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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덕후의 연구원룸 Jul 05. 2024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미주172)

    내 집 마련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로부터 시작해 우리는 왜 집을 사려고 하는지, 우리 각자에게 집은 사는 곳인지 사는 것인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가능할지, 우리가 내 집 마련을 위해 집값이 오르는 걸 포기할 수 있을지, 주거 불안과 일정 정도 경제적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집을 빌려서 내 집을 마련하는 선택을 할지 등 내 집 마련에 관한 여러 질문을 던져가며 고민해 봤다. 1장에서 우리가 왜 집을 사려고 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졌을 때 여러분이 생각한 대답과 지금의 대답이 같을지 궁금하다. 또, 각자가 생각하는 내 집 마련이 5장에 이르러서도 같은 의미일지 아니면 다른 의미로 변했을지 궁금하다.     


    내 집 마련에 관한 여러 질문을 듣고 이 글에서 다룬 관점과는 다른 생각이 든 이도 있을 듯하다. 우리 사회에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필요하다 같은 주장을 하지 않기 위해 조심했지만, 이 글을 쓰는 이 또한 나름대로 내 집 마련 문제에 관한 입장과 선택지에 처해 있기에 개중에는 질문을 가장한 주장으로 느껴지는 게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느낀 이에게 양해를 구하며, 이 글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은 내 집 마련 문제에 관해 자기 자신에게 여러 가지 관점에서 질문해봐야 한다는 것 외에는 어느 것도 없다는 걸 강조한다.     


    이 글을 쓰는 이도 틀릴 수 있다. 심지어 이 글은 네 가지 측면에서 내 집 마련 문제에 관해 충분히 고민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우선, 의도와는 무관하게 책에서 질문하고 답했던 문제들이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문제에 한정됐을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마련하고자 하는 집이 아파트인지, 빨간 벽돌집으로 더 익숙한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인지 등 주택 유형을 일관되게 바라보지 않았다는 측면이 있다. 경제적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투자처로서의 집, 투기적 수요로 인한 집값 변화, 전세금을 활용한 갭투자 등 사는 것으로서의 집에 관한 고민은 대개 아파트에 한정된 이야길지도 모른다. 반면, 빌려서 마련하는 내 집에 관한 고민은 꼭 아파트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이 교차된 선호 사이에서 불일치를 느낀 독자도 있을 것이다.     


    또, 내 집을 마련하고자 하는 여러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에 대해 간과하고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사람의 내 집 마련에 관한 몇 가지 고민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이 글은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가 정상성이라고 규정하는 다수의 내 집 마련에 관해서만 논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은 여러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나 사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들의 내 집 마련까지 고민하진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거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논의하고 있는 정책 수단이 다소 한정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내 집 마련을 주거 정책이라는 틀에서 보면 우리의 주거 문제를 풀어가는 정책에는 주거 급여나 청년 월세 지원 정책 같이 월세로 집을 빌려 쓰는 사람을 지원하는 수단도 있다. 내 집 마련과는 조금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집을 소유한 사람이나 전세 임차인, 월세 임차인에 대한 지원의 균형을 맞추는 점유 중립적 정책 수단이라는 점에서는 이러한 수단에 관한 검토도 필요했을 수 있겠다.     




    내 집 마련에 관한 여러 질문은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든다. 누군가는 그것만으로 충분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조금 더 욕심을 내 권해 보고자 한다. 내 집 마련 문제에 관한 자기 입장을 확인하는 데에서 나아가 나에게 유리한 구체적인 정책은 무엇일지, 다른 사람에게 유리한 정책과 나의 선호 정책 사이의 타협지점은 어디일지, 이러한 이익의 조정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지를 고민하고 실천해 보자는 제안이다.     


