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외주 작업 노하우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으며 본인의 그림 스타일에 맞는 일러스트 업무를 받는다. 예를 들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일러스트를 그리면 동화나 그림책 삽화 작업을 주로 하고, 캐주얼한 애니풍 스타일 그림을 그린다면 만화 서적 삽화 혹은 게임 원화 캐릭터 일러스트, 웹소설 표지 일러스트 작업을 할 수 있다.
동화풍으로 그림을 계속 그려오면 그림책 삽화 작업이 주 업무이지 이런 스타일로만 그린다고 해서 그림책 외주만 받지 않는다. 동물 캐릭터를 주로 그려오니 웹에 들어갈 디자인과 함께 메인 캐릭터도 제작하였고 브랜드 디자인도 함께 진행했다. 더불어 교과서 삽화도 진행하고 교재와 학습지에 들어갈 일러스트 작업도 계속해서 해왔다. 여러 다양한 일러스트 협업 제안을 받기 위해 그림체를 다양하게 가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림체가 이도저도 아니게 여러 스타일로 그리면 그 작가가 정확하게 어떤 그림을 잘 그리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만약에 그림책 삽화도 그리고 싶고 패션 일러스트도 병행하고 싶다면 두 포트폴리오를 분리하면 된다. 그렇다면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들은 어떤 분야에서 활용될까?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일러스트를 제외한 분야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교과서 삽화 의뢰는 보통 교과서 개정판 출간 3-6개월을 앞두고 의뢰가 들어온다. 올해 2022 개정판 교과서가 출간되었는데 개정안 발표 후 3-4년 뒤에 새로운 교과서가 출간된다. 필자도 교과서 의뢰를 교과서 출간 날에 맞춰 빠듯한 마감 기한 안에 열심히 작업해 넘겼지만 1년이 넘은 지금도 출간이 되지 않았다. 중간에 검토 기한도 있다 보니 발주서를 받는 시기와 정산 일정이 미뤄지기도 한다.
교과서 삽화 외주는 표지 시안과 내지(소컷, 중컷, 펼침면 등) 작업을 한다. 한 컷 당 차지하는 그림 분량에 따라 삽화 단가가 결정된다. 아무래도 국정 교과서이다 보니 수정 사항 요청을 많이 하므로 최대한 발주서에 맞게 그려서 넘겨야 한다. 발주서 양식은 세세하게 잘 잡아줘 아이디어 구상 후 채색까지 진행이 원활하다. 표지든 내지든 각 페이지 별로 콘셉트와 테마가 있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작업하기를 요한다.
편집자가 글과 제목을 넣을 때 그림 컷이 안 맞거나 하면 편집자가 직접 수정하기도 하지만 수정이 어려울 경우 작가에게 수정 요청을 하기도 한다. 교과서 작업이 끝나고 책으로 나오면 전국의 학생들이 내가 그린 그림을 볼 수 있어 작업을 마친 후 보람찬 기분이다. 단, 다른 삽화 외주에 비해 단가가 낮게 잡히고 일정에 맞춰 발주해야 하므로 마감 기한이 촉박하다는 단점이 있다.
일러스트 작가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외주가 단언컨대 그림책 삽화 일러스트이다. 책 대비 일러스트 작가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상당히 레드오션이다. 필자가 가장 많이 한 작업도 그림책 및 단행본 삽화인데 만화 일러스트처럼 전형적인 테크닉과 실력으로 어필하기보다 나만의 개성 있는 화풍이 담긴 그림들의 포트폴리오들을 보여주며 그림책에 이런 스타일로 그림이 얹힌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면 그림책 삽화 의뢰가 들어오기 유리한 점이 있다.
그림책이나 어린이책, 기타 단행본의 경우 인세와 매절 계약으로 나뉜다. 매절 계약은 작업에 대한 대가를 한 번에 지급하고 책이 몇 부가 팔리든 상관없이 그 이후로 책 판매 대비 수익은 받지 못한다. 반면에 인세 계약은 초반에 선인세를 매절보다 낮게 받지만 책이 꾸준히 잘 팔린다면 판매 부수의 약 4-5%의 인세를 받는다. 혹은 2차 저작권으로 쓰일 시 그에 대한 지급금도 들어온다.
