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쳐버리지 못한 우울을 떠올리며
예전보단 아니지만,
‘정신과’나 ‘정신병원’같은
단어는 왠지 부정적인 느낌이 남아있다.
나 역시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는 건
‘감기 때문에 병원 갔다 왔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쉬이 말하기가
꺼려지는 부분이었다.
나처럼 힘든 걸 티내지 않으려하는 사람은
곤란한 상황도 자주 겪게 된다.
공황장애와 우울증, 불면증을 겪는 나는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곤 했으니까.
그렇다고 누구라도 만나 시원하게
털어놓으려 해봐도 막상 또 별일
아니라는 듯 대충 웃으며 장난식으로
얼버무리다 넘겨버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겐
숨겨지지 않았나보다.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사람들, 하지만 솔직히
말한다면 가장 알아줬으면 싶은 사람들.
3일 전 전화를 하다가 H는 한참을
울먹거리며 망설이다 말했다.
“죽으면 안 돼. 죽지만 마, 제발.”
그리고 오늘 달님은 내게 말했다.
“아프지만 말기.”
또 얼마 전 엄마는
“넌 좋겠다. 밥 잘 먹고
잠만 잘 자도 칭찬 받는 삶이라서!”
라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내게 바라는 게 고작,
정말 고작 이 정도더라.
그런데 왜 난 힘을 내지 못해서
지금도 우울을 어깨에 짊어지고
멍하니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