    임차인과 자가 점유자, 다주택자가 선호하는 정책은 다를 것이고, 같은 임차인이라도 각자가 놓인 경제적 상황에 따라 이해관계는 다를 수 있다. 나이나 생애 주기상 위치에 따라, 몇 년 후 꿈꾸는 가족 계획 등에 따라서도 선호하는 내 집 마련이 다를 수 있다. 물론 어찌 됐든 집을 소유하는 것이 내 집 마련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수단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처럼 꿈 같은 내 집 마련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한편으로 우리는 저렴하게 내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정부를 비롯한 공공 부문에 기대하기 쉽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감당하기에도 버겁기에 어쩌면 이는 당연한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문제를 낳는 제도라는 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생각해 보면 정부가 만드는 정책이라는 이름의 어떤 것을 기대하고 앉은 채로 우리가 겪는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정책, 좀 더 큰 관점에서 제도라는 건 정치인이나 공무원 같은 엘리트에 의해서만 만들어지지 않는 탓이다. 우리나라보다 미국 사회를 설명하는 데 좀 더 적합한 관점이지만 다원주의라는 이론을 좀 살펴보자.(미주173) 이에 따르면 사회에는 실체화되지 않았을지라도 특정한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잠재적 집단이 존재한다. 이들은 같은 이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된 쟁점이 발생하면 얼마든지 실체화된 집단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집단들은 서로 평등해서 집단 간 상호작용을 통해 이익을 타협하고 특정 이익이 구조적으로 배제되지 않는 지점에서 정책과 제도를 만들게 된다. 다원주의 논의는 정책이나 제도라는 게 우리의 인식 속에서 그 주체로 익숙할지도 모를 정부 혹은 국가라는 것과는 별개로 여러 사회집단으로 이루어진 사회라는 어떠한 것으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한다는 걸 시사한다. 즉, 우리가 겪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힘에는 국가라는 존재로부터 비롯되는 것 외에 사회라는 존재로부터 비롯되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 우리가 처한 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잘못된 정책을 하나 추진한 정부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우리 사회를 이루는 여러 집단 간의 이익을 조정한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정책, 제도, 그리고 우리의 문제를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 주길 기대하는 것과 별개로 각자가 서 있는 자리에서 그 문제를 둘러싼 이익을 드러내고 그에 따른 선호를 구체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이익과 선호가 비슷한 사람들이 뭉치고 필요할 때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표출하는 게 나의 이익이 일방적으로 우리 사회의 내 집 마련 제도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이는 정치와 개인의 삶 사이의 먼 간극을 집단 간 타협과 조정이라는 레이어로 채우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축구에 비유해보면 내 집 마련 문제를 사회적으로 풀어가기 위한 빌드업build-up인 것이다.     




    여기까지 논의가 진행되면 머릿속에서 몇 가지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먼저 국가와 사회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내 집 마련에 관한 우리의 이익이 다른 이의 이익과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지점에서 타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아무리 빌려서 집을 마련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집에 투자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의 이익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스프링복의 달리기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내 집 소유라는 하나의 길 위를 달리는 것 같은 우리 사회에서의 내 집 마련이 여러 문제를 동반한다 해도, 그와 같은 제도가 하루아침에 자리 잡은 게 아니라는 점에서 집단의 목소리만으로 바뀔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실 내 집 마련 제도를 이루는 이와 같은 기존 권력이나 특정 이익들의 연합, 그리고 기존의 제도가 만드는 강한 경로의존성이 우리로 하여금 스프링복의 달리기에 합류하게 하거나 공공 부문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길 기대하게 해왔는지도 모른다. 다른 이익의 압력과 기존 제도의 무게는 질문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걸 너무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내 집 마련을 자신에게 묻는 데에서 나아가 자신의 이익에 따른 선호를 구체화하고 그것이 목소리로 드러나는 집단화를 고민해 보길 권하고 싶다. 우리 개개인 스스로가 표출하지 않은 이익의 빈자리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누군가를 위한다고 가장한 다른 이익의 호객 행위로 채워지기 쉽기 때문이다.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의 김선기 연구원 역시 청년 담론을 분석하며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이야기되는 청년은 몇만 명이 넘는 사람을 청년이라는 단어 하나로 퉁 치고 있는 셈인데, 이 과정에서 각자 다를 수 있는 정치적 성향, 경제적 상황 등 여러 차이와 다양성은 간과되는 반면 청년 세대의 동질성은 과장된다.(미주174) 이처럼 빈약한 담론은 청년이 규정되거나 발화되는 방식에 기존의 세대 간 권력 관계가 반영되게 하여 청년 세대 내의 여러 사회 문제가 합리적으로 토론될 수 있는 공간을 줄이고 오히려 우리 사회가 청년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에 급급하게 한다. 그는 이러한 청년팔이 사회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이제껏 어떤 청년 담론을 만들어왔는지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청년 담론을 쓰고 조직할지 새롭게 상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 집 마련을 둘러싼 문제도 비슷하다. 2장에서부터 4장에 이르기까지 투기적 수요나 지위 경쟁과 같은 여러 사회 구조적 문제가 우리 사회에서의 내 집 마련이 개인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집값이 오르는 걸 전제로 하는 내 집 소유로 귀결되게 하는 지점을 살펴봤다. 이처럼 빈약하고 얕은 우리 사회의 내 집 마련 논의 속에서 우리는 각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의 이익과 선호를 지운 채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만 떠드는 일부의 치우친 목소리에 잠식당했는지도 모른다.     


