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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nt kim Jan 30. 2024

황금모래에 볼 일 보는 여름 공주님과 여섯 왕자님들

집사의 일상, 커피는 포기해도 모래는 포기 못 해.

유별난 게 아니고! 특별한 거지.


벤토나이트나 두부 모래 정도만 알았던 초보집사시절에는 아무 모래나 사서 쓰게 했다가 우리 여름이만 된통 혼이 났다. 하루아침에 눈이 떡나발이 된 것도 모자라 얼굴까지 퉁퉁 부었다. 그렇게 또 동물병원으로 뛰어갔다. 안구건조증이니 안심하고 안약을 넣으면 된다고 했다. 그 후부터 안약은 필수템이 되었다. 도대체 이 아이는 어떻게 길 생활을 버틴 것인가!


여름이가 안구건조증이 심해서 그런지 직접 낳은 네 마리도 모두 안구건조증이 있다. 굴러들러 온 돌들 아리와 솜솜이도 눈이 약하긴 마찬가지다. 뒤에서 둘째인 아리는 아가시절 허피스를 심하게 앓아서 죽을 고비를 넘겨 정착한 아이이기에 원래부터 약하고 막내 솜솜이는 아직 아기라서 눈곱을 달고 다닌다. 날씨가 바뀌기 시작해도 눈에 눈곱을 그렁그렁 달고 다니는 냥이들도 있다. 고양이는 이렇게까지나 나약한 존재들이다. 유별나게 키워서 유별나게 컸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어도 실내 습도 관리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특히 눈이 예민한 고양이들이라면 좋은 모래를 써야 한다. 모래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빠른 속도로 모래를 파낸 뒤에 볼 일을 보고, 뒤처리를 하기 위해서 모래 바람을 다시 일으킨다. 결국 고양이 눈과 모래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 먼지가 많이 날리는 모래를 사용한다면 화장실을 쓸 때마다 눈으로 먼지가 바로 들어가 버리니 눈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우리 집 야옹이들은 원래부터 눈이 건조하다니까, 벤토나이트 모래는 꿈도 꾸지 못한다. 예전에 한 번 주머니사정으로 인해 현실과 타협해보려고 하다가 또 애꿎은 여름이만 고통받았다. 지지리 궁상을 떨면서 버스비까지 아낄 때에도 우리 집 고양이들은 황금모래라고 불리는 카사바 모래를 사용해야 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



카사바 모래는 열대 식물인 카사바의 전분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모래이다.
장점은 응고력이 좋아서 감자 캐기가 쉽고 먼지날림이 적어 우리 여름이 같이 눈이 약한 고양이들이 쓰기 좋다. 다만 브랜드 별로 응고력 차이가 크기에 모두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현재 가장 큰 장점은 호기심이 가득한 솜솜이가 먹어도 안전하다고 한다. 물론 많이 먹는 것은 문제가 생기니 심하게 장난칠 때는 주의를 주어야 한다.
다들 카사바를 포기하게 하는 가장 큰 하나의 단점은 응가 냄새를 전혀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살기 위해서 ‘묘하탄’ 활성탄을 쟁여놓고 쓰고 있다. 응가 냄새에 묻혀 생을 끝내고 싶지 않다면, 카사바 모래 사용할 때는 진짜 필수다!



카사바 모래 처음 적응하는 심바고양이, 모래 놀이를 너무 좋아해서 콧물 찍, 눈물 찍 ‘맹구’가 되었다.


신기하게도 우리 집 냥이들은 여름이를 빼고 모두 남자아이들이다. 그것도 덩치가 어마어마한, 수컷 중에서도 상수컷! 고양이들은 참 깨끗한 동물이라서 화장실에 몸이 닿는 것을 불쾌해한다. 쾌적한 배변활동을 해야 변비도 걸리지 않고 요로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덩치가 큰 만큼 초대형! 화장실을 쓰게 했다. 집안 구석마다 자리를 차지한 커다란 화장실들을 채우기 위해서는 한 달에 50kg 이상의 모래가 필요하다. 예전에 아들 키우는 집들은 식비가 엄청 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들냥이를 여섯이나 두었으니 그 생활비는 무시하지 못한다. 오늘도 냥이들은 많이 먹고 싸고, 또 많이 먹고 또 싼다.






돼지냥이지만 캣타워에는 깡총깡총 잘 올라갈 수 있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돈을 아끼지 않는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말 했던 기억이 안 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엄마도 “고양이한테 하는 것 반만이라도 나한테 해봐라!”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돈이 없어서 죽겠다는 소리 말고, 어차피 해줘야 하는 건 그냥 기분 좋게 해주는 것. 받아보고 싶었던 대로 해주는 것뿐이다.

어차피 나갈 돈은 나간다. 만약 카사바 모래를 쓰지 않는다면 또 병원에 가야 하니 병원비로 나가게 될 돈이다. 아등바등 아껴둔 돈도 나가고 내 새끼도 아프고,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일인가? 막을 수 있는 일은 막아야지.


열심히 검색해서 처음 사 본 간식을 잘 먹어주면 좋고, 갓 청소한 화장실을 신나게 써주면 좋다.

고양이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내가 행복하면 고양이들도 편안해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고생해서 번 내 돈으로, 내 새끼들 먹여 살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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