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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기미준 Jun 07. 2023

(리더십) 영화 「한산(閑山)」, 그리고 우리 #2

이순신 장군의 동료들을 통한 소소한 리더십 생각

2. 이순신 장군의 동료들 (준사, 정운)


가. 준사

영화 한산에서 '준사'역으로 열연한 김성규 배우


영화 한산에는 조선에 귀순하고, 조선을 위해서 싸우는 일본 사람, 즉 항왜(恒倭)가 등장합니다. 이름은 ‘준사’고 김성규 배우가 열연했죠. 이 일본인 준사는 두 번째 해전인 사천해전에서 이순신 장군과 싸우다가 잡혀서 투항합니다. 이 준사를 무릎 꿇게 만든 유명한 대사가 있습니다.


준사 : “이 전쟁은 무엇이냐?”

이순신 : “의와 불의의 전쟁이다”


이 말에 감명받은 준사는 투항을 하고, 조선이 이기는데 큰 역할을 하죠.

이순신 장군은 조선은 군자의 나라고, 이 나라에 쳐들어온 일본은 의를 짓밟고 있다는 의미로 말을 했지만, 준사는 자신을 총알받이로 내 보내는 일본보다 부하를 위해서 싸우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의로운 모습이라고 생각을 한 겁니다.


우리 부하직원들은 리더분들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리더십 평가를 해 보면, 해년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리더 본인의 평가점수가 부하직원의 점수보다 높다는 것이죠. 지금은 퇴직하신 한 팀장님께서는 본인의 평가점수를 받은 후, 강하게 부인하면서 바로 퇴근하시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팀장님 아래 팀원들은 팀장님을 이순신 장군처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단적으로 증명된 겁니다. 그 팀장님이 자신에 대한 신뢰를 심겨주지 못했던 것이죠. ‘과연 우리 팀원들은 우리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을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리더십은 대단한 게 아닙니다. 리더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그 조직은 잘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나. 정운



한산에 보면 거북선의 도면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칼을 들고 왜군을 쓸어 넘기는 장수가 있죠. 녹도만호 정운입니다.

이 정운 장군은 이순신 장군에게 용기를 불어넣은 장군으로 유명한데요. 우리가 잘 아는 원균이 왜군을 맞아 힘에 부쳐서 구원을 요청했을 때, 정운은 이순신 장군에게 강하게 출진을 주장했습니다.


“적을 토벌하는 데, 우리 도(道)와 남의 도(道)가 없습니다. 적의 예봉을 꺾어 놓아야 전라도도 보전할 수 있사옵니다!”


이순신 장군은 정운의 이 간언을 듣고 출전해서 큰 승리를 거둡니다.

정운은 옥포해전, 한산대첩 등에서 큰 전과를 거두다가 부산포해전에서 전사하게 되는데요. 이순신은 자신이 아끼던 오른팔을 잃고, 너무 슬퍼했습니다. 이순신이 그의 영전에 올린 제문(祭文)을 봐도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아, 인생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고

죽고 사는 데에는 반드시 천명이 있으니,

사람이 한 번 죽는 것이야 정말로 아까울 게 없으나

유독 그대의 죽음에 대해서만 나의 가슴 아픈 까닭 무엇인가요.


(중략)


아, 나는 노둔하여 적을 쳐서 섬멸할 계책이 없었는데

그대 더불어 의논하니 구름 걷히고 밝은 해 나타나듯 하였다오.

작전을 세운 후 칼 휘두르고 배를 잇달아 나갈 적에

죽음을 무릅쓰고 자리 박차고 일어나 앞장서서 쳐들어가니

왜놈들 수백 명이 한꺼번에 피 흘리며 쓰러졌고

검은 연기 하늘을 뒤덮었고 슬픈 구름 동쪽 하늘에 드리웠도다.

(중략)


믿고 의지했던 것은 오직 그대였는데 앞으로는 어이하리

진중의 여러 장수들 원통해하기 그지없다오.

백발의 늙으신 부모님은 장차 그 누가 모실는지

황천까지 뻗친 원한 언제 가서야 눈을 감을는지.

아, 슬프도다. 아, 슬프도다.

그 재주 다 못 폈을 때 지위는 낮았으나 덕은 높았으니

나라의 불행이고 군사들과 백성들의 복 없음이로다.

그대 같은 충의야말로 고금에 드물었으니

나라 위해 던진 몸 죽었으나 오히려 살아 있음이어라.

아, 슬프다. 이 세상에 그 누가 내 마음 알아주랴.

슬픔 머금고 극진한 정성 담아 한잔 술 바치오니

아, 슬프도다.


그런데, 이 제문을 보면 우리가 배울 게 있습니다.


그 재주 다 못 폈을 때 지위는 낮았으나 덕은 높았으니

나라의 불행이고 군사들과 백성들의 복 없음이로다.


정운은 정의감 강하고 강직한 성격 탓에 병과에 급제하고도 미움을 받아 몇 년간 관직에 있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승진이 좀 늦었는데요.


우리도 마음 같아서는 부하직원들을 다 승진시키고 싶지만, T/O가 한정되어 있어서 부하직원들을 다 승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일부 리더들은 12월만 반짝 직원들을 위로하고 해가 바뀌면 다시 평소처럼 직원들을 대합니다. 하지만 부하직원의 아픔을 알고 있는 리더들은 그들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헤아려주고, 인정해 줍니다. 부하직원들도 다 압니다. 우리 팀장님이 나를 얼마나 생각해 주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지속적으로 마음이 전달되면, 그 부하직원은 우리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옵니다.

만약 이순신 장군이 정운의 직급이 낮다고 해서 그를 무시했다면, 지금의 이순신 장군은 없었을 겁니다. 이 글을 보시죠.


아, 나는 노둔하여 적을 쳐서 섬멸할 계책이 없었는데

그대 더불어 의논하니 구름 걷히고 밝은 해 나타나듯 하였다오.


이순신 장군은 이 제문에서 ‘나는 늙고 둔해서 왜구를 섬멸할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나, 정운과 의논하니 머릿속이 정리되었다고 정운을 추억합니다. 만약 이순신이 그에게 진정으로 대해주지 않았다면 정운이 입을 닫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은 놀라운 표현을 하는데요.


그대 같은 충의야말로 고금에 드물었으니

나라 위해 던진 몸 죽었으나 오히려 살아 있음이어라.


정운의 몸은 비록 죽었지만, 내 마음에는 정운 당신이 살아 있다. 즉, ‘당신의 말과 행동을 내가 죽을 때까지 기억하겠다’는 존경의 의미도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부하직원을 이토록 생각한다면, 그들이 우리를 위해서 어떤 것을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비록, 부족해 보이고, 숫자는 틀리고, 오타를 잘 내는 직원이더라도, 그들을 존중해 주고, 그들의 의견을 잘 들어보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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