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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Apr 15. 2022

오메~ 바다내음이...

4월 봄날의 추억

끼룩끼룩 갈매기가 날아다닌다. 

여기는 어디? 에메랄드빛 바다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을 꿀꺽 삼킨 저 바다는

아침이 되면 안 그런 척 푸른 바다를 

늘 유지한다. 나도 그러고 싶다.


우~~ 아  봄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봄바람난 두 쌍의 부부가 놀러 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두리번두리번

아무리 둘러봐도 와본 적도 없고

기억 속에도 없는 곳이다.


오래간만에 샬랄라 꽃무늬 원피스에

청자켓을 걸쳤다. 남편은 봄날인데도

아직 춥다며 모자 달린 패딩점퍼를 입었다.

남들은 봄꽃 만나러 산으로 가는데  

우리는 봄 마중하러 봄바다를 보러 갔다. 

데크로 깔린 전망대까지 짧은 거리지만

원피스가 봄바람에 살랑살랑 춤춘다.


오메~바다내음이...


오메 ~메릴린 먼로가 될지도 모르겠네

오메 오메 사진을 찍는데

남편이 내 치마를 잡아준다. ㅋㅋㅋ

 나이에 꿀벅지 좀 보여주지 뭐~그까짓 거

아니 아니야  안된다고 ㅎㅎㅎ

오메 ~모자도 날아가겠네

위로 아래로 땀만 삐질삐질 흘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피식피식 웃는다.

우리도 함께 하하하 호호호 웃음소리가

바닷가에 메아리처럼 퍼져 나갔다.

한 사람의 웃음이 모두에게 전해지길...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찍어주고 찍히고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잠시 즐거웠다.

드넓은 바다를 보니 숨통이 트였다.


바다가 나를 부른 건지?

내가 바다를 부른 건지?


바다야 바다야 정말 반갑다.


봄바람이 쌩쌩 불지만 치맛자락을 붙잡고

아파서 몸무게가 5킬로나 빠진 남편을 

오메 오메~~ 날아갈까 봐 꽉 붙잡았다.

평균 체중 오버인 내가 잡아줘야지 어쩌누?

팔짱을 끼고 둘이서 봄바람과 한바탕

힘겨루기를 하며 그곳을 겨우 빠져나왔다.


메릴린 먼로가 될뻔했던 바닷가에

웃음을 남겨두었다. 



아이~~ 배고파 횟집은 두 곳뿐이다.

우리는 알록달록 우산 속 횟집을 택했다.

펄펄 뛰며 살아있는 우럭회와

미나리를 품은 간자미 회무침을 시켰다.

매운탕과 국수는 서비스 소주는 패스 

간만에 바다의 비린 내음을 완벽히 접수했다.


야외에서 봄바람을 즐기며... 

남의 살을 먹으니 참 좋다~~

갈매기가 날고 오색 우산속 우럭회가 준비중~

초고추장 맛 마늘 얹은 쌈장 맛이 좋았다.

오메~~ 먹는 게 남는 거란 말 실감했다.

갈매기 소리와 파도소리를 들으며

등받이 없는 플라스틱 의자에 

도란도란 앉아서 켜켜이 쌓아둔 

아픈 기억들을 바다에 한없이 뱉어냈다.


간재미 회무침은 꼬들꼬들 씹히는 맛으로 

회는 혀끝에 닿는 부드러운 목 넘김으로 

배가 부르지만 매운탕으로 입가심을 한다.

뜨끈한 국물이 들어간다.

아~~~ 좋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비로소 바다내음을 가득 입안으로 들여 

목구멍을 지나위로 장으로 들이니

허했던 마음까지 가득 채워졌다.


짠내 나는 세상 비릿함이 싱거움보다 좋다.


간재미 회무침 & 우럭회

우럭의 속살을 한 점 한 점 음미하며

바다가 내어주는 맛을 진심 감사했다.

넓은 바다를 노닐던 우럭의 신선함을

맘껏 즐겨 주었다. 우럭이 내뱃속으로 

들어가 헤엄치는듯하다. 

그니까 거기가 어디냐고요?


네, 여기는 당진 한진포구라네요.




회를 먹으러 가서 딴 음식 먹으면 반칙 ?

십 년째 한진포구 지키는 칡즙과 국화빵이 

안 어울리는 조합이지만 환상의 궁합이었다.

칡즙은 건강에 좋지만 엄청 쓰다.

얻어마신 칡즙 한 모금 우웩 ~

'내게 칡즙은 너무 써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맛이다.

그때 국화빵 한 개를 통째로 먹으면 끝.


바닷가에서 산에서 캐는 칡즙을 마시다니...

국화빵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다니...

봄꽃을 보러 산으로 가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봄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이러니한 세상 속 사람들의 생각은 모두 

다를 수 있고, 고정관념 틀을 깨면

훨씬 행복감이 많아짐을 알게 되었다. 


국화빵을 만난 건 행운이야!!


배불러도 들어가는 걸 보니 튼튼한 위장

한구석을 비워놓았었나 보다??

오메~~ 어쩌면 좋을까나?

남편은 칡즙 한잔이 아쉽다며 한통을 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꽃구경은 덤이다.

활짝 피었던 벚꽃이 엔딩을 준비 중이다.


트렁크 속에서 답답해하는 멍게 잡으러

서둘러 집으로 달려왔다.

여드름 많이 난 사람에게 멍게라는 별명을

붙여주곤 한다. 겉모양은 울퉁불퉁하고

못생겼으나 속살은 연하고 주황빛을 띤다. 

초장에 한입~쓰읍 음~~~

겉보다 속이지...사람도 그렇다.

 

멍게손질 전 후

4월 모두 아프지 마슈~~

훌훌 털고 일어나시길...

남편도 나도 콧바람 쏘이고 나니

몸도 마음도 바다를 닮아서

한 뼘쯤 더 넓고 깊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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