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식물은 바로 아보카도였다. 수경재배라 어렵지 않다고 해서 시도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 무럭무럭 쑥쑥 잘 자랐다. 심지어 겨울을 지나지 못하는 건 아닐까 했던 걱정과 달리 그 추운 겨울도 잘 살아남았더랬다. 그렇게 생명력이 넘치던 녀석인데 이사 준비를 하면서 신경을 못 썼더니 시들어버렸다. 이사오면서 버리고 올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새로이 씨앗을 수경재배 해서 새로 옮겨 심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그저 창밖에 말라죽은 그대로의 화분을 내놓았더랬다.
그러던 어느 날 창밖을 내다보다 놀라버렸다. 며칠 비가 내렸는데, 그 비를 맞고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보카도의 아랫쪽에 새로 싹이 올라와있었다. 내가 물을 다시 준 것도 아니고, 그저 비를 맞았을 뿐이었다. 해를 받고 비를 맞은 아보카도가 살아났다.
그 작고 위대한 생명력을 마주하는 순간 내 안에도 무언가 울컥했다. 아무런 변화도 없고, 그저 멈춰있기만 한 것 같았던 나의 시간이 있었다. 물을 주고, 영양제를 주어도 딱히 살아나는 것 같지 않았던 내가 고군분투한 시간이 있었다. 바빠진 일상에 나를 돌아보지 못한 채 지나친 시간들에 결국 시들어버린 것 같았던 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시작하는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 나를 돌아보지 못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던 나에게 말을 건넨 책이 있었고, 예상 못한 다정으로 다가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 순간들이 햇빛이 되고, 빗물이 되어 내 안에 스며들었을 것이다.
시들어버린 걸 보는 순간, 나는 아보카도가 죽은 거라고 생각했다. 물을 줘도, 뭘 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죽었으니까. 하지만 생명은 내가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순간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말라죽은 줄기 옆에서 새로 싹을 올리는 씨앗이 있었다. 처음 싹을 틔운 아보카도는 햇빛을 많이 보지 못한 탓에 웃자라 있었다. 너무 길쭉하기만 했던 것이다. 햇빛을 충분히 보면 키가 자그마하고 잎이 풍성한 예쁜 초록의 아보카도로 성장한다는걸 나중에야 알았다. 지금 올라온 아보카도의 싹이 그렇다.키만 자라는 게 아니라 잎이 풍성하고 소담하게 예쁘게 자라고 있다
아보카도를 볼 때마다 나는 나를 다시 생각한다. 천천히 꾸준히 자라고 있는 아보카도를 보면 나도 그렇게 꾸준히 성장하고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한다. 다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와도, 다 말라비틀어진 것만 같아도, 다시 싹이 올라온다는 놀라운 신비를 잊지 말아야겠다. 지금 내가 피어나기는 커녕 시들어 보여도, 다시 새로운 싹이 더 아름답게 올라오기 위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지.
말라버린 줄기 아래에서도, 그 뿌리에서 새싹은 다시 틔어올랐다. 그리고 나는 내 안에도 있을 그 싹을 믿기로 했다.
#아보카도화분 #다시시작하는삶 #일상의기록
#다정한에세이 #성장일기 #식물키우기 #내안의새싹
#에세이추천 #나를돌보는시간 #조용한기적
#식물에세이 #브런치에세이 #회복의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