    집으로 돈을 버는 내 집 소유에 관한 이야기로만 가득 찬 우리 사회의 내 집 마련 담론을 풍부하게 채울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은 내 집 마련에 관한 질문을 자신에게 해가며 나의 이익을 확인하는 것이고 이는 기존의 내 집 마련 방식이 나의 이익과 다르거나 같은지 알아차리는 데 매우 중요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그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이나 제도 선호를 스스로 구체화해야 한다.     


    집으로 엄청 큰돈을 버는 것보다 주거 불안 또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불안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인 사람이 꼭 집값이 오르기 좋은 아파트를 소유하는 방식으로 내 집을 마련해야 할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파트는 자산 가치를 가지기도 하지만 거주하는 사람에게 여러 편리함을 주기 때문이다. 또, 주거 불안이나 경제적 불안과는 다른 동기에서 아파트로 내 집을 소유하길 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각자에게 다를 내 집 마련에 관한 이익과 선택지를 구체화하는 것이다.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알아차릴 때 우리는 내 옆에 서 있거나 아니면 나와는 동떨어진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서로 뭉치거나 서로 다른 이익을 조정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발견하기도 할 것이다. 



    

    한번은 내 집 소유를 위한 많은 이의 목소리를 보며 메신저 앱에 개설된 부동산 투자 관련 단체방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그 방에서 일어나는 정보 공유나 투자 관련 조언, 그리고 그 치열함에 놀랐다. 경제적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사는 것으로 보고 투자하려는 사람들 또한 다양한 상황에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 집단을 좋다 나쁘다 평가하거나 이들이 무언가를 강제하는 이익 집단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떤 이익과 선호로 뭉친 사회적 집단이 보일 수 있는 치열함을 간접적으로는 드러낸다.     


    하지만 이들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내 집 마련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 이들과는 다른 이익과 선호를 가진 집단이 형성되고 서로 다른 집단 간 조정이 필요하다. 특히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뭉친 집단은 상대적으로 형성이 쉽다. 이익이 파편화되거나 선호를 구체화하기 어려워 집단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 조금은 다른 성격의 이익과 선호를 어떻게 집단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여러 이익을 조정해 나가기 위해서는 내 집 마련이라는 사회 문제 자체의 해결을 희망하는 집단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정치와 개인의 삶 사이를 메우는 레이어를 만들어가는 실험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한 스타트업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지식 생태계 만들기’를 목표로 세미나 사업을 하고 있다.(미주175) 특정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여러 사람이 그 문제를 고민해 연구된 논문을 각자 한 편씩 읽고 정리하고 공유하는 모임을 하는 것이다. ‘연구산악대’라는 이름으로 이뤄진 이 세미나의 한 기수에서는 71명이 참여해 10주 동안 함께 논문을 검토하고 245편의 연구를 정리했다. 어떤 참여자는 이 같은 활동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정책의 기반이 되는 연구의 예비 스텝’이라고 하기도 했다.(미주176) 이 스타트업에서는 사업을 발전시켜 사회 문제 해결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연구 훈련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을 둘러싼 사회적 집단화에서도 이 같은 접근이 가능하다. 부동산 투자라는 경제적 이익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겪는 사회 문제로서 내 집 마련에 관해 개개인의 어려움과 정책의 문제를 뜯어 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참여하는 개인은 각자의 입장에서 문제와 정책을 바라보며 대안을 고도화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와 다른 입장의 참여자가 제기하는 문제의식과 대안을 소통하고 때로는 각자 스스로 틀릴 수도 있음을 확인하며 내 집 마련 문제의 사회적 타협 지점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공공 부문 차원에서 시민의 참여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협력적 거버넌스’ 실험이 이뤄지기도 했다. 지방 자치 단체와 정부에서 시민의 시정 참여, 구정 참여, 정부 행정 참여 등을 통해 정책을 개선하는 여러 사업을 한 것이다. 여러 가지 사례가 있겠지만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에서 이뤄지는 서울 청년 정책 네트워크 사례를 살펴보자. 2013년에 시작된 서울 청년 정책 네트워크에서는 매년 청년 당사자가 모여 1년 동안 기존 청년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새로운 청년 문제를 발굴해 관련 정책을 서울시에 제안하는 활동을 해왔다. 참여자는 주거, 노동, 기후 환경 같은 여러 주제로 모임을 만들고 모임 구성원과 소통하며 문제 발굴과 정책 개발을 하게 된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서울시는 청년 수당과 청년 월세 지원 정책을 도입하기도 했다. 서울 청년 정책 네트워크 사례는 이후 여러 지방 자치 단체로 확산됐다.     


