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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nt kim Feb 20. 2024

같이 있으면 나는 행복한데 너희는 어때?

고양이가 아니었다면 행복이라는 단어를 품지 못했을 거야.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좀처럼 머리에 떠오르는 장면이 없다. 그런데 고양이와 함께 살고 나서부터는 한 순간 나 지금 좀 행복하다!라고 자각할 때가 있다. 내가 행복한 만큼 고양이도 행복했으면 좋겠다. 요즘은 이른 아침에 러닝을 하다가 해가 떠오르는 것이 보이면 갑자기 멈춰 서서 우리 고양이들의 행복을 간절하게 빈다.

러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여기저기 고양이들이 널브러져 있다. 배를 까고 손을 곱게 모으고, 다리는 가지런히 뻗은 채 쿨쿨 자는 걸 보면 행복해 보이기도 하는데, 바락바락 소리 지르고 다니는 걸 보면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행복한 거 맞지 여름아?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내는 것 같지만, 어떤 때는 기분이 좋아 보이고 어떤 때는 예민함에 끝을 달리기도 하는 고양이들의 생각은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다.

너희 행복한 거 맞니?




특히! 우리 배찌는 분노조절장애가 있는지 느닷없이 화를 내서 종잡을 수가 없다.

자다가도 일어나서 예쁘다를 해달라고 하고, 지나가다가도 예뻐해 달라고 한다. 원하는 만큼 예쁘다를 해주지 않으면 하염없이 울기 때문에 끌어안고 누워서 배를 만져주고 뽀뽀를 하고 쓰다듬어준다. 배찌에게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적당히 하고 끝내지 않으면 갑자기 분노가 폭발해서 눈이 뾰족해진 채 팔을 앙 물어버린다. 원래는 동그란 눈인데 뾰족해진 것을 보면 화가 단단히 난 것이 틀림없다. 생각보다 세게 물기 때문에 악 소리가 절로 난다. 다행히도 배찌는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안다. 혼이 날까 봐 겁이 나기는 하는지 무섭지 않은 척하면서 뾰로통함을 유지하며 제갈길을 간다. 그래 내가 뭘 잘못했겠지. 잠깐이라도 서로 행복했으면 됐지 뭐.




예전에는 고양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양이와 함께 할 미래를 위해 정말 열심히 돈 벌 궁리만 하였다. 잠자는 시간에는 꼭 엄마도 같이 자기를 바라는 의리 있는 우리 집 냥이들은 내가 밤샘작업이라도 할라치면 책상을 뺑 둘러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모두 데려가서 침대에 같이 누워서 토닥토닥 재워놓은 뒤 아주 몰래 일어났다. 다른 방에서 새벽까지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으면 느닷없이 깨어난 심바가 “엄망!”하고 경기하듯 소리를 지르면서 이 방 저 방 나를 찾아다니곤 했다. 꿀잠을 자다가 엄마가 옆에 없어서 깜짝 놀랐었나 보다. 참 안쓰러웠고 귀여웠다.


같이 자러가자는 어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목표는 고양이의 집이 된 커다랗고 좋은 집을 갖는 것이었다. 고양이들이 각자 독립된 공간에서 누구 하나 양보할 필요 없이 따뜻한 햇살을 공평하게 즐기고 멀리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내 고양이들의 코끝에 닿기를 바랐다. 바람에 실려온 풀내음, 옆집 강아지의 발바닥 냄새를 맡으며 더 넓은 세상이 있음을 알고 호기심이 가득하기를 바랐다.





독립을 하고 보니 고양이들의 행복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각자의 공간이 충분함에도 우리의 곁에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냥이들. 아무리 열심히 돈을 벌어서 집을 산다고 해도 나는 여럿으로 쪼갤 수 없으니! 결국 돈으로 고양이를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욕심이었던 것이다.


요즘 사람을 만나는 일을 줄이고 고양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렸더니 우리 집 고양이들 눈에 사랑이 가득하다.

엄마들이 옆에 있어주는 것. 한 번이라도 더 만져주고 눈 맞춰주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엄마는 너희와 같이 자는 낮잠시간이 가장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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