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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대표 Nov 06. 2022

꿈, 스스로 길을 내고 이루다

나의 20대 에피소드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녀

어린 시절 너무나도 부러웠던 교회 언니의 피아노 치는 모습. 늘 어깨너머로 눈으로 익혔고 잠시라도 피아노 자리가 나면 제법 비슷하게 표현해내던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아이가 바로 나였다. 학교 준비물로 사주신 멜로디언으로 엄청나게 연습했던 기억이 있다. 호스를 입에 물고 불어가면서 쳐야 했기에 지칠 만도 한데 그만큼 난 피아노에 진심이었다. 잠을 자려고 누워도 천장에 피아노 건반이 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뭔가. 그토록 열망하는데 부모님께서는 피아노 학원에 보내주지 않으셨다. 보내달라고 졸랐지만 일찍 시켜본 엄마들이 좀 더 커서 배우면 빨리 배운다고 했다면서 나중에 보내주시겠다고 했다. 아무래도 저학년 때 배우면 진도가 늦게 나가고 좀 더 커서 배우면 습득하는 속도가 빠르긴 하겠지...

결국 초등학교 6학년 내 생일에 우리 집 바로 맞은편에 있던 피아노 학원에 등록해주셨다. 간절히 원했던 배움이었기에 빛의 속도로 진도를 빼기 시작했다. 바이엘을 한 달 만에 다 치고 체르니 진도도 쭉쭉 나가며 선생님과 부모님을 놀라게 했으며 학원에서도 이례적인 케이스로 자리 잡았다. 적어도 배움의 속도 부분에서는 엄마 친구분들의 조언이 맞았다. 하지만 엄마가 모르는 함정이 숨어 있었다. 이미 성장하고 손가락이 굳어서 어릴 때부터 배운 친구들의 테크닉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지금도 이 부분이 너무나도 아쉽다.


꿈을 포기하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욱 열심히 배우고 연습했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교회에서 반주를 시작했다. 반주를 시작한 후 어느 날 학교에서 집에 돌아와 내 방문을 열었더니 맞은편에 피아노가 있었다.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 않는 사건이었고 부모님의 서프라이즈 선물이었다. 그토록 원했던 피아노가 내 방에 있다니... 정말 행복했고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피아노만 쳤다. 난 피아노가 참 좋다.

중학교 3학년 어느 날 피아노 선생님께서 예고 입시를 준비하자고 말씀하셨다. 이제는 입시 레슨을 받아야 하니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아오라고 하셨다. 너무나 설레는 마음으로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나처럼 좋아해 주실 줄 알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조금 있으면 오빠가 대학에 가야 하니까 피아노는 그만 배우는 게 좋겠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어린 마음에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피아노를 그만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부모님도 내가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인가? 그냥 적당히 배워서 교회 반주 정도만 하길 원하셨던 건가? 생각이 많아졌지만 계속 배우겠다고 고집을 부리진 못했다. 나의 욕심으로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한동안은 내 방에 있는 보물 1호 피아노 뚜껑을 열지도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난 꿈을 포기했다.


스스로 길을 열고 이루다.

피아노를 그만두면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던 나는 공부도 하지 않고 로맨스 소설만 읽어댔다. 피아노가 아니면 그 무엇도 상관없었다. 소원했던 예고랑은 전혀 상관없는 전산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졸업 전에 취업을 나갔다. 2년 정도 직장생활을 했고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다시 생겨나서 회사를 그만두고 피아노 학원에 취직을 했다. 피아노 학원에서 아이들 레슨을 하면서 '내 힘으로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중간에 원래 다니던 회사로 잠시 옮겼고 어느 정도 돈이 모아진 후 바로 퇴사를 하고 입시학원에 등록해서 레슨을 받았다. 그때부터는 정말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피아노 앞에서 생활했다. 연습실에 틀어박혀서 하루 종일 피아노를 쳤고 식사도 피아노 앞에서 김밥이나 햄버거로 해결했다. 하루에 거의 12시간 정도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던 것 같다. 딱 1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서 도전하고 안되면 포기하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생각해도 참 독하게 1년을 보냈던 것 같다. 굳게 먹은 마음이 약해질까 봐 친구들에게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1년 동안 연락을 잠시 끊었다. 12시간씩 피아노를 치고 나서 밤에 집에 와서는 새벽까지 수능 공부를 독학으로 했다.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했기에 수능 관련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포기할 과목은 과감히 버리고 짧은 시간 노력해서 점수 낼 수 있을 것 같은 과목들에만 집중했다. 3-4시간 자고 새벽에 일어나서 연습실로 향했고 정말 열심히 처절하게 1년을 보냈다.

수능 점수는 딱 학교에 지원할 수 있을 정도만 나왔고 1,2월에는 지원한 학교들의 실기시험이 있었다. 1년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면서 피아노 연습에 박차를 가했지만 몇 년간의 공백이 있었기에 쉽지 않았다. 지원한 학교 중 한 군데만 붙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정말 딱 한 군데 합격 통지를 받을 수 있었다. 그것도 처음에는 예비번호였는데 최종적으로 합격되었다고 전화 연락을 받았고 내 인생 가장 기뻤던 순간 중 하나다. 회사 다니면서 첫 학기 등록금까지만 마련해뒀었는데 입학의 기회가 주어져서 정말 다행이었다. 예비 번호 중 한 명이었기에 과에서 거의 꼴등으로 입학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테다. 24살에 00학번으로 입학했고 늦게 시작한 만큼 정말 열심히 생활했다. 대학시절 교회에서 새벽예배 반주를 했는데 반주를 마치면 바로 학교에 갔고 수업이 끝나면 학교 연습실에 처박혀 있었고 늘 막차를 타고 집에 왔다. 아빠는 등교할 때마다 학교에 태워다 주시며 제때 지원해주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을 대신 전하셨다. 늦깎이 대학생이었지만 재학 중에는 전 학기 장학금을 받고 다닌 모범생이었고 당당히 1등으로 졸업을 했다. 그렇게 나는 클래식 피아노 전공자가 되었고 어린 시절 어쩔 수 없이 꿈을 포기했었지만 성인이 되어 스스로 길을 열고 도전하고 이뤄냈다. 비록 내가 생각했던 피아니스트는 될 수 없었지만 피아노 전공을 하고 15년 이상 아이들 레슨 하는 선생님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또한 중학교 2학년 이후 지금까지 30년동안 피아노 반주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정도도 참 잘했고 훌륭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정말 애썼다. 참 잘했어!^^



#자기발견 #꿈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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