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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hyun Hwang Sep 12. 2021

추어탕

가을은 말만 살찌는 계절이 아니라 미꾸라지도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가을에 끓여먹는 미꾸라지탕이 더욱 제맛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이름에서 이미 미꾸라지는 가을 물고기임을 알 수 있는데요. 추어탕의 한자어 '추(鰍)는 미꾸라지 추 인데 이 글자는 물고기 어 부수에 가을 추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고등어로 추어탕 맛을 내는 식당도 없지 않다고 하지만 역시 진정한 추어탕은 가을 미꾸라지로 끓인 것이라 하겠습니다.


제가 자란 시골의 가을 영양은 주로 이 미꾸라지가 책임졌는데요,미꾸라지는 단백질이 아주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까. 시골 개울가나 진흙이 고여있는 늪에 가면 큰 수고 없이도 제법 한솥 끓일 수 있는 미꾸라지를 잡아올 수 있었습나다. 대나무로 만든 '소쿠리'나 키와 미꾸라지를 담아올 '바께쓰'를 들고 들판을 두어시간 쑤시고 다니는 것이 즐거운 방과후 놀이였습니다. 이럴게 잡아온 미꾸라지는 어머니 손을 거치면 훌륭한 미꾸라지 탕이 되어 식탁에 올라왔는데 다진 마늘, 고추와 산초를 넣어서 먹는 추어탕은 너무 맛있어서 한그릇으로 민족하는 경우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꾸라지를 잡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무턱대고 아무 진흙이나 뜰쑤실 수는 없으니까요. 바닥은 진흙일지리도 물은 깨끗해서 물고기들이 노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그때  대략 어느 지점을 공격해야할 지 판단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미꾸라지도 만만치가 않아서 인기척이 나면 후다닥 흙탕물을 일으키며 사라져 버립니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도망치는 미꾸라지는 목숨이 걸린 일이지 않습니까. 미꾸라지로서는 좀 억울한 일패입니다.


미꾸라지가 흙탕물을 일으켜 그 속으로 잠적해도 사실 그 흔적은 나 여기 있어 라고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사람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형 사건이 터지면 꼭 물타기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본질과 상관없는 사소한 것들을 계속 부풀려서 도대체 무엇이 사건의 본질이고 무엇이 부차적인 것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미꾸라지의 생존 전략이나 인간의 생존전략이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흙탕물이 미꾸라지의 흔적이듯이 물타기는 범인의 흔적입니다.시끄러운 자, 그 자가 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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