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하고 우붓에서 요가하기

요가 1주년 기념 여행!

by 혜룡

하루의 중심이 요가가 되었다. 요가 시간표를 확인하고 오늘 일정을 조절한다. 일상의 우선순위 가장 위에 요가가 자리 잡았다. 체력이 좋아졌고 동작이 익어서 처음에 잘 되지 않던 자세가 이제는 단단하게 잡혔다. 엄마하고 매일 오늘 수련에 대해 이야기하고, 부족한 자세는 보충 연습까지 했다. 자격증을 취득할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지. 삼시 세끼 밥을 챙겨 먹는 것처럼 요가도 우리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열정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정해진 목표가 없으면 도중에 관두기 쉽다. 때때로 요가를 하기 싫은 날이 있었다. 날씨가 너무 더웠고, 저녁을 먹은 것이 소화되지 않았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요가 시간과 겹쳤고, 몸이 좀 아픈 것 같았다. 늦게까지 일을 해서라도 이 업무를 마쳐야 할 것 같았고, 절대 빠질 수 없는 약속도 생겼다. 오늘은 엄마가 안돼서, 내일은 내가 안돼서. 서로 그렇게 핑계를 늘어놓으며 몇 번씩 요가를 쉬었다. 예전에는 서로 끌어주며 다녔는데, 이제는 서로 쉬자고 한다. 단합이 잘 되어도 너무 잘 되는 듯하다.


갈대처럼 흔들리며 갈피를 잡지 못하던 어느 날. 매일 똑같은 요가원에서 매일 같은 선생님과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사람들. 매일이 똑같으니까 질렸던 게 아닐까? 이럴 때 분위기 전환도 필요하지! 나는 매년 엄마와 여행을 다닌다. 이번 여행은 어디로 가서 무얼 하면 좋을까? 다른 환경에서 요가를 하는 건 어떨까? 다른 장소, 다른 선생님, 다른 나라?


우붓에서 요가를 하면 좋겠다!

다들 발리 다녀와서 자랑하던데, 우리도 발리에 가볼까? 발리는 주변 지인들이 신혼&커플여행으로 많이 갔다 오고,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수시로 다녀오는 곳이었다. 또, 우붓이라는 지역에서 요가를 배우며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디지털 노마드가 많다는 소문을 들었었다. 제주에서 만났던 디지털 노마드 워커들이 정글과 논을 바라보며 일하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찍어서 보여주던 것이 떠올랐다. 나는 워라밸이 필요했고, 엄마는 자연적인 환경이 필요했다. 이참에 푸른 풍경도 보고, 건강식도 먹고, 요가도 하면서 몸의 휴식을 주자!


이제 날짜를 정해보자. 언제가 좋을까? 우붓의 건기는 11월이 오기 전 까지라고 한다. 안전하게 10월에는 다녀와야 한다. 10월은 엄마하고 내가 요가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어가는 달이다. 마침 잘 되었다. 1년 동안 수련해서 우붓으로 유학을 가는 거다! 발리까지는 대한항공을 이용해서 직항으로 갈 수 있었다. 7시간이라는 긴 비행시간이 불편할 수 있겠으나, 그만큼 오래 즐기다 오면 되겠지. 여행 기간은 적어도 7일이 좋겠다. 그래야 충분히 즐기고 건강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인지할 수 있겠지 싶었다. 그런데, 엄마가 종일 우붓에만 있는 것은 질리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핑을 즐기지 않으니까 짱구나 꾸따에 가기도 그렇고, 주변에 뭐가 있을까? 예전에 엄가가 <윤식당>에 나왔던 길리섬을 보고 '저런 데서 살아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우붓에서 3일, 길리에서 3일 보내는 일정으로 정하고 항공 편부터 예약했다.


