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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Oct 24. 2022

이런 경험 처음이야~

여긴 어디? 잊지 말아요

따끈따끈한 공연 초대장이 두장 생겼다.

여기는 베트남 하노이다.

일요일 오후(10월 16일) 6시 20분 ~

한국에서 백지영 가수가 온다는

제보와 함께 한국과 베트남 수교 30주년을

축하하는 공연이 하노이 국립 컨벤션센터에서...


아는 사람만 알고, 관심 없는 사람은 모른다. ㅎㅎ

한국에서는 뮤지컬과 연극엔 관심이 많았지만

가수들의 공연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6년 거주를 하면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곳

베트남 국기가 나풀거리고 굳게 닫힌 철문 앞

경찰들이 대문을 지키는 모습만 간혹 보았고

그 앞을 지날 수 없도록 막을 때엔 베트남에

큰 행사가 있구나!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곳이 보이는 집에서 살아보기도 했다. 32층에서

내려다보면서 가끔 궁금히 기도 했지만 여기는

타국이고 난 이방인으로 그곳을 가 볼일이 없었다.

그런데 연장으로 빗장을 연다고 한다. 살다 보니

기회가 생겼고 무료 초대권에 무조건 오케이를 했다.

베트남 하노이 국립 컨벤션센터


공연 티켓을 건네준 친구와 지인, 동생들이

8명 초대받았다. 호기심에 가보려 했는데

남편과 주차장을 못 찾고 헤맸다.  건물 옆으로

갔더니 주차는 가능하나 주차비를 내라고 한다.

공연장과 멀리 떨어졌고 연결이 되지 않았다.


여기가 아니다 싶어  다시 돌아 나갔다.

아뿔싸! 거기가 맞다고 한다. 다시 들어가려니

주차비를 다시 내라고 한다. 공짜표 대신 주차비를

두 번 냈다. 택시를 타고 올걸... 시간이 빠듯했다.

만나서 함께 가기로 했는데 약속시간도 넘겼다.

빠른 걸음으로 헥헥...


공연장 앞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가 멀리까지

마중 나왔지만 공연장 앞은 인산인해 정신이 없다.

표는 엄청 멋지고 초대받는 느낌이었는데...

가보니 국제회의장 앞 야외 공연 장이었다.

살짝 실망했지만  많은 사람을 초대하려고

했던 것 같아 이해했다.


검문검색대를 지나 팔목에 분홍 띠를

둘러주는 게 입장 끝이었다. 생각보다 쉬웠다.

그런데.

뒤에서 따라오던 남편이 검문에 덜컥 걸렸다.

오잉? 뭐지? 무슨 일이야?

나는 패스하여 들어왔건만 남편은 경찰 앞에 서서

가방 속 물건들을 꺼내어 안전을 검색당했다.


눈부심 방지용 안경을 쓴 게 좀 이상했나?

나쁜 짓을 할 사람처럼 생긴 것도 아닌데...

왜? 깔끔쟁이 남편은 그만 코털 가위 작은 것이

가방 안에 있어 무기로 오해받아 걸린 거였다.

아니, 그걸로 뭘 한다고? 애써 태연한 척...


하하하  호호호


웃을 일인데  기분이 묘하게 안 좋았다.

가방을 차에 두고 가자던 내 말을 듣지 않아서?

주차비를 두 번 내고 헤매어서?

시간 맞춰 걷느라 땀이 많이 나서?

작은 가방이라 괜찮다며 들고 왔는데 검색대

걸려서 함께 가던 일행들을 놓치고 말아서? 


다들 입장하고 한참을 머뭇거리다 겨우 들어가서?

공연 시작 전 도미노처럼 감정들이 넘어졌다.



공연은 이미 시작되어 칼라풀한 빛이 마구마구

이리저리 춤을 추고 있었다.

빚 색깔이 바뀌며 공연 분위기는 너무너무 멋졌다.

베트남 가수들이 줄줄이 나와 댄스곡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신나는 축제 분위기였다.


그런데 별로 즐겁지 않다.


베트남 젊은이들도 한국 젊은이들처럼

소리도 지르고, 노래도 따라 하며 흥이 났다.

핸드폰을 들어 흔들고, 야광 별을 들어 환호성을 질렀다. 

브로마이드를 만들어 들썩들썩거렸다.


그나저나 함께 온 일행들은 어디로 갔는지?

와이파이도 안 터지고, 전화통화도 시끄러워

되지 않고, 궁금했지만 일단 자리를 잡아 앉았다.

야외 공연장

둘이서 빈자리에 앉았다. 앉고 보니 그곳은

머리 위로 긴 카메라가 왔다 갔다 하는 곳이라 비어

있었던 거였다. ㅠㅠ 오늘따라 공연장 오는 길이

장애물 투성이었다.


신경이 쓰였다. 그저 백지영 노래만 듣고 가자며

가져온 초콜릿을 둘이서 나눠 먹고 물을 마시며

기분과 감정을 애써 추스르고 있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공연

쾅쾅 울려 퍼지는 노래도 댄스도 마음에 들지 않고

하나도 신나지 않는다. 그저 시간이 지나가길...


그때였다.

두 남자의 파워풀한 댄스와

감미로운 목소리에 마음의 빗장이 열렸다.


아스트로 문빈&산하

한국에서 데뷔 2년 차라는데

처음 보는 신인 2인조 유닛이었다.


신나는 댄스곡에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

감정도 평온을 찾았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멋진 외모로 베트남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와~~~ 소리치는 벳남인들속에 한국인으로

우리는 공연을 함께 즐기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백지영은 언제 나오나?

한참 공연이 무르익을 때쯤 공연장 영상 속에

백지영이 소개되었다.

백지영 출연 영상

아는 사람을 만난 듯 반가웠다.

베트남에서 한국 가수를 만나게 될 줄이야!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탱크톱과 하늘거리는 흰색 치마바지를 입고

여전히 아름다운 목소리로 베트남 하노이

무대 위에서 자신의 노래를 목청껏 불렀다.


카메라가 머리 위를 지날 때마다 행여 떨어질까?

아슬아슬했지만  무대도 잘 보이고 잘 들렸다.

나쁘지 않은 자리에 앉아 공연을 즐겼다.


별빛처럼 빛나는 불빛과 네온사인들

한국 수교 30주년 벳남에서 축하공연을 처음

박수를 치며 흥겹게 공연을 감상했다.

오색빛의 향연 속에 후끈 달아오른 공연장을

우리는 슬며시 빠져나왔다.


공연이 끝나기 전 우리는 정신을 차려야 했다.


젊은이들처럼 공연을 따라다니는 건

정말 너무 무리가 아닌가?초대는 고마웠다.

공연장까지 무사히 들어가기까지

주차도, 검색대도 만만치 않았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 국제회의장의 모습은

잊을 수 없을 만큼 웅장했다


감미로운 백지영 가수의 노래에 맞춰

어깨를 좌우로 움직이며 오랜만에 

남편도 나도

잠시 젊음의 한때로 돌아가 보았다.


'잊지 말아요' 노래를 부르며... 타국 땅에서

한국인과 벳남인이 하나 되어

함께 노래를 불렀다.


때로는 노래 가사에 마음이 움직인다.

멜로디에 빠지기도 한다.

감성도 감정도 살아난다.

댄스곡에 온몸의 세포가 들썩 거리기도 하고

경험해보지 못한 곳으로 초대받아 가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새로운 곳에 가더라도

놀라지 말며 행여 실망이 되더라도

워워~~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남편의 코털 가위가 무기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던 공연장 해프닝

하하하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잊지 말아요~~

야외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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