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시아버지는 바뀌었다.
퇴근할 즈음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오늘 00에서 저녁 먹자. 8시쯤"
또 시부모님과 밥을 먹자는 이야기인가? 주말에 들러서 어버이날 겸해서 밥도 먹었다. 오늘은 콧물과 기침감기가 심했다. 출근해서 얼굴도장만 찍고, 이비인후과에 다녀와서 근무를 했다. 피곤한 목요일이다.
'오늘은 그냥, 패스하지...'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시아버지가 어버이날이라고 '카네이션' 노래를 부르셨나 보다. 아...
고깃집에서 헐레벌떡 고기를 마셨다. 그리고, 늦은 밤 한 손에는 카네이션을 들고 밤 10시가 되어서 시아버지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
"얘야! 퇴근하고 피곤할 텐데, 뭐 하러 왔냐? 그냥 쉬지"
"그러게요.."
카네이션을 들고 온 손자모습이 예뻐 보였는지, 시아버지는 미소를 지었다.
7년 전 추석장사를 마무리한 남편은 3살 큰아이와 욕조에서 샤워를 하다가 비눗물에 미끄러졌었다. 짧은 비명이 들리고, 벌거벗은 남편이 욕실에서 나왔다. 숨을 쉴 수가 없다면서 얼굴은 일그러졌다. 나는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수건으로 남편의 몸을 대충 닦아주고, 팬티를 입히고, 겉옷을 입혔다. 정신없이 응급실로 아이를 데리고 이동을 했다.
"갈비뼈 두대가 금이 갔습니다. 무리하시지 말고 쉬세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설마? 했던 내 예상은 적중했다. 가슴의 압박붕대와 함께 진통제를 받아서 집으로 향했다. 추석장사를 끝내고 시댁인 전라도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해 여름 남편은 친정엄마가 원하시던 서울근교 공동묘지(외할머니)를 함께 갔었다. 공동묘지에서 큰아이는 모기에 물렸었다. 시아버지는 모기 물린 이유를 묻어보다가 사돈이랑 함께 갔던 것이 부러우셨던 모이양이다.
"아니, 친가 산소에도 안 갔는데, 외가 산소에 다녀왔다고?" 큰 눈이 더 크지면서 역정을 내셨다. 그해 그 모습을 본 남편은 시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추석 때에는 시아버지의 고향인 전라도로 가기로 약속을 했었다.
시어머니와 둘째를 임신한 2018년 추석에 전라도로 향했다. 남편은 가슴에 압박붕대를 두르고, 진통제를 먹으면서 8-9시간을 달려서 전라도에 도착했다. 시어머님과 나는 반대를 했었다. 평소도 아니고, 추석 때문에 도로는 막힐 것이라는 게 눈에 보였다.
"갈비뼈 두대 부러진 게 뭐라고.." 한평생 운전을 해본 적인 없는 시아버지의 말이 서운했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아버지가 실망할까 봐 약속을 지키는 남편이 답답했다.
시아버지는 저녁을 먹어서 00 갈빗집 가는 것을 거절하셨다. 늦게 퇴근한 남편과 함께 온 가족은 고깃집에서 1시간 동안 고기를 마셨다.
"여보, 나이를 먹으면 어버이날 카네이션 때문에 서운할 수가 있어."남편은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아니, 우리는 그런 것에 서운해하지 맙시다. "
"00아, 아빠가 할아버지가 되면 어버이날 고기 사야 해?"
남편이 농담을 한 거라 안다. 하지만, 나는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되면 자식에게 바라는 마음을 갖지 않을 것이다. 나는 경제적으로, 마음적으로 큰 어른이 될 것이다.