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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nt kim Feb 23. 2024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여름이의 아가시절을 봐야지.

벤츠보다 내 고양이가 더 좋은데요?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별따는 아리



오랜만에 대학동기들을 만나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지극히 N스러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비트 코인이나 삼성주식을 왕창 사놓겠다고 포부를 늘어놓거나, 바삐 달려오느라 즐기지 못한 과거에서의 조금 더 젊은 풋풋한 일상들을 온전히 누려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까지 겪어온 일들은 내가 선택했던 것이 아닌, 불운이 겹쳐서 발생한 어쩔 수 없는 일들이었기에 그 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다시 그 상황들을 직면하고 수습해야 한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바꿀 수 있는 일들은 없다. 그래서 나는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일은 죽기보다 싫다고 말했다. 다시 한번 재밌게 놀면서 대학생활을 여유롭게 누리고 싶다는 말들을 공통적으로 하던 이들이었기에 이런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나를 빼고는 모두들,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었나 보다.


오늘이 미래의 시점에서는 10년 전의 어느 날이다.




그렇게 이불을 덮지 않겠다더니, 집에 적응 후에는 폭신한 이불에서 쌓여서 잡니다.



요즘에는 가끔 위의 대화를 떠올리며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똑같이 살아내야지 마음먹는다. 같은 자리에서 첫 번째 사무실을 얻고, 2023년의 지옥 같은 시간들도 견뎌내야지. 그렇게 나의 여름이를 만나고 우리 네 쌍둥이 고양이들의 탄생의 순간도 지켜보고. 뒤이어 우리 집에 안착한 냥이들 아리와 솜솜이 까지 모조리 만날 수 있도록.

길에서 살아가는 과거의 여름이를 위해 조금 더 좋은 사료를 내어주고 더운 여름날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쉬어가게 해 주어야지. 지금의 아리보다 어렸던 여름이를 조금 더 지켜보고 따스하게 대해주어야지.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새벽까지 지새우는 것보다 더 많이 지켜봐 주고, 안아주고, 놀아주고 , 더 많이 사랑해 주어야지.




심바는 왜 이런 사진 밖에 없는걸까…?


다묘가정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공통적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바로 고양이를 위해 쓰는 돈이다. 보호자가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지만 나는 고양이에게 돈을 아끼는 편이 아니라서 생각보다 큰돈을 들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사람이 고양이만 없었어도 벤츠를 타고 다녔겠네!라고 쉽게 말했다. 과연 그럴까? 고양이가 없다면 이만큼 열심히 살아갈 필요도 없다. 삶을 이어가야 하는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했던 때, 쉽게 모든 것을 포기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우스갯소리에 “그럼 저는 제 고양이들이랑 귀여운 캐스퍼 탈게요!”라고 말했다.




은근한 뱃살 강묘 배찌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해? “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상하고 유난스러운 사람들 사이에 갇혀있으면서 인간 혐오로 수시로 공황 증상이 나타났다. 그때 옆을 지켜준 것이 작디작은 고양이들이었다. 내가 사라진다면 우리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고양이는 내가 살아야 하는 유일한 이유가 되었다. 인간들과 마주치는 것을 최소화하고 고양이들의 패턴에 맞춰서 살았다. 같이 잠에 들고 같이 일어나고 기분 좋은 골골 소리를 들으며 낮잠도 같이 잤다. 고양이들 간식을 주기 위해서 움직일 에너지가 필요해서 밥을 먹었다. 인간들과 단절하고 나의 온실에서 내면의 힘을 기르는 시간을 가지다 보니 조금씩 치유가 되는 것을 느낀다.


퀸 사이즈 침대도 혼자 차지하는 아기 고양이 솜솜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인간들과 직면해야 하는 때가 왔다. 의사 선생님께서 내가 인간관계에 너무 관대했던 것이, 오히려 나쁘고 무례한 사람들이 옆에 있을 수 있도록 자리를 준 것이니 더 이상 사람들을 봐주지 말라고 했다. 나도 이에 적극 동의했다. 이제는 든든한 나의 아군, 일곱 고양이들과 나만 생각하고 살아야지.



속눈썹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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