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개뿔 다이어트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한다고요?

by 그래좋다고치자


어느덧 내 나이 27. 올해 중반까지도 나이를 묻는 질문에 생각을 더듬어 대답해야 했다. 그만큼 27이라는 숫자가 어색하고 낯설었다. 제 나이는 27살입니다. 아, 만 나이로는 25살이고요. 이제야 당차게 답할 수 있게 되었는데 올해도 반이 지났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뭣 하나 제대로 이루어 놓은 게 없다는 사실이 나 자신을 부추긴다. 가만히 있어서 될 일이냐고, 뭐라도 시작해야 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시작한 게 바디 프로필 준비다. 가장 빛나는 순간의 내 모습을 되도록이면 가장 멋지고 건강한 방법으로 추억하고 싶었다.





하지만 다이어트는 건강할 수 없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해당하는 식욕을 참고 또 참는다. 참는 게 아니라 억누른다. 거기다 몸을 혹사시키며 운동을 한다. 특히 최근 유행하는 바디 프로필이나 머슬 대회를 목표를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보통 수준의 강도로는 원하는 몸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열랑만을 섭취한다. 섭취량은 평소의 반도 되지 않는데 활동량은 배로 늘려야 한다. 운동을 전업으로 삼는 사람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운동을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혹독한 훈련이 시작된다. 몸이 남아날 리가 없다. 그렇게 다이어트는 점점 건강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 이건 다 옛말이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골격근량을 최대한 유지하며 6kg 정도의 감량에 성공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하지만 나의 다이어트가 건강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몸 곳곳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겼다. 가장 먼저 생리 주기가 늦어졌다. 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늦게 생리를 시작한 것이다. 생리 주기가 규칙적이었던 내게는 다소 심각한 변화다. 하지만 지금 주기로 따지면 바디 프로필 촬영과 겹칠 가능성이 있다. 목표로 했던 바디 프로필 촬영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이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생리 불순을 오히려 반기고 있었다는 점이다. 촬영 이후로 미뤄지거나, 차라리 생리 불순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하고 있었다. 바디 프로필을 준비했던 지인들을 후기를 종종 듣는다. 생리 불순 정도는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한 '당연한 절차' 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듯하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 내 몸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이, 또 그 사실을 반기고 있는 스스로가 비참하게 느껴졌다. 이 외에도 불면증, 무기력, 어지러움 등 다양한 문제들이 생겼다. 이렇게까지 몸을 망쳐가며 준비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트레이너 선생님이 첫 만남에서부터 누누이 강조하는 것이 있다. 지금 몸을 잘 기억해두라고.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한 몸은 잠시일 뿐 결국엔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밖에 없으며,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더더욱 힘들 거라고 말이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몇 개월 뒤의 내 모습을 떠올려보면 적지 않게 방황하고 있을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폭식증, 요요 등 바디 프로필의 부작용에 대해 익히 들었다. 내가 선택한 목표지만 이루어가는 길이 쉽지 않다. 특히 나의 건강을 담보로 한 싸움이라 더더욱 그렇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싶다가도 포기하고 싶지도 않다. 지금 아니면 언제 찍어보겠냐 싶다가도 바디 프로필 이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다이어트 세계에 발을 들인 사실부터 후회된다. 갈팡질팡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흐른다.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걸까?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답을 찾지 못한 질문이 머릿속을 헤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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