    한 연구는 서울 청년 정책 네트워크 사례에서 참여자가 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두 가지를 지적했다.(미주177) 우선, 지방 자치 단체에 직접 정책을 제안하는 과정을 통해 참여자가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수 있어 적극성을 가질 수 있었다. 또, 청년 문제라는 사회 문제를 둘러싸고 형성된 여러 대안적 공동체가 시정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현장성을 끌어내고 자신들이 가진 전문성을 지원해 현장의 문제의식이 해결책에 반영될 수 있게 촉진facilitation한 점을 중요하게 제시했다.     


    이 같은 지적은 내 집 마련에 관한 여러 이익과 선호를 모으고 사회 균열(미주178)을 만들어 갈 때 필요한, 참여자가 문제 해결의 주체로 설 수 있는 사업 구조 설계를 시사한다. 나아가 공론을 형성하고 조정하는 과정은 지난한 일이기에 이 자체를 지원하는 중간 촉진자를 양성하고 집단화하는 것 또한 요구된다. 즉,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의 관리governing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미주179)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사회적으로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어쩌면 어떤 정답을 찾는 고민이 아니라 내 집 마련에 관한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한 걸지도 모른다. 그 과정은 개인이나 집단 간 이익을 조정해 나가는 것 그 자체로 지금과는 다른 내 집 마련 제도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게 한다. 분명 지난한 과정일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겪어온 어느 시험들의 답안과 달리 정해진 답도 없어 답답할 것이다. 그럴 땐 우리 사회 곳곳에 나름대로 여러 이익의 관점에 서서 내 집 마련을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기억하면 좋을 듯하다. 나의 고민을 이들에게 맡기던 것으로부터 나아가 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 보자. 내 집 마련 문제에 처한 개개인과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큰 것 한 방보다는 골 결정력이 발휘될 수 있는 빌드업이지 않을까.





(미주172)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박미경 譯),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다산초당, 2022., 
 이 책 제목을 참고해 붙인 소제목이다.

(미주173) 하연섭, 《한국 행정: 비교역사적 분석》, 다산출판사, 2020., 34-39쪽.

(미주174) 김선기, 《청년팔이 사회》, 도서출판 오월의봄, 2019., 282-289쪽.

(미주175) 조현경, 〈“사회문제 해결 위해 연구자와 활동가의 간극 메우자”〉, 《한겨레》, 2023.7.21.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01181.html

(미주176) 강한들, 〈“기후위기 해결 향해 항해할 지도를 만드는거죠”… 기후 문제 해결에 진심인 ‘연구산악대’ 대원들〉, 《경향신문》, 2022.5.4. https://www.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205040600001

(미주177) 정용찬·하윤상, 〈시민주도적인 협력적 거버넌스의 운영에 관한 연구: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행정학보》, 53(1), 2019., 31-63쪽.

(미주178) ‘균열’은 사회 구성원 사이의 집단적 갈등과 대립을 일으키거나 일으킬 수 있는 사회적 구분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정치학에서는 이를 통해 서유럽 정당 체제와 투표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때로는 사회 균열이 정치적으로 표출되는 게 아니라 역으로 정당과 정치 엘리트가 여러 균열 요소 중 특정 균열을 선택적으로 동원한다고 하기도 한다. 관련 내용은 최장집(박상훈 개정),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2010., 38-39쪽을 참고하길 바란다. 

(미주179) 행정학에서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수단을 연구하는데 그 중 ‘협력적 거버넌스’(거버넌스라고 하기도 한다)에 관한 논의가 있다. 협력적 거버넌스 연구는 전통적으로 그 개념을 소개하고 관련 사례를 분석하는 데 방점을 뒀다. 최근에는 거버넌스의 성공 요인과 거버넌스를 관리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기도 한다. 그 수단으로 틀짜기framing, 이야기하기storytelling, 촉진facilitation, 참여participation 등이 제시됐다. 관련 내용은 이명석, 《거버넌스 신드롬》,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17., 220-236쪽을 참고하길 바란다.


※ 이 글은 (사)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지원으로 작성한 글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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