그림책의 경우 한 번에 16장 시안을 그려서 넘겨주고, 그보다 더 페이지가 많은 책은 더 많은 분량의 작업을 하게 된다. 물론 어린이책 같은 경우 소컷, 중컷도 있어 그림책 그리는 분량보다 좀 더 많은 편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채색 시안까지 완성해서 다 넘기지 않고 러프하게 구상한 시안을 넘긴 후 통과되면 스케치, 채색, 원본 순으로 파일을 넘긴다. 물론 단계별로 중간중간 수정 사항이 많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도 그림책이나 단행본 등 책 한 권 삽화를 맡게 되면 책 작가로 등단할 수 있으며 책을 10권 정도 받으면 정말 보람찬 일 중 하나다.
교보문고처럼 큰 대형 서점에 가면 추천 도서나 베스트셀러에 여러 책들이 진열된 걸 볼 수 있다. 보통 책장 사이에 꽂혀 있어 책등만 보이는 책들과 달리 책의 판매를 촉진시키기 위해 매대에 표지가 잘 보이도록 진열해 둔다. 책을 사기에 앞서 목차도 세세하게 확인하겠지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표지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에세이 책을 작업할 때 표지 디자인 시안만 30가지 이상 나왔으며 그중 그림과 어울리는 디자인을 선택한 후 금박도 입혀 반짝거리게 하였다. 책 작업을 마친 후 가장 마지막에 표지 작업을 진행하는데 출판사에서 내용과 가장 어울리는 일러스트를 그릴 수 있는 작가를 섭외한다. 출판사에서는 보통 배경을 잘 그리거나 감성적인 무드를 잘 표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를 보통 선정한다. [불편한 편의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 등 베스트셀러 소설의 내용도 정말 재밌지만 설령 한 번만 읽을 책이어도 표지 시안 때문에 사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아무래도 표지가 책의 꽃인 데다 워낙 실력 있고 잘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많아 다른 외주와 마찬가지로 표지 삽화 외주를 받기 위한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고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쌓아 인지도를 올려야 한다.
나이키 로고, 네이버의 대표 색상인 초록색 그리고 라인프렌즈 친구들, 키르시의 체리 등 브랜드를 대표하는 디자인들이 있다. 디자이너가 사업을 한다면 본인이 지닌 디자인 감각을 바탕으로 눈에 띄는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전직 디자이너가 의류 브랜드를 차리거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한 사례가 있다. 화장품, 아동복, 디저트 등 여러 브랜드가 일러스트레이터와 콜라보를 진행하여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브랜드는 심미성 있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아이덴티티 색상을 잘 배합해야 한다. 그래서 작가를 섭외할 시 일러스트 작가가 지닌 특유의 색감도 고려 대상 중 하나다. 보통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하게 되면 스페셜 에디션, 혹은 시즌 기획전 상품과 굿즈로 내놓는다. 이 역시 일러스트레이터로써 인지도를 쌓아야 협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회사 내에 웹디자인이 배정되어 있어 회사 홈페이지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총괄하는데 일러스트레이터는 이 중 메인 홈페이지의 꽃인 배너와 상세페이지에 들어갈 일러스트를 그린다. 아무래도 디자이너가 주로 작업을 하다 보니 기획전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간간히 섭외를 한다. 웹에 들어가는 이미지이므로 출력용 cmyk가 아닌 rgb 픽셀 단위로 규격에 맞춰 작업물을 전달한다. 그리고 웹에 들어가는 이미지를 편집할 수 있도록 배경이 투명한 png로 넘겨주기도 하며 동일한 이미지를 사이즈별(썸네일 이미지, 피시 이미지, 모바일 이미지 등)로 제작하기도 한다.
티비 방송 혹은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다가 중간에 일러스트가 들어간 광고를 볼 수 있다. 광고는 보통 15-30초 내외의 영상으로 송출되며 일러스트레이터가 애니메이션 역량까지 지닌다면 애프터이펙트로 모션 작업까지 하기도 하지만 일러스트 이미지 시안을 레이어를 분리한 원본으로 넘기면 애니메이터가 영상 편집을 하여 제작하기도 한다. 공공기관 공익 광고에 들어가기도 하고 브랜드와 콜라보한 상품이 있다면 광고 영상에서도 일러스트가 쓰이기도 한다.
*해당 자료들 출처는 사진에 표기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