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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스 h Feb 21. 2023

오리배는 꽉꽉~~

주말일상   


지진 대 참사로 튀르키예 특별헌금을 냈다.

작은 돈이 모아져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마음이 무거운 2주째 주말이다.

날씨마저 우중충하다. 예배 후,

집에 가지 말고 어디든 가자고 한다.

"어디로? 딱히 떠오르는 곳도 없는데..."

"배고픈데... 뭐라도 먹어야지"

"김밥 사가지고 갈까?"

"그러자 "


하노이에서 가까운 호수로 출발했다.


해도 없지만, 비도 안 오고 구름 가득한 날씨다.

후덥지근하고 스트레스 지수 올라갈만한 날씨

은근히 덥고, 은근히 찌뿌둥한 그런 날이다.


호떠이 호수는 우리가 자주 가는 쉼터이다.

수도 없이 오고 갔던 만만한 곳이다.

차 안에서 간단히 김밥과 어묵국물로

속을 채우고, 우리는 오리배 타기를

처음 도전 하기로 했다.


오리배들이 주르륵 대기 중이다.

표를 샀다. 정말 싸다.

둘이 타는데 5천 원 ~쯤이다.

1인 5만 동 (2500원)이다.

한국에서는 15000원~25000원선

최소 3배~4배가 되는 듯하다.


베트남은 안전 상태가 허술한 편이다.

타국에서 행여 물에 빠지거나 고장이

나면 어쩌나? 의심 많은 나는 무엇을 할 때

마다 늘 안전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웬만해서 아무거나 막타지

않는다. 버스도, 택시도, 지하철도

나의 안전을 위해서 꼼꼼히 체크한 후

매의 눈으로 스캔을 하는 게 기본이다.


최소 10분~20분 정도 지켜보다가

오케이! 하는 편이니

남편은 그런 나를 예민하다고 한다.

"예민하니까 지금까지 버틴 게 ㅎㅎ"

베트남 하노이 호떠이에서 오리배를

발견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멀리서 구경만 여러 번 했다.


의심도 많고 겁쟁이라서...


남편과 나는 수동오리배에 두 발을 올리고

신나게 자전거 타기처럼 페달을 밟았다.

오리배가 움직였다. 앞으로, 옆으로, 뒤로

운전대도 있어서 자유자재로 갈 수 있었다.

염려와 걱정은 사라지고 시원한 바람이

살랑 불어왔다. 이곳저곳 오늘따라

작은 호수에 오리배가 가득하다. 꽉꽉 ~~


녹차의 시원함과 달달함을 맛보며 우리는

열심히 오리배를 운전했다.

온 가족이 탄 오리배도 지나가고,

알콩달콩 연인 오리배도 지나가고,

노랑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들도

오리배 안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도 우리를 찍고 나도 그들을 찍었다.




한국에 살 때 오리배를 타본 경험이 있었다.

시원한 한강을 끼고 자동 오리배와

수동 오리배를 탈 수 있는 곳이 여럿 있었다.

아마도 뚝섬 유윈지에서 탄 기억이... 난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즐거웠던 그때 그 시절이

아~~ 떠오르 그리움이 사무친다.


타국살이는 쉬워 보여도

적응이 만만하지 않다. 3년 정도까지는

신기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으며

불평불만을 달고 살았다.

오리처럼 주둥이를 쭉 내밀고

허우적거리며 툴툴거렸다.


문화적 정서적  차이도 힘들었다.

그 후 여기는 베트남이니까~~

인정을 했고  한국과 비교하는걸

멈추었다. 50년 살던 곳을 떠나 타국살이를

하며 소통의 어려움도 많았다.


흐르는 물처럼 흘려보내주었다.


전동 보트 오리배도 아니고,

인력 보트 오리배를 타며  좋아한다.

50대 부부가 별짓 다 하고 있다.

야~~~ 좋다 ㅎㅎ 설마 빠지지는 않겠지

모두 구명조끼도 없이 꽉꽉 소리를 내며

페달을 밟고 있었다.


오리배 탈 때 방석이 필요했다.

엉덩이 아프다.

전자동 모터 오리배가 훨씬 좋다.

허벅지 종아리 발까지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니 힘들었다. 아휴~~


1시간을 타라고 표를 줬는데

우리는 겨우 30분~ 타고서

그만 타자며 탔던 곳으로 향해 돌아갔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ㅎㅎ

오리야 고마웠다. 콧바람 쏘이니

기분은 정말 좋았고 마음도 가벼웠다.

호떠이 오리배 타기


때로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건들을 만날 수도 있다. 별 탈 없이 하루를

보내고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한 가족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슬퍼하고 있다.


날씨만큼이나 흐렸던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기억의 저편에서 손짓하는 과거 속 오리배는

쌩쌩 자동모터 오리배였고, 현재 오리배는

삐그덕 꽉꽉 요란한 소리를 내고 숨 헐떡이며

페달을 돌려야만 멈추지 않고 가는 수동 오리배

였지만 추억하나 만들며 웃는 하루였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오리처럼 말이다.

독수리처럼 훨훨 날지 못해도

우아하게 백조처럼 목이 길지 않아도

뒤뚱뛰뚱  느리고 우습게 걷더라도

날고 헤엄치고 걸을 수 있음에...감사한다.


불편함을 불평하기보다는

사소함을 감사하며 웃는 하루 였다.

"괜찮아? "

"그래 괜찮아질 거야"

오리배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평형을 유지하려면 서로가 같은 방향을

정하고 가야 한다. 함께 페달도 밟아야 하고

삶의 균형도 서로 맞춰가야 소리가 안난다.


힘든 시간들이 잘 지나갈것이고

 봄날이 올 것을 믿는다.


호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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