엄마하고 건강 회복을 위한 요가 여행이니까 하루에 한 번은 요가를 꼭 해야지. 우붓에 있는 요가원을 검색해서 알아봤다. 생각보다 요가원이 많아서 가장 유명하고 위치가 좋은 두 곳을 정했다. 숙소는 요가원에서 도보로 충분히 갈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시설이 좋은 곳으로 예약했다. 너무 비싼 리조트는 신혼여행으로 많이 가는 곳이라 우리에게 부담이었다(마음으로는 카욘정글리조트를 가고 싶었다). 하루 종일 숙소에만 있을 것이 아니니까 깨끗하고 좋은 뷰에 적당한 컨디션을 자랑하며 가격이 부담되지 않는 곳. 사람에 따라 장단점 기준이 다르니 후기만 보고선 고를 수 없었다. 엄마는 비싼 곳은 비싸서 부담된다고, 저렴한 곳은 막상 묵었을 때 시설이 좋지 않아서 힘들다고 하셨다. 경험상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시설이 좋고 서비스가 훌륭한 곳이 답이었다. 2인 1실 기준으로 하루 15~20만 원 가격대의 숙소가 이 기준에 해당된다. 발리 물가에 비하면 비싸다고 생각되겠지만, 같은 가격으로 한국에서 이런 좋은 퀄리티의 숙소를 찾기가 쉽지 않으므로. 비싸더라도 숙소에 비용을 조금 투자하기로 하자. 첫날은 밤늦게 도착하니까 잠만 자는 곳으로, 그러면서도 피로를 풀어야 하니까 그곳에서 2박을 하자. 그다음에 더 좋은 곳으로 옮겨서 2박을 하자. 그래서 결정한 곳이 <아궁 라카 리조트&빌라>, <코마네카 앳 라사 사양>이었다.


우리는 무리하지 않을 예정이므로, 숙소와 길리로 이동 편만 예약을 해두고 다른 것은 리스트만 적어두기로 했다. 그렇다고 아무 계획 없이 선택지만 많으면 여행지에서 고생한다. 왜냐하면 엄마는 그 무엇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거나 하자'라고 하시지만 아무거나가 아니다. '아무것도 하지 말자, 쉬자'라고 하셨지만, 막상 여행지에 도착하면 시간이 아깝다고 뭔가를 하자고 하신다. 그래서 여행사 패키지처럼 일정을 정해두어야 한다. 당일에 하지 않더라도 계획은 있어야 한다. 혼자서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엄마에게 브리핑하듯 공유하고, 이런 건 어떤지, 저런 건 해보고 싶은지 물어봐서 함께 계획을 세웠다.


엄마도 나름대로 우붓과 길리에 대해서 열심히 사전조사를 했다. 블로그 후기를 얼마나 많이 읽으셨는지 내가 읽었던 내용이랑 같은 것을 이야기할 때가 많았다. 여기서 한 가지 애로사항이 생겼다. 엄마는 건망증이 심해서 지난날 일어난 일에 대해서 전혀 기억을 못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고, 또 물어보고 그러면 나는 같은 대답을 하고, 또 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 행위를 한 달 내내 하면 지친다. 엄마도 궁금한 게 있을 수 있고 확인하고 싶을 수 있다. 엄마가 나에게 매번 물어보지 않고 내가 세운 계획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또, 같은 정보를 보고 혼선 없이 계획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번 우붓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가장 유용하게 사용한 어플을 소개하겠다. 바로, '트리플'이라는 어플이다. 동남아 지역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주로 사용하는 어플인데, 기능이 계속 업데이트되면서 이번 여행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현재는 유럽 지역도 오픈되었다).


여행할 나라와 날짜를 설정하고 예매한 항공편을 등록할 수 있다. 그러면 여행지의 정보, 여행 기간 중의 날씨나 환율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숙소나 맛집, 관광지 정보도 한눈에 볼 수 있고 지도로 표시되어 위치를 확인할 수도 있다. 날짜별로 나만의 일정을 만들면 이동 동선도 확인할 수 있다. 일정에 담아둔 방문지에 메모를 적어둘 수 있다. 리스트에 담아두기가 가능해서 여행지에서 내가 있는 곳 주변으로 찜해둔 것들을 보면서 가까운 데를 찾아갈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함께 여행할 일행과 공유할 수 있다. 엄마를 초대해서 일행으로 등록하고 계획을 같이 세우고, 내가 세팅한 일정을 함께 볼 수 있다. 항공편, 숙소, 맛집, 방문지, 일정 모든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나에게 물어보지 않고 이 어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저장한 일정. 동선을 확인할 수 있고, 메모를 입력할 수 있다.

사용하면 할수록 좋은 기능이 많은데, 이 글에서 다 설명하기에 무리가 있다. 직접 사용하면 그 편리함을 알 수 있다! 이 어플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픈되지 않은 지역이 많다는 점이다. 동남아권이 많이 오픈되어 있긴 하지만 '길리 트라왕안'과 같이 방문이 적은 곳은 오픈되지 않아서 정보가 없다. 이럴 때는 주소를 입력해 수기로 등록할 수 있다. 길리 트라왕안의 모든 공간은 수기로 등록했다. 나만의 장소 추가를 누르고 주소를 입력하면 숙소/맛집/관광지 중에서 선택도 가능하다. 이름도 내 마음대로 표기가 가능하다.

검색 시 등록된 정보가 없다면 주소를 입력해 수기로 등록하자.

계획은 세웠으니 이제 다른 것들을 준비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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