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씨는 일베충입니다. 그는 오랜 세월동안 '일간 베스트'의 고정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여러 영웅적인 족적을 남겼습니다. 물론, 그는 키보드나 두들기는 그저 그런 한심한 유저들과는 달랐습니다. 그는 논리적이고 냉철한 팩트로 무장한 '이성주의자'이자, 자신의 신념은 반드시 행동으로 옮기는 '행동가'였습니다. 실제로 그는 세월호 유족 앞 피자 폭식 시위, 혜화역 페미 맞불 집회 참가 및 MC 무현 배 랩배틀 대회 우승자라는 화려한 기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말만충'이 아니라 자기가 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나이였습니다. 그의 좌우명 또한 남달랐습니다. "벌레들은 모두 나가 뒤져야 한다."
평소처럼 일베 게시판을 정독하고 잠에 든 승민씨. 눈이 부셔 잠에서 깹니다. 아니, 벌써 아침이란 말인가? 그런데 햇빛이라 하기엔 빛이 너무 밝은 것 같은데요. 어리둥절한 승민씨가 몸을 일으키자 갑자기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끼야아아아악!!" 덩달아 놀란 승민씨는 민첩하게 안전한 곳으로 몸을 숨깁니다. "바퀴벌레 잡아!!!"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갑자기 거대한 팔이 불쑥 승민씨를 덮칩니다. 다행히 가까스로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승민씨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어리둥절합니다. 내가? 바퀴벌레? 벌레같이 생긴 건 너겠지. 여동생에게 뻐큐를 날리려 손을 든 승민 씨는 자신의 벌레 다리를 보고 정말 자기가 바퀴벌레가 됐음을 깨닫습니다. 충격도 잠시, 냉철한 이성주의자답게 현실을 받아들인 승민 씨. 벌레가 된 이상 안타깝지만 자신의 신념에 따라 나가 뒤지기로 결심합니다. 그의 숭고한 죽음은 다른 일베충 동료들이 알아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요. 대신 승민씨는 죽기 전, 세상의 "진짜" 벌레들에게 마지막 복수를 하기로 합니다.
결연한 마음으로 승민씨가 향한 곳은 키즈 카페입니다. 맘충들이 모여있는 곳이죠. 그는 언제나 맘충이야말로 만악의 근원이자 모든 벌레들의 발상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말 그대로, 그들은 사회적 벌레들의 '어머니'이니까요. 급식충들을 낳아, 페미충으로 키우고, 결국 틀니충이 되는 완벽한 벌레랄까요. 승민씨는 죽기 전 자신의 자손들을 그녀의 몸, 가방, 아이들에게 흩뿌리기 위해 온 몸에 힘을 줍니다. 엉덩이에 피가 쏠리는 기분이 느껴집니다. 가라, 알들아! 이 더러운 것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다신 밖에 나가 그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하라! 승민씨의 마음은 웅장해집니다. 그의 머리 속엔 한스 짐머의 음악이 흐릅니다. 터질 듯한 몸과 마음으로 승민 씨는 드디어 키즈 카페 한 가운데, 빛이 쏟아지는 곳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꺄아악!!! 비명소리, 가까워지는 그림자.... 승민 씨는 눈을 감고 자신의 최후를 기다립니다. 거대한 블럭이 머리 위로 날아와 그를 덮치려는 찰나-
샤샤샥!
그렇습니다. 승민 씨는 너무도 생존력이 강해진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블럭과 손, 에프킬라가 날아와도 n만년을 살아남은 그의 바퀴벌레 조상들이 물려준 생존 DNA는 그를 매번 살려내고야 마는 것입니다. 미친듯한 민첩성, 놀라운 동체시력, 자유자재로 부피를 줄이는 몸까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게 된 승민씨. 그는 그의 말을 지킬 수 있을까요? 영원히 이렇게, 나가 죽지도 못하고, 벌레로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승민 씨의 겹눈에서 보이지 않는 눈물이 흘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