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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Nov 06. 2024

사람공부

#4. MU

그의 손이 내 등에 닿아 토닥였다. 

"너를 믿고 기다릴게"라는 묵묵한 약속이 전해지는 듯 그의 말이 손 끝에 닿았다. 

마음이 막 열리고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 순간 찾아온 이별이 야속하기만 했다.

나는 그에게서 한 발 물러서 그의 눈을 바라보며 애쓰며 말했다.

"오늘 너무 고마웠어, 내일 수업 시간에 만나"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를 뒤로한 채 집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다음날



수업이 있기 전 그의 문자에 눈길이 멈췄다.

"시간 괜찮으면 수업 전에 커피 한잔 할래?"


그가 무언가 더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나와의 공백을 메우고 싶은 걸까?

그 짧은 문장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아니, 수업 시간에 만나."


수업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내 안에서 서서히 무언가 깨어나듯 긴장감이 자라났다.

그와 마주할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류가 우리 사이에 드리워질 것만 같았다.


그와의 키스와 포옹 이후

관계가 갑자기 다른 결을 띠기 시작한 듯한 불편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어쩌자고 그 순간 마음을 열어보였을까?

한참 집중해도 모자를 시간에 마음은 어수선해지고

공부에 집중할 수 없는 내 모습이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애써 밝은 척하며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문을 열고 나오는 그와 마주쳤다.


문을 열고 나가려던 그와

그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나

순간 어젯밤, 우리가 나눈 손길과 숨결이 몸을 깨웠다.  


나가려던 그는 다시 뒤돌아 

나가려던 강의실 문 안을 향해 뒷걸음을 쳤고

나는 반대로 들어가려던 강의실 문을 닫아버렸다. 

순간 공기가 묘하게 굳어졌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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