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은 많다
일러스트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림을 일단 한 장부터 그리기를 시도할 거다. 당장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을 타고 들어가기만 해도 그림 작가들의 실력이 천차만별이다. 상위 알고리즘에 뜨는 작가들은 누가 봐도 개성 있는 화풍으로 퀄리티 높은 일러스트를 그리고 체계적으로 콘텐츠를 관리하여 팔로워가 최소 몇 만 명 이상이다. 즉, 대기업과 콜라보도 하고 굿즈 판매도 병행하여 자기 자신을 브랜드화시켜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리 잡았다. 반면 애매하게 그린 그림들을 주기적으로 올리며 부업이나 취미로 그림 그리는 작가들과 소통하며 조금씩 팔로워를 키워나가는 경우도 있다.
실력이 뛰어난 훌륭한 작가들도 너무나 많지만 이도저도 아니게 색감, 형태, 명암 표현 등이 어색해 저조한 퀄리티로 그리는 작가들도 많다.
실력 있고 잘 나가는 작가들은 최소 그림 한 장당 100만 원까지도 받는데 처음 입문하는 작가들은 크몽이나 지인으로부터 몇 만 원 선에서 의뢰를 받아 싼 가격에 저퀄리티로 그려준다. 그 이후로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그림은 그리는데 외주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며 한탄하는 분들은 하루아침에 그림 하나 완성해서 올려서 일 받으려는 생각으로 임하지 말고 꾸준히 계속해서 스타일을 연구하고 그림 연습을 하며 몇 년에 걸쳐 실력을 쌓으면 된다. 필자도 그림책 출간을 위해 그림을 쉬지 않고 약 5년 간 그려왔다.
일단 그림을 그리기 앞서 잘 그리는 그림들이 많은 여러 사이트의 자료들을 서치 해본다.
기본적으로 인스타그램에 뜨는 작가들의 그림을 볼 수도 있지만 실력 있는 작가들의 그림들이 한 곳에 모인 핀터레스트, 비핸스, 노트폴리오, 그라폴리오 등도 참고하기 좋은 사이트이다.
특히 핀터레스트는 사진 자료부터 그림 및 디자인 자료 등이 감각 있고 트렌디하다. 아무래도 일러스트는 순수 회화 작품과 달리 상업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거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그림을 보았을 때 호감이 와닿아야 하고 굿즈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림 자료들을 서치 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스타일을 몇 가지 고르고 나의 취향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다. 예를 들어 빈티지 느낌의 판타지 동화를 좋아한다면 핀터레스트 키워드에 판타지 일러스트, 빈티지 사진, 동화풍 그림 등을 검색해 비슷한 류의 그림과 사진끼리 묶어 이미지들을 저장해서 참고해 본다.
그리고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 스타일도 5가지 정도 봐두면 좋다. 과거에는 좀 더 딥하고 디테일한 그림이 유행했다면 현재는 화사하고 가벼운 느낌의 일러스트가 유행한다고 하면 색감과 스타일을 고려해 작가들의 그림 스타일을 서치 해본다.
초반에는 모작으로 따라 그리는 연습을 해도 좋다. 그림의 기본기가 있다면 구도는 어떻게 짜고, 어떤 색감을 사용하며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체화하는지 감을 익힐 수 있다. 모작으로 그린 그림은 개인적으로만 소장하고 sns에 출처 없이 올리는 건 금한다.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원작자가 민사 소송을 걸면 곤란해진다.
