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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덕후의 연구원룸 Jul 19. 2024

에필로그; 당신은 내 집 마련이 왜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주의해서 서술했으나 우리나라에서 2023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지 않은 이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있을 수 있어 양해를 구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2011년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자인 한 소녀가 지진을 막기 위해 의자와 함께 의문의 고양이를 쫓아 전국을 여행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인간의 기억과 경험은 땅에 스며드는데, 영화는 땅에 부정적 기억이 많이 쌓이면 폐허의 뒷문 사이로 새어 나온 그 기운이 지진을 일으킨다고 한다. 영화 속 소녀는 재앙이 일어나기 전 만난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과의 긍정적 관계와 기억을 통해 부정적 기운을 치유하고 문단속을 하며 지진을 막는다.(미주181) 이 애니메이션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너의 이름은〉과 〈날씨의 아이〉에 이어 재난을 소재로 해 만든 3부작 영화의 마지막 작품이다. 영화가 재난을 겪은 일본 사회에 제안하는 아픔을 치유하는 방안은 인상적이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내 집 마련 문제도 이 영화가 그리는 아픔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오랜 기간 우리 사회에 쌓여온 내 집 마련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주거 불안과 경제적 불안의 피해자인지도 모른다. 집이라는 공간을 두고 쌓여가는 우리의 불안과 부정적 기억은 맹목적 내 집 구매의 광풍이 우리 사회의 틈바귀로 기어이 새어 나오게 했다. 여기엔 집을 향한 투기적 수요와 집으로 나타나는 지위 경쟁 등 여러 사회 구조적 문제가 뒤섞여 있다. 내 집을 소유하기 위해 우리는 스프링복과 같이 달렸지만 역설적으로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오르고 나보다 잘 버는 사람과 나의 격차는 점점 벌어져가며 내 집 마련의 꿈은 무너져가고 있다.     


    우리는 내 집 마련을 둘러싼 여러 질문을 함께 이야기하며 은행 빚에 허덕이며 집을 소유한 사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내 집을 소유하게 됐지만 오르는 집값의 혜택을 일부 잃은 사람, 어쩌면 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했을지 모를 나보다는 더 어려운 사람, 집을 빌려 써도 불안함이 없는 다른 사회의 사람을 만났다. 질문의 여행길에 만난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그들은 어쩌면 삶의 어떤 지점에서 다른 선택을 했을, 또 다른 나일지도 모른다. 이들과의 만남이 책을 펴기 전 당신과는 다른 고민을 하도록 했을지 궁금하다.     


    처음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질문만 던질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아 답답할 수도 있겠다. 시험을 치르듯 정답을 요구받아온 우리에게 질문받고 스스로 고민하고 함께 논의해 보자는 이야기는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는 걸 전제로 한 내 집 소유를 향한 길 하나만 제시하며 거기로 달려 나가라는 사회에서 우리 각자의 입장이나 이익에 근거한 내 집 마련 방식을 당장 주장하기는 어렵다. 내 집 마련의 꿈을 무너뜨리는 우리의 부정적 기억과 경험에서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개개인 자신뿐이다.(미주182)     


    때문에 익숙하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스스로 고민하고 각자가 원하는 내 집 마련의 구체적인 선택지를 똑바로 바라보고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이익을 집단화해야 한다. 감춰줬던 여러 이익이 이렇게 드러나며 서로 조정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불안이 치유되고 내 집 마련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본다.     


    다시 한번 묻는다. 당신은 우리 사회에서 내 집 마련이 왜 이렇게 어렵다고 생각하는가?





(미주181) 유튜브 채널 지식공장장, 〈[스즈메의 문단속] 리뷰!! 스즈메의 여행속에 담겨진 신카이 감독의 메시지 [리뷰편]〉, 2022.3.10. 

(미주182) 김주환, 《내면소통: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음근력 훈련》, ㈜인플루엔셜, 2023., 168-172쪽.


※ 이 글은 (사)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지원으로 작성한 글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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