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베네핏이요?

대학에서 일하는 즐거움

by 달콤달달

회사가 놀이동산도 아닌데, 아니 회사가 놀이동산일지언정 출근하는 발걸음이 솜털처럼 가벼울 리 없다. 에버랜드 아마존 익스프레스가 일터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촉촉이 젖는 짜릿함도 내 것이 아니요, 꿈의 나라 환상의 세계 여기는 롯데월드 또한 그저 직장일 뿐 나의 꿈과 환상은 퇴근 후의 세계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아침마다 멱살 잡혀 끌려가듯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보다 어려운 게 직장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찾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활짝 열면 보일 수도 있다.


<유퀴즈 온더블록>에서 직장인이 게스트로 나오면 던지는 공식 질문이 있다. 바로 베네핏(benefit)! TVN의 프로그램인 만큼 자주 언급되는 회사 CJ는 비비고 간편식품, 올리브영, 빕스 같은 계열사 40% 할인에 티빙(TVING) 무료 서비스 혜택을 직원들에게 제공한다고 한다. 비비고 만두를 냉동실에 쟁여 두고 먹는 나는 지인 찬스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다.(혹시, CJ 직원분 계시나요?) 올리브영 세일은 또 어떠한가! 세일을 할 때에는 세일가에 40% 중복 할인 적용된다고 하니,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나는 이미 한참 전에 졌다. 게임회사 넥슨에는 직장어린이집(추첨을 통해 입소), 250만 원의 복지포인트 외에도 전문 상담사가 상주하는 베네핏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회사의 베네핏이 마냥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개발자라는 직업의 고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도 가능했다.


우리 회사에도 베네핏은 있다. 가족장학, 정기주차 요금 할인 및 직장어린이집 등의 혜택이다. 그런데 가족장학의 경우 지금은 아이가 어리니 해당 사항이 없을뿐더러 일정 조건에 부합해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장된 베네핏이라 보기 어렵다. 정기주차는 무조건 1인 1대이다. 어쩌다 남편 차를 가져간 날, 교외 무료 학생주차장에 세우는 걸 깜빡했다가 퇴근 출차 시에 차단봉이 내려와 당황했던 적이 몇 번 있다. 당황으로 끝나면 다행인데 일일 최대 주차요금인 6,000원을 지불한 후에야 집에 갈 수 있었다. 대학 수입 증대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자부한다.(진심이다, 그런데 왜 속이 쓰리지?) 직장어린이집은 작년까지 2년 동안 아이가 즐겁게 잘 다녔고 덕분에 나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유용했던 혜택이다. 그러나 직장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제한적(신청자가 많을 시 추첨, 아이가 없거나 아이가 이미 다 큰 경우)이다 보니 보편적 복지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직장을 좋아하는 이유를 단 한 가지만 뽑으라면 단연코 도서관이다. 어느 부서든지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어 책을 쉽게 빌릴 수 있다.(한 달에 15권 및 30일 대여기간이 정해져 있고 연체 시 제재를 받는다) 책장마다 가득 찬 책들을 보면 내 책도 아닌데 마냥 뿌듯해서 1권만 빌리러 갔다가 5-6권씩 빌리기도 한다. 돈을 빚지면 살림이 가난해지지만 책은 빚질수록 마음이 부유해지므로, 통장에 마이너스 쌓이는 건 극구 사양, 읽을 책을 빚지는 건 적극 허용하는 편이다. 읽고 싶거나 필요한 책이 없다면 신청 사유를 적어 희망도서 신청을 할 수도 있다.(현재 여섯 권 신청 중) 주문한 책이 심사 절차를 거쳐 배가 완료되면 우선 대여권이 주어진다. 아기 냄새만큼 좋은 새 책 냄새를 실컷 맡으며 빳빳한 책장을 넘기는 손맛까지 즐길 수 있어 나만 알고 싶지만, 누구나 알면 좋은 시스템이다. 도서관에서 이미 소장했으나 대여 중인 책은 대기를 걸면 된다. 여럿의 손때가 묻은 책이 겨우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책에 대한 반가움과 애틋함이란! 일주일동안 세 번의 점심을 양보하면 한 권의 책이 내 안에 담긴다. 일터에서 느끼는 기쁨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 나의 보물찾기, 내 일의 기쁨>


소풍 가서 보물찾기 게임을 하다 보면 보물은 꽁꽁 숨어 안 보이는 곳이 아니라, 보일 듯 말 듯한 곳에 숨겨져 있었다. 선생님들은 여러 아이들에게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하나가 아니라 다수의 보물을 숨겨 두셨는데 찾는 사람은 2-3개도 찾고, 못 찾는 사람은 영영 못 찾았다. 중요한 점은 보물을 찾으려는 의지였던 거다. 하나를 찾은 아이들은 또 다른 보물을 찾기 위해 더 열심히 풀숲을 휘젓고 다녔다. 반면 일찌감치 포기하고 놀기에 바쁜 아이들도 있었다. 개미와 베짱이 동화처럼 간혹 여러 개를 찾은 친구가 하나도 못 찾은 아이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빈손으로 집에 갔다. 보물이 소풍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보물찾기에 성공한 아이들의 뒷모습은 어쩐지 웃는 모습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보물찾기 게임에서는 한 번도 보물을 찾아본 적이 없었지만 회사에 숨겨진 보물은 잘도 찾아냈으니 뒤늦게 운수가 트일 모양이다. 이러니 아직은 퇴사가 아니라 회사를 선택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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