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미와 베짱이
가을인데 날씨가 왜 이래?? 아직 안되는데...
베짱이도 메뚜기도 한철이라더니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아이 추워 얇은 카디건을 덧입고 외출했다. 오래간만에 골프스크린에서 초보들과 골프 치고 점심 내기를 했다. 당연히 내가 1등 이어야 하는 게임인데... 날씨 탓을 하며 다리가 아프다고 엄살을 떨었다.
골프 초보 부부지만 골신(골프신동) 탄생 백일 기념일이다. ㅎㅎ 유튜브로 레슨 받은 골프 독학생 들인데... 이제 제법 스크린 나들이도 필드도 곧잘 친다. 방심하다가는 질 수도 있을 정도로 골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연습 또 연습을 하며 나를 추격해온다. 경력 3년 차인데 3개월 차 부부에게 질 수는 없다.
베짱이처럼 슬슬 즐기는 자와 개미처럼 열심히 연습하는 자들과 맞짱을 뜨는 날이다. 오전 9시 스크린장으로 갔다. 시합하기 전 서비스로 주는 시간도 알뜰하게 연습을 한다. 열심히 사느라 골프의 신세계를 요즘에서야 맛보는 개미 부부에게 골프를 치자고 꼬신 건 바로 나다.
거금의 골프채를 사고, 거금의 레슨비를 아껴서 독학(유튜브)으로 골프를 접했다. 엉망이었던 샷이 조금씩 교정되며 이제 시합을 할 정도로 파워가 생겼다. 본업이 있으니 일을 마치고 오후 시간을 이용하여 집에서 샷과 퍼팅 기를 사들여 맹연습을 했다고 한다.
설마... 골프 레슨파를 막가파가 이기겠다고??
세상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난 겨우 체면 유지를 했을 뿐... 골 신들에게 보기 좋게 백기를 들었다. 아메리카노 한잔과 냉수를 3컵 정도 먹고, 급기야 14홀에서 화장실에 다녀왔다는 풍문을 알린다. 졌다 졌어. 다행히 2등을 겨우 했다.
점심을 사겠다며 멀리 드라이브를 갔다. 신도시 홍성이다. 일단 배가 고프다. 그런데 대기표를 준다. 그래도 맛집이라며 기다리자고 한다. 15분쯤~ 이곳은 버섯 샤부샤부 집이다. 통쾌하게 골프를 이기고 사는 밥이라 기분이 좋은 상태로 시식을 하기 시작했다.
냄비에 육수품은 버섯 한 개가 둥둥 글씨를 품고 떠있다.
그 후 버섯을 주신다. 생으로 먹으라며 나눠 주신다. 동충하초 버섯 오 홀! 먹을만하다. 골프 내기를 지고도 얻어먹으니 역시 공짜는 맛이 좋은 건가?? 괜찮네 ㅎㅎ 버섯과 야채를 예쁘게 담아주시고 고기도 주신다. 펄펄 끓는 육수에 퐁당퐁당 던졌다.
느타리, 흰 목이, 대왕, 황금팽이, 만가닥, 팽이, 양송이, 새송이버섯들이 면역력 증가와 항암에 좋다고 하니 올가을 챙겨 먹으면 좋을듯하다. 노루 궁뎅이 버섯도 웃긴 이름값을 한다.ㅎㅎ내 몸을 살리는 버섯이란다.
축 쳐진 내 몸이 살아나는 느낌 ㅎㅎ 버섯과 야채를 접수했다. 그리고 칼국수를 접수하고 또 볶음밥까지 배가 부르다. 후식으로 마무리 버섯 피자다. 와우 ~~ 개미 부부에게 푸짐한 대접을 받았다. 셋이 먹고 푸짐한 점심 한 끼가 36000원 가성비 좋고, 맛 좋고, 괜찮았다.
시식 후, 새로 생긴 도서관에 견학 차 행사차 국화꽃밭 나들이를 왔건만 너무너무 춥다. 가을 아니고 겨울 느낌이다. 도서관으로 들어섰다. 온기가 따스하다. 역시 광대한 스케일에 한번 놀라고 책 기운을 빌어 몸을 녹인다. 홍성 신도시 충청도 도서관이다. 베짱이도 잠시 독서 중 쉿! 정숙 ㅎㅎ
여행은 서서하는 독서 맞다.
충청도는 나의 고향이고 발전 가능성이 있어 이곳저곳 눈여겨보는 중이다. 아는 게 힘이다. 무엇이든...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에도 도서관에는 제법 사람들이 있었다. 잠시 책 한 권을 꺼내 보았다. 그리고 이곳저곳 멋지게 꾸며놓은 도서관을 탐방하다가 옥상에 올라가 보니 밖에 보이는 국화꽃밭에 마음을 뺏겼다.
노란색 , 자주색, 국화꽃들이 추워 보인다. 아직 안되는데... 가을을 벌써 보낼 순 없다고... 애써 붙잡았다.
여기까지 온 김에 아버지 엄마가 계시는 서산까지 고고씽 ㅎㅎ 개미 부부들은 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늦는다. 밥 챙겨 먹어라" 드디어 베짱이에게 개미 부부는 노는 법을 전수받았다. 자식들 다 키워봐야 지들이
잘난 줄 안다니까... ㅎㅎ 부부가 잘 사는 게 답이여! 추워도 좋다.
노래를 틀어 신나게 따라 부르며 흥얼흥얼 하는 동안 서산에 도착했다. 추석 이후 그래도 오랜만이다. 너무 추워서 터미널 앞 옷가게에 들러 두툼한 롱 카디건을 하나 더 사 입었다. ㅎㅎ 아버지와 엄마를 모시고 바다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개미 부부는 남동생네 부부였다. ㅎㅎ
갯벌을 끼고 노을을 보자고 갔건만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구름만 잔뜩 오늘은 노을 보기 어려울 듯... 출출하다며 맛집을 검색했다. 여기는 어디? 왕산포 횟집 박 낙지탕이 유명하단다. 오래간만에 몸보신 거하게 하고 있는데 창가 쪽에 앉아있던 나는 깜짝 놀랐다.
하루 종일 흐렸던 하늘이 잠시 노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식당 밖으로 나가 노을 샷을 찍는다. 바람이 쌩쌩 그러나 노을이 나를 위해 ㅎㅎ 붉게 물들고 있었고, 베짱이의 긴 하루를 따라왔나 보다... 아버지 엄마도 시원한 국물에 산 낙지를 잡수시며 좋아라 하신다. 낙지가 꿈틀꿈틀 살아 있었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울 엄마 주옥같은 말을 남기신다.
"박수 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박수받는 사람이 돼야 한다"시며 독학으로 골프를 잘 치게 된 동생 부부에게 축하한다며 박수를 쳐주신다. 누가 보면 골프 그랑프리 우승컵이라도 탄 줄 알겠다며 하하호호 웃었다. 가족은 늘 힘이 되어주고, 손뼉 쳐주며 기뻐해 주는 사이다. 노을은 어느새 서산 너머로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앉았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함께한 남동생네 개미 부부도 조금씩 베짱이의 삶을 인정하며 즐거워했고, 많이 웃는 하루가 되었다. 날씨는 춥지만 서로의 따뜻한 체온을 나누어 춥지 않았다. 그리고 얼떨결에 산 두툼한 롱 카디건 덕분에 따스했다. 늘 바다 같이 넓은 마음으로 자연을 닮아 살아가련다.
벽난로 같이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말이다. 아직 추워지면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