노트폴리오와 비핸스는 주로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협업 외주 작업물을 포트폴리오 형태로 정리해서 업로드한다. 핀터레스트와 그라폴리오는 주로 그림을 한 장씩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노트폴리오는 일러스트를 굿즈에 목업한 이미지와 함께 제목, 사이즈, 작업 기간, 상세 설명 등을 적어 체계적인 상세페이지 한 장을 만들어 올린다. 노트폴리오에서 실무에서 활동하는 작가나 디자이너들이 강의를 열기도 하고 피드백도 주고받을 수 있으므로 포트폴리오와 디자인 실무에 대한 도움을 받아도 좋다. 비핸스는 해외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도 많이 올라와 만약 해외 에이전시에 들어가고 싶거나 해외 외주를 받고 싶다면 해외풍 스타일을 연구해 그림 스타일을 만들면 된다. 각 작가마다 특유의 화풍과 그림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그림 트렌드를 꼭 쫓으라고만 말할 수 없다. 내가 만든 화풍이 유행만 따르기보다 작가를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 있게끔 개성 있는 그림체를 유지하며 일관성 있게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내 그림체를 자리 잡았다면 그냥 묵혀만 둔다고, 인스타그램에 그림만 그려서 올린다고 끝이 아니다.
sns에 꾸준히 업로드하는 거도 중요하지만 그라폴리오, 노트폴리오, 산그림 등 포트폴리오 사이트에도 주기적으로 올려 관리해야 한다.
단순히 예쁘고 귀여운 그림만 그린다고 일이 들어오거나 상품이 팔릴까? 일러스트레이터는 그림 작업 외에도 혼자서 할 일이 많다. 브랜드 로고도 만들고, 브랜드 홍보 소개 글도 올리며 강의도 주기적으로 나가고 개인전도 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케팅도 잘해야 한다.
일단 그에 앞서 내가 하고 싶은 그림 방향을 정한 다음 그에 맞춰 상품을 만들고 관련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면 된다. 예를 들어 그림책 일러스트를 그려 나만의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면 빈티지 스타일의 판타지 동화를 좋아하는지, 핑크빛 파스텔톤으로 물든 소녀소녀한 감성을 좋아하는지 혹은 시원하고 청량한 이미지로 그리는 걸 좋아하는지 나의 취향을 먼저 파악하고 내가 가장 잘 그리는 그림 스타일을 찾기 위해 여러 재료들을 사용해서 계속해서 연습해 본다. 오일파스텔로 꾸덕한 느낌을 살려 그릴 수도 있고 디지털 드로잉으로 수작업 감성을 살려 그릴 수도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오밀조밀한 귀여운 캐릭터들을 가득 담아 그릴지 캐릭터 보다 배경을 좀 더 중점적으로 표현할지 세계관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자유롭게 그려본다. 이때 그냥 빈 종이에 연필만 끄적이면 그리는데 막막할 수 있어 여러 자료들을 시장 조사하며 좋아하는 것들을 조합해 그린다. 처음부터 배경과 캐릭터에 투시를 넣어 구도를 잡아 그린다면 그림이 오히려 어색해 보일 수도 있고 큰 부담을 질 수 있다. 초반에 그림을 시작한다면 캐릭터 하나만 그리거나 스티커 도안처럼 여러 요소들을 나열해서 그려도 좋다.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에 뜨는 여러 작가들의 그림을 보다 보면 "아, 내가 잘 그리는 게 맞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세상에 잘 그리는 작가들이 포화상태로 워낙 많은 데다 작가마다 지닌 특유의 화풍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동글동글 귀엽게만 그리는데 저 작가는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연출을 잘해 그림 퀄리티가 높네. 나도 저렇게 그림체를 바꿔야 인지도가 높아질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동화책, 웹툰, 게임 원화, 3D 등 어떤 업무 분야를 하느냐에 따라 요구하는 그림체가 다르기 때문에 내 그림체가 오답이다라고 생각하는 건 그림에 대한 색안경과 선입견만 생긴다.
물론 만화나 게임 원화는 작가의 개성 있는 화풍도 중요하지만 투시나 구도, 명암 등 테크닉이 어색하지 않게 데포르메를 잘 살려 그리는 게 중요하다. 감성 있는 일러스트를 그리는 작가라면 오일파스텔이나 색연필로 거침없이 채색해도 크게 전시도 열며 대중들을 사로잡는 작가가 될 수 있다. 즉 남들처럼 전형적으로 잘 그리는 그림을 그리기보다 과감하게 형태를 잡더라도, 색감을 하나만 사용하더라도 개성 있는 화풍으로 표현해야 나만의 그림 브랜드를 확실하게 정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