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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 Nov 04. 2024

사람공부

#3. MU

“잠깐 저기에 앉을래?” 그가 아파트 앞 벤치를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벤치에 앉자, 공기가 어색하게 뻣뻣해졌다. 우리는 아직 서로의 감정이 어디로 향할지 알지 못했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커피숍에서 너를 처음 봤던 날부터였었어.”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떨림이 느껴졌다. “네가 내 수업에 들어온다는 출석부를 받았고, 네가 내 수업에 들어왔던 그 첫 수업 시간에… 나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그 순간, 내 기억 속에서 첫 수업 시간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수업 시간, 그의 시선이 내게 닿았던 순간, 그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고, 내가 바라볼 때마다 그의 시선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라 

여겼던 그 감정이, 사실은 그의 마음에도 동일하게 존재했던 것이라니.


나는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무엇이 자리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고 저녁 먹던 날에, "영화 보자고 했던 거야?"라고 물었다. 그 질문을 던지면서 내 마음속의 불안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그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숙였다가, 내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응, 사실 처음으로 너와 함께하고 싶었어.”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진솔했다. 그 말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그럼… 그때도 나를 생각했던 거야?” 나는 더 깊이 파고들어 그의 마음을 알아내고 싶었다. 그의 대답이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응. 계획적으로 영화 얘기를 꺼낸 거였어.” 그는 대답하면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눈빛 속에서 나를 향한 진심이 느껴졌다. 순간, 가슴에서 찌릿한 전류가 흘러나오는 듯했다.


나는 그의 말의 의미를 음미하며 생각했다. “나보다 더 계획적인 놈이었구나. 흥미로운걸,” 그의 진솔한 대답 속에서 나도 모르게 쌓였던 긴장이 풀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 말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이의 거리감을 한층 줄여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떡하지? 나 곧 알래스카로 떠나"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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