가 생각에 틈을 주게 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저는 슴슴한 나물류나 채소도 잘 먹고, 음식에 간을 안하고도 그럭저럭 잘 먹는 편인데, 여튼 식사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양조간장 대용으로 국간장을 이용해 맛간장을 만들어 먹고 했지만 오랫동안 보관이 어렵고 음식의 맛을 살리기 어렵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 두레생협에서 나온 심쿡 간장은 한식대첩 등에 나온 심영순 요리연구가의 레시피로 만들었다는데, 맛은 있지만 용량이 작고 비싸서 쟁여놓고 사먹기에는 부담스러운 감이 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검색을 해봤는데 샘표와 청정원에서 우리콩으로 만든 양조간장이 나오고 있더군요! 와, 정말 우리나라 기업의 이런 발빠른 소비자 대응은 박수쳐주고 싶습니다.
GMO가 들어간 제품은 표기하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 해 국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됐는데, 환경 시민 단체는 gmo 콩을 한쪽이라도 쓰면 gmo가 들어갔다고 표기하는 법안을 밀어부쳤지만, 결국 법안은 식품의 최종 과정에서 GMO가 검출되지 않으면 표기하지 않는 법안으로 수정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GMO콩을 이용해서 간장을 만들지만, 여러 가공과정을 거치면 마지막에는 GMO가 검출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업들은 이 부분을 교묘하게 이용해 법안을 바꾸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간장에 GMO가 쓰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다른 대안을 찾는 주문이 많았을테니 그에 걸맞는 제품을 또 기업에서는 내놓은 거겠죠. 그래서 얼른 가서 사와서 먹고 있는데 만들어먹던 때보다 훨씬 만족스럽습니다. 우리콩간장으로 검색하시거나 마트에서 우리콩이라는 이름을 찾으시면 됩니다.
우유와 계란
간장과 기름 외에도 특정 제품군은 꼭 유기농매장에서 사는 걸 고집했습니다. 예를 들면 우유와 달걀, 그 밖의 가공식품 등입니다.
우선 우유는 논란이 많은 식품 중에 하나입니다. 칼슘의 보고로 알려져 있지만, 유방암과 같은 여성질환을 야기한다든지 오히려 골다공증을 일으킨다는 연구보고가 있어 먹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또한 동물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도 우유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을 찾곤 합니다.
젖의 원리는 새끼가 태어나고 빨때 계속 나오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소젖을 먹으려면 송아지는 빨도록 동기부여만 해주고 먹으면 안되는 거죠. 그래서 계속 임신은 시키고 송아지들은 어미에게서 떼어놓는 과정이 있는 걸로 압니다. 또한 사육 과정에서 수많은 항생제와 호르몬제 등이 투여돼서 우유가 얼만큼 영양가가 있는지를 떠나서 오히려 먹는 게 해로울 수 있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식사 대용으로 시리얼과 같이 먹기에도 좋고, 음식 등에도 쓸 수 있어서 완전히 끊기는 어렵더군요. 그래서 얼마 전까지는 거의 먹지 않았지만 요즘은 먹고 싶을 때는 먹는 편입니다. 대체 식품으로 두유나 아몬드 브리즈 등을 먹는 분도 많으시던데, 아무래도 두유는 우유 특유의 감칠맛을 따라가지 못하고, 아몬드 브리즈는 첨가물이 있어서 먹지 않습니다. 결국은 우유를 적게 먹자는 걸로 결론이 낫습니다.
달걀은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비윤리적이고 비위생적인 닭의 사육 환경과 관련이 있어서 동물복지, 무항생제 달걀만 이용했습니다. 한때 닭을 직접 키울 방법이 없을까 엄청나게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토마토 소스는 주로 수입제품을 이용하는데 미국보다는 이탈리아 등에서 생산된 걸 먹으려고 하고, 유기농 표시가 있으면 더 좋습니다. 이케아가면 슈퍼에서 토마토소스를 주로 사오는데, 맛도 괜찮고 NON-GMO 마크와 오가닉이라고 써 있어서 안심하고 먹습니다.
무항생제
무항생제. 항생제를 쓰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항생제는 아이를 키우게 되면 정말 많이 듣는 단어입니다. 감기 걸려서 병원에 가면 정말 많이 처방해주는 게 항생제이거든요. 하지만 많이 먹으면 내성이 생겨서 나중에는 항생제가 듣지 않아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374&aid=0000108404
단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감기에 거의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기에 아예 약을 처방 안해주는 추세더군요. 사람들도 감기는 약으로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영유아에게도 거침없이 항생제를 처방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예방적인 효과는 없다고 알고 있는데, 콧물이 나서 가면 중이염과 같은 질병으로 나아가는 걸 방지한다며 항생제 처방을 합니다. 때때로 병원 가서 콧물 감기 약을 처방받으면서 항생제를 빼달라고 하면 의사들은 단호한 음성으로 '항생제 빼면 안나아요'라고 말하며 저를 한심하게 쳐다보곤 합니다.
