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와도
갈 곳이 없다
스치는 바람은 흩어져
무한의 허공 속에 떠도는 영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길 잃은 자
눈을 뜨면
갈 곳이 없다
나를 찾는 목소리, 미풍처럼 스쳐
소리 없는 회색 도시 잊혀 간다
갈 곳 잃은 걸음은 청춘의 잔재
그리움과 쓸쓸함이 섞인 나날들
내 발아래 흩날리는 낙엽처럼
아침이 와도
갈 곳이 없다
꿈들은 우울한 하늘 아래
누렇게 시들어간 채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이 무명의 끝에서
내가 찾는 건 무엇일까
어둠 속에서 나 자신을 찾고 싶지만
나는 나에게 지쳐버렸다
눈을 뜨면
갈 곳이 없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 기다리며
기다림은 무기력한 연주처럼
오늘도 어디론가 걷고 걸어야 한다
그림자처럼 짙어지는 무명의 날들 속에서
나는 한 줄기 음악이 되어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