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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대표 Nov 07. 2022

철저히 만들어진 어설픈 완벽주의

내 안에 공존하는 모순된 성향 & 욕망

뭐, 완벽주의 성향이 없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감히 내가 뭐라고 완벽을 논할 수 있겠는가? 내가 가진 성향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께 꾸준히 받은 가정교육 덕분이다. 우리 집은 언제나 흐트러짐이 없는 상태였다. 친구들이 놀러 왔다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지금도 친구들은 그때 이야기를 하곤 한다. 모든 물건들은 칼각에 조금 과장하면 먼지와 머리카락 한 톨도 없는, 심지어 싱크대 접시들도 키 순서로 줄 서 있는 모습. 그것이 우리 집 풍경이었다. 우리 집 룰은 어린 나에게도 열외 없이 적용되었기에 좋은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좀 많이 피곤하긴 했다. 이런 환경 덕분에 정리정돈부터 시작해서 매사에 딱딱 떨어지게 생활해야 했고 꾸준히 반복된 행동들 덕분에 지금의 나라는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물론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엄마 성에 안 차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우리 엄마의 기준은 늘 하늘 꼭대기에 있는 것 같다.


대입 실기 준비할 때 12시간씩 피아노를 쳤던 나는 거의 모든 분야에 같은 자세로 임한다. 소소하게 예를 들자면 운전면허 필기시험, 컴퓨터 활용능력 필기시험도 쓸데없이 98점을 받았다. 친구들은 대충 공부해서 60점만 넘으면 되는 필기시험에 왜 그렇게 목숨 걸고 공부하냐고 놀렸지만 나라는 사람은 대충 공부하면 60점을 넘기지 못하게 설계되어 있다. 할 거면 확실하게 하고 안 할 거라고 확실하게 안 해야 하는! 대충이나 적당히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나란 사람. 나라고 왜 안 해봤겠는가... 꼼꼼하게 챙기고 습득하는 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데 말이다. 적당히 준비하고 시험장에 가면 내 나름 읽고 생각해서 찍은 문제들도 전부 비가 내린다. 대체 멍청한 건지, 이해력이 딸리는 건지, 순발력이 떨어지는 건지 내 거로 소화시킬 정도로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으면 찍는 걸로 맞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걸 알기에 어떤 분야든 배워봐야겠다고 생각하면 정말 기초부터, 1부터 시작한다. 적당히 1, 3, 5, 7, 9 퐁당퐁당 하고 싶어도 그걸 연결하는 능력이 나에게는 탑재되어 있지 않기에 요행을 바라면 안된다. 매사가 이러니 난 늘 바쁘고 분주하다. 게다가 하고 싶은게 많고 배움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러니 얼마나 더 바쁘겠는가!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나를 똑 부러지고 시간관리 잘 되는 완벽주의자로 평가한다. 우아한 백조가 물속에서 엄청 바쁘게 발길질하는 모습이 나 같다고 한다면 적당한 표현일까? 적어도 내가 보는 내 모습은 그렇다. 뭐 하나도 쉽게 얻어지는 것 없이 노력에 노력을 다해야 내 것이 된다. 심지어 그렇게 노력을 해도 얻지 못하는 것들도 태반이기에 이제는 쉽게 얻어보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스타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타입이다. 온라인 사업을 하고 있는 나는 스마트 스토어를 시작할 때도 자사몰에 도전할때도 각종 프로그램들이나 타 채널들을 접할 때도 무조건 매뉴얼을 끼고 산다. 매뉴얼 보다가 잘 모르겠으면 검색해서 자료를 찾아보고 이도 저도 안 되겠으면 고객센터 전화해서 궁금증을 해결해낸다. 강의를 찾아 듣는건 필수 과정이다. 최근에 재고관리 시스템을 전산화시켰는데 그것도 매뉴얼 첫 장부터 들이 파서 결국 시스템으로 정착시켰다. 지난 5년이 넘는 시간 동안의 나의 사업은 이런 노력의 결과물들이다. 때론 새로운 매뉴얼 앞에서 막막한 느낌을 받지만 다 해결해냈을 때 희열은 느껴본 사람만 아는 감정일 것이다.


정말 많이 노력하고 열심히 산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런 나의 노력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가진 게 많은 복 받은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친한 지인들과 가족들은 열심히 사는 거 인정해주니 그걸로 된 거지 뭐... 오히려 완벽함 속에 어설픈 허당기도 많은 건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다. 다 잘할 수 있겠는가~ 그럼 정말 인간미 떨어지는 거지! 내 인생에 지름길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하루하루 꾸준함을 쌓아서 어설프지만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내가 자랑스럽고 좋다. 때론 지치고 힘들때도 있지만 감당할 수 있는 힘을 공급해주시는 분이 계시기에 능히 이겨낼 수 있다. 오늘도 열심히 산 나를 칭찬한다!


#자기 발견 #나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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