근데 사실 아이가 감기로 너무 힘들어하는데 약을 먹이지 않는 것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다행히 아이가 잘 견뎌준 덕에 3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항생제는 한번도 안먹이고 키우고 있습니다. 항생제를 독약처럼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발목 수술한 남편이 일주일치 항생제를 처방받았을 때는 꼭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아이도 수술을 받았다면 항생제를 먹였을 것입니다. 항생제는 신중하게 꼭 필요한 곳에 써야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항생제를 직접적으로 먹이지 않는다고 해서 항생제에 노출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대량 사육하는 가축의 전염병 등을 막기 위해 항생제가 대량으로 투여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 가축들을 먹지 않아도 항생제에 노출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가축 배설물 등을 통해 공기 중에 항생제가 떠다니기게 되고 가축 사육장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항생제를 먹은 적이 없어도 내성이 생긴 경우가 있었습니다.
무항생제 고기는 무항생제라고 표시되지 않는 고기보다 때로는 두배 가까이도 비싼 편입니다. 그래서 소고기는 무항생제까지 사먹는 건 좀 부담스럽고, 닭은 항상 무항생제로 구입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두배 주고 산 무항생제 소고기가 그냥 마트에 파는 것보다 엄청 맛있지 않다는 게 아이러니합니다. 맛보다는 건강을 위해서 두배 비싸게 주고 사먹어야 하는 실정인거죠.
유기농과 무농약
유기농은 3년동안 농약과 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은 땅에서 자란 걸 말하고, 무농약은 1년이 기준이고 농약을 치지 않고 재배한 걸 말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방사능이나 GMO, 항생제 때문에 식재료를 고르는 게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라서 사실 채소와 과일은 무농약, 유기농을 고집하지 않고 사먹었습니다. 가격 차이가 크게 나지 않고 껍질채 먹어야 하는 거라면 유기농을 선호했지만 껍질을 까먹는 건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을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설탕과 소금인데요. 저는 자연주의 식단을 고집하는 분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설탕과 소금에 관대한 편입니다. 이것도 다른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상대적으로 소금이나 설탕은 건강에 치명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건 개똥철학인데, 간을 좀 세게 해서 드시는 분들이 대체로 건강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말도 안되지만 저만의 생각입니다. 사실 간을 세게 해서 먹어서 건강해졌다기 보다는, 몸이 대체로 약한 분들은 건강하게 만드는 음식에 관심이 많은데 거기서 단골 소재로 거론되는 게 소금과 설탕 등입니다. 애네들을 줄여야 건강하다는 논리죠. 그래서 그런 분들은 절밥같은 자연주의 식단을 선호하시는데 원래 약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식단을 바꾼다고 해서 건강한 사람의 체력을 따라잡기는 힘듭니다. 반면에 건강하게 태어난 사람들은 원래 식성이 좋아서 아무거나 잘먹다보니 더 건강해지고 그래서 좀 짜고 달게 먹어도 잘 먹는 사람들이 더 건강해보이는 거 같습니다.
한 때 혼자서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던 중에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힘이 세고 건강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김치를 먹어서 건강해졌을까, 건강해서 김치가 맛있게 느껴지는 걸까, 그런 고민을 한적도 있습니다. 저는 배추김치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답은 못찾았습니다.
방사능 물질
그 다음은 무시무시한 방사능 물질입니다. 방사능은 암을 유발하는 강력한 발암물질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능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수산물을 먹는 것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일체의 수산물을 먹지 않는 분들도 많아진 거 같은데, 저는 역시 그렇게 완강하게 식단을 바꾸지는 못했고 가려서 먹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우선 어종 중에 일본 바다와 그 위쪽의 러시아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대구나 명태(동태, 북어, 코다리....)가 대표적으로 방사능에 많이 노출되는 생선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많이 먹는 것 중에는 고등어도 해당되는데, 삼치는 고등어보다 적게 노출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등어보다는 삼치를 주로 사먹는 편입니다. 또 방사능 문제가 아니더라도 문제가 되는 생선(?) 종류가 있습니다. 참치나 연어와 같은 덩치가 큰 생선들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기 때문에 그만큼 중금속도 많이 쌓여있다고 합니다. 또한 민물장어는 전부 양식이고, 절대 항생제 없이는 못키운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피해도 요즘은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되지 않은 생선이 없어서 사실 영양가를 논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방사능 물질 얘기로 다시 돌아가자면 누군가는 일본해, 러시아해 가리는 게 뭐가 중요하냐, 바다 물이 섞여서 결국은 하나인데, 라며 의미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약간의 마음의 불안을 덜고자 할 때 알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 여행을 거리낌없이 가시는 분들도 있고, 세계지도에서 일본은 지운다며 아예 멀리하는 분도 있습니다. 저도 해외여행 후보지를 고를 때 가깝고 따뜻한 오키나와와 먹방을 찍을 수 있는 일본의 수많은 도시들에게 등을 돌리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아이를 데리고 일본을 가지는 못할 거 같습니다.
또한 핵실험이 잦았던 북한에서 난 고사리도 방사능 위험 물질에 노출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표고버섯도 표면의 특정 물질이 공기 중에 떠 다니는 방사능 물질을 흡착시킨다고 합니다. 환경 단체에서는 전세계 모든 표고버섯은 방사능에 오염됐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시장 볼 때, 이 제품군들을 안사려고 하는 편인데, 사실 다 맛을 내는 중요한 식재료이기 때문에 안 사기가 쉽지 않습니다. 표고버섯 코너 앞에서 집었다 내려놨다 하며 결국 못사고 돌아온 적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먹거리에 대해서 주로 살펴봤고, 다음번에서는 우리 생활을 둘러싼 화학물질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