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요가원

by 혜룡

아파트 단지 속 작은 요가원. 건물 1층의 고깃집, 횟집, 맥주집, 치킨집에서 온갖 음식 냄새가 환풍기를 타고 올라오는 3층에 위치한 요가원. 냄새의 유혹을 뿌리치고 요가원에 들어서면 흡사 찜질방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 보인다. 데스크에 회원카드를 제시하면 찜질방에서 나눠주는 열쇠 같은 것을 받고 입장한다. 왼쪽으로 들어가면 목욕탕의 탈의실과 샤워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고, 오른쪽은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요가실이 있다. 추운 겨울에는 핫요가가 인기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과 대형 히터가 함께 가동되고, 수련자들의 열기로 벽면 거울이 뿌옇게 변한다. 처음에는 답답함에 숨쉬기가 무척 힘들었는데 적응을 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스크린샷 2019-11-07 오후 10.57.06.png 요가원 내부 (사진출처:S핫요가 홈페이지)

오전 타임에는 결혼 후 집에서 살림하는 2-30대의 젊은 주부들이 대부분이고, 저녁 타임에는 학생, 직장인, 중장년층 등 다양한 연령이 있다. 저녁 첫 타임은 퇴근 후 바로 오는 2-30대 직장인이 많고, 마지막 타임인 9시에는 5-60대가 많다. 요가원은 여성 전용이었고, 선생님들도 모두 여성이었다.


오전 타임 선생님은 3-40대로 추측되는 분들이다. 몸매로 봤을 땐 평범한 동네 아줌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수련을 시작하니 내공이 느껴질 정도로 실력자였다. 오전 타임에 오시는 분들은 아주 오랫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련하시는 어머니들이 많다. 내 또래로 보이는 20대의 젊은 분들도 있었는데, 일찍 결혼하고 몸매 및 건강 관리를 위해 꾸준히 다니시는 분들이었다. 수련의 강도는 저녁 시간보다 높다고 느껴졌다. 함께 수련하시는 분들은 무리 없이 잘 따라오셨다. 아직 수련이 부족한 내가 따라가기엔 벅찼다.


저녁 타임은 테라피, 힐링 요가와 중급 수련자를 위한 아쉬탕가, 하타, 빈야사가 있다. 선생님 스타일에 따라서 난이도나 내용이 조금씩 달랐다. A선생님은 교육을 전공하다가 요가를 취미로 하셨는데, 요가의 매력에 푹 빠져서 요가 선생님으로 전향하신 분이다. A선생님이 보여주시는 동작은 교과서처럼 정확하고 아름다웠다. 얼마나 많은 수련의 결과인지 나는 알 수 있었다. A선생님 시간에는 시범과 설명이 많았는데, 엄마하고 나는 A선생님의 설명 있는 요가 수련을 가장 좋아했다. A선생님은 늘 어떻게 하면 몸에 무리가 없이 잘 따라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연구하셨다. A선생님 덕분에 나의 요가 실력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어디에 힘을 주어야 하는지, 손과 발은 얼마의 넓이로 어떻게 바닥을 짚어야 하는지, 이 동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자세히 알려주셔서 다치지 않고 요가를 할 수 있었다.


B선생님은 플라잉과 힐링, 테라피를 진행하신다. 플라잉을 제외하면 난이도가 낮은 수업이라 스트레칭하는 정도이다. 몸이 너무 좋지 않을 때 B선생님 타임을 하게 되면 적당히 몸을 풀 수 있어서 좋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B선생님 타임에서 꼭 다치게 된다는 것. 설명을 듣고 몸을 움직이는데 가끔 방황하게 된다. 동작과 동작 사이에 연결 동작이 없이 바로 진행해서 몸에 무리가 오는 경우도 있다. 나는 무용과 교육을 전공해서 움직임 관련 수업에 설명과 플로어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B선생님은 무용 전공자인 나조차도 따라 하기 어려운 플로어 구성해 진행하셨고, 엄마는 매번 다치셨다. 허리 디스크가 오거나 골반에 무리가 되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엄마랑 나는 가급적 A선생님 타임을 다니게 되었다.


요가를 시작하고 4개월이 되었을 때. A선생님이 다른 요가원으로 옮기셔서 새로운 선생님(C)이 오셨다. C선생님도 우리 요가원이 처음이고, 우리도 선생님이 처음이라 한동안 수업 난이도나 합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했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 C선생님은 아직 수련이 부족한 것 같았다. 시범 보여주는 동작이 어설프고 나보다 중심도 못 잡는 것 같았다. 유연성도 떨어지고 설명 없이 아쉬탕가 진도를 쭉쭉 나갔다. 마치 요가 자격증을 취득하려고 수련하는 학원 같았다. 그 덕에 높은 난이도의 요가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방식의 수업이나 수련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C선생님은 수련자의 자세를 무리하게 잡아주는 경향이 있다. 나도 때로는 몸이 풀리지 않아서 잘 되지 않는 동작이 있다. 그럴 때면 C선생님이 다가와 잡아주는데, 내가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로 몸을 잡아줘서 무리가 된 적이 많았다. C선생님이 몸을 잡아주면 항상 부상이 생겼다. 그래서 C선생님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게 되었다. 또, 선생님은 동작을 만드는 과정을 생략한 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척척 완성된 동작을 보여줄 뿐, 발 모양은 어떻게, 간격은 어떻게, 무릎은 어떻게 했다가 어떻게, 몸은 어디서 어떻게 회전하고 손은 어떻게 짚고 어디로 뻗는지 등 과정의 설명이 없었다. 동작의 이름만 말하고 진행한다. 규칙 없이 쌓아진 젠가처럼 위태로운 몸은 결국 다친다. 이곳은 일반인이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해 수련하는, 취미로 운동하는 동네 요가원이다. C선생님의 수업은 전공자들이 수련하는 곳에서나 적절하지 싶다. 그 때문인지 C선생님 타임에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야할 요가실에 5명 정도의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


C선생님은 자주 쉬셨다. 여행을 가서, 아파서, 집에 일이 있어서 등 다양한 사유로 주 1회씩 쉬셨다. 그래서 대강 선생님이 오시는데, 이것도 복불복이다. 어떤 날은 이제 막 자격증을 취득한 것 같은 선생님, 어떤 날은 엄청난 실력자 포스가 뿜기고 다치지 않는 요가를 설명해주시는 선생님이 오신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자꾸 바뀌는 것 같아서 적응도 안되고 힘들었는데, 대강 선생님의 수련이 너무 좋아서 복불복을 기대하며 C선생님 타임에 참석한다. 사람들은 요가 수련이 만족스러운 날에는 마지막 '나마스떼', '수고하셨습니다'의 인사도 크게 한다. 그리고 데스크에서 오늘 오신 선생님 성함을 여쭙고 다음에 또 언제 오시는지 물어